사이시옷의 글로벌 스터디 #3 셰필드할람대학교 인터뷰
현대 사회에서 '외로움'은 더 이상 개인의 감정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특히 영국은 세계 최초로 '외로움부'를 신설하며 이 문제에 국가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혁신적인 움직임의 중심에는 셰필드할람대학교의 외로움연구센터(Centre for Loneliness Studies)가 있습니다.
안드레아 교수님을 주축으로 한 이 연구센터는 100개 이상의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외로움 문제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학술 연구를 넘어, NHS Property Services와의 협력을 통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 진행, 그리고 정책 입안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접근을 보여주고 있죠.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센터가 과거 'Campaign to End Loneliness'의 역할을 이어받아, 연구에서 실천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이 혁신적인 연구센터를 자세히 들여다보며, 우리 사회가 외로움이라는 도전과제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보고자 셰필드할람대학교의 외로움연구센터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센터의 디렉터인 안드레아 교수와의 만남으로 시작된 방문은, 제게 외로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습니다. 심리학자로 시작해 외로움 연구의 권위자가 된 그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왜 외로울 수 있는가?"라는 의문에서 연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최근 'Loneliness for dummies'라는 책을 출간한 그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의 블랙박스를 하나씩 열어가고 있었습니다.
"외로움은 단순한 감정이 아닙니다. 왜 어떤 사람들은 사회적 연결이 더 필요한지, 왜 군중 속에서도 외로움을 느끼는지, 이 모든 것이 저에게는 흥미로운 연구 주제였죠."
이 센터가 특별한 점은 외로움을 단순한 개인의 감정이 아닌, 사회적 현상으로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보건, 사회학, 심리학은 물론 건축학, 조경학까지 -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외로움 문제를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외로움연구센터는 단순한 연구기관이 아니었습니다. '전 생애에 걸친 외로움'을 연구하며, 이를 바탕으로 실제적인 정책과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습니다."외로움은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그렇기에 해결책도 다양한 관점에서 찾아야 합니다."라는 안드레아 교수의 말이 깊이 와닿았습니다.
외로움연구센터의 7가지 주요 연구 테마
1. 삶의 여정 속 외로움 (개인의 특성, 환경, 일시적 사건들의 영향)
2. 건강과 행복에 미치는 영향
3. 공간과 자연환경이 주는 치유효과
4. 소속감과 문화적 다양성
5. 디지털 기술을 통한 새로운 연결
6. 외로움에 대한 사회적 인식
7. 운동과 스포츠를 통한 관계 회복
센터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소개 받았는데요. 그 중 하나로 '세대 간 주거 모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빈 방이 있는 노인과 주거공간이 필요한 청년을 연결하는 '홈쉐어' 프로그램, 다양한 세대가 함께 사는 '통합 커뮤니티', 은퇴주택을 지역사회와 연결하는 '커뮤니티 허브' 등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통해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극복하고 있다는 사례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는 청년 공간, 시니어 공간 등 특정 연령대만 포커싱된 특화 프로그램이 대다수인 것에 반해 세대가 함께 어우러지고 연결될 수 있는 시도들이 더 넓고 깊은 포용성을 담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한 직장 내 외로움 해결을 위한 연구도 흥미로웠습니다. 현대인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의 외로움이 개인의 삶의 질은 물론, 업무 성과와 조직 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외로움을 느끼는 직원들은 낮은 성과와 지식 공유 감소, 조직 몰입도 저하, 창의성 감소는 물론 높은 이직 의도와 정서적 소진을 경험하게 됩니다. 하지만 매니저의 작은 변화로 이를 개선할 수 있다고 합니다. 관리자들에게 직원들의 관계 욕구를 이해하고, 긍정적인 관계 구축을 장려하며, 의미 있는 비공식적 교류 기회를 만드는 것이죠. 특히 도움 행동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같은 작은 제도적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2011년부터 시작된 '외로움 종식 캠페인(The Campaign to End Loneliness)'의 성과도 주목할 만했습니다. 이 캠페인은 영국 최초의 외로움 담당 장관 임명이라는 역사적인 성과를 이끌어냈고, 지금도 연구 결과를 정책에 반영하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왜 외로움에 더 주목하시나요?"
셰필드할람대학교 외로움연구센터를 방문했을 때, 고립보다 외로움에 더 포커싱하는 이유에 대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사회적 고립이 더 측정하기 쉽고, 따라서 해결책을 찾기도 더 쉬울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안드레아 교수의 답변은 의외로 명쾌했습니다. "사회적 고립은 반드시 해롭지 않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지리적으로 고립된 경우처럼요. 하지만 외로움은 다릅니다. 외로움은 그 자체로 부정적인 경험이고, 더 복잡한 문제죠."
실제로 많은 연구 결과들이 만성적인 외로움이 건강과 웰빙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회적 고립은 사람들을 모으는 것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로움은 다르죠. 같은 공간에 있더라도 의미 있는 관계가 없다면,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만 나누는 것은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이어진 대화에서 교수는 외로움에 대한 흥미로운 통찰을 들려주었습니다. "완벽한 해결책은 없어요. 우리는 살면서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들을 만나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들을 어떻게 다루느냐죠."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교수는 세 가지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다른 사람과의 의미 있는 관계를 위한 기회가 있어야 합니다. 둘째, 자기 자신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장소나 공간과 의미 있는 관계를 통해 소속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외로움은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죠. 단순히 사람들을 모아놓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소통과 깊이 있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대화를 통해 저는 외로움이라는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외로움은 단순히 혼자 있는 상태가 아니라, 의미 있는 관계의 부재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양적인 접근이 아닌, 질적인 변화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교수의 마지막 말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는 아직 외로움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우리가 함께 노력한다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예요." 이 말에서 저는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외로움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고, 따라서 해결책도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것을요.
방문을 마치며, 외로움 문제 해결을 위한 이들의 노력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단순히 문제를 연구하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이들의 접근 방식은 전 세계 외로움 연구의 새로운 모델이 되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이제 외로움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과제로 바라보고, 함께 해결해나가야 할 때입니다. 셰필드할람대학교 외로움연구센터의 혁신적인 도전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바로 '함께'라는 희망이 아닐까요?
오늘도 세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외로움을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외로움은 혼자 극복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라는 것을요. 셰필드할람대학교 외로움연구센터의 도전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p.s. Andrea 교수님이 사이시옷에게 직접 보낸 영상 메시지에요.
'안녕하세요~' 라고 한국어로 인사하시는 모습에서 세심하게 상대방을 챙겨주시는 태도와 마음 또한 배울 수 있었습니다. :)
영국에서 인사드립니다. 제 이름은 Andrea Wigfield입니다. 저는 Sheffield Hallam University의 교수이며 외로움 연구 센터와 외로움 종식 캠페인의 디렉터를 맡고 있습니다.
우리의 사명은 영국과 전 세계에서 외로움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외로움이 사람들에게 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며, 외로움을 예방하고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외로움 인식의 날을 기념하시는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며, 11월 11일에 진행하시는 모든 활동과 노력에 대해 전적인 지지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외로움은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 모두는 삶의 어느 시점에서 외로움을 느낄 수 있으며, 오랫동안 자주 외로움을 느끼면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외로움의 징후를 인식하고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한국에서도 외로움을 예방하고 줄이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많은 단체들이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여러분의 활동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한국 국민들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우리는 영국에서 여러분의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좋은 실천 사례들을 배우고 싶습니다.
Greetings from the United Kingdom. My name is Andrea Wigfield. I'm a professor at Sheffield Hallam University and I'm director of both the Centre for Loneliness Studies and the Campaign to End Loneliness. Our mission is to raise awareness of loneliness in the UK and across the globe, to understand why and how loneliness affects people, and to find ways to both prevent and reduce loneliness. We're so pleased that you're commemorating a day of loneliness awareness in Korea and wish to offer you our full support in all the activities, activities and endeavours that you carry out on the 11th of November. Loneliness affects us all. It's likely that we will all feel lonely at some point in our lives and if we feel lonely often and for a long time, it can damage our physical health and mental wellbeing. So it's essential that we recognise the signs of loneliness and provide services to help. I'm sure there are many organisations working hard in Korea to both prevent and reduce loneliness and your work is essential. It doesn't just help the people of Korea, but internationally. We can learn from your experiences in the uk. We're keen to learn from good practice out.
#1. 영국의 외로움 해결 정책 탐방기 1탄
https://brunch.co.kr/@joecool/173
#2. 영국의 외로움 해결 정책 탐방기 2탄
https://brunch.co.kr/@joecool/174
#3. 현재 사이시옷은 '외로움'이 사회적 문제라는 것에 공감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합니다. 함께해 주세요~!
https://campaigns.do/campaigns/1377/signers
#4. 11월 11일 '1111DAY - 외로움 인식개선의 날'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일시 : 2024년 11월 11일 (월) 19시~21시
장소 : 마루 180 (서울 강남구 역삼로 180) B1층
프로그램 : 외로움을 주제로 한 '짧은 시 대회', '외로움 장례식 및 시 처방'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