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발견하는 문화 오감
낯선 거리에서 혹은 예술작품을 보면서 만났던 현실을 재치 있게 상상으로 바꾸는 아이디어에 대해 "현실과 환상, 그 사이"라는 이름하에 사진 컬렉션을 해보았다.
공사 현장의 아름다운 변신
우리나라의 일반적 공사 현장하면 너덜거리는 비닐 가림막에 지저분하고 시끄러운 공간으로 인식하곤 한다.
하지만 공사 현장을 거리에서 분리하는 안전을 위한 가림막을 어떻게 조성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예술 작품으로 탄생될 수도 있다.
얼핏보면 일반 건물로 보일정도로 현실과 유사한 크기와 모습으로 건물모양의 가림막을 건물 전체에 덮어씌워놓았다. 멀리서 보았을때는 건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가까이서 이미지로 변신하는 독특한 경험을 갖게 만들어준다.
베를린에 있는 왕궁의 일부가 공사중에 있었는데, 공사 현장을 가려놓은 가림막에 현재 건물의 뷰와 연결시켜 건물 그림을 그려놓은 것은 물론 고풍스러운 복장의 사람들이 공사를 하고 일을 하는 그림을 그려 놓았다. 왕족이 왕궁에서 생활하고 있을 당시의 사람들의 모습이, 현대적인 건축 공사 장면과 어우러져서 새로운 몽타쥬가 되는 듯한 느낌이다.
베를린 지하철 공사 현수막에서는 항상 저렇게 곰이 등장한다. 왠 곰일까 하고 처음에는 생각했다가, 베를린 영화제의 수여 상이 황금곰상이었던것을 기억해보니 베를린의 상징이 바로 곰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곰이 지하철을 타고 있는 이 유쾌한 일러스트는 그 자체만으로도 베를린의 아이덴터티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준다.
파리에서 만난 공사현장 사인은 작은 요정들을 만난 듯한 기분이다. 기존에 있는 텍스트 기반의 표지판에다 사람을 일러스트로 그려넣은 것인데 만화가 현실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이 느껴진다.
건물의 캔버스화
건물 외벽을 캔버스처럼 활용하여 그림을 그리면 밋밋해진 건물외관을 새롭게 변신시킬수 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벽화를 넘어선 건물화라고 볼 수 있는데 건물의 창문, 구조 등을 이미지와 조화롭게 어울리도록 그림을 그린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멀리서는 물론 가까이서 보아도 현실과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킬정도로 정교하게 건물 외관에 그림을 그렸다.
외벽 중간중간에 작은 창문이 있지만 다양한 패턴이 반복되는 이미지 덕분에 거슬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건물의 통풍구와 같은 지붕을 기차의 형상과 오버랩 시켜서 재미있게 그린 일러스트.
2D의 광고판과 3D의 조형물이 잘 어울러져서 흥미롭게 느껴진다.
안과 밖의 이중주
우리는 상반되는 두가지 형태를 동시에 갖고 있는 사물들을 자주 접하곤 한다. 동전의 앞뒷면, 종이의 앞뒷장 등등.. 이렇게 동시에 존재하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다르게 보여지는 형체를 이용한 아이디어들이다.
베를린에 있는 체크포인트 찰리라는 장소가 있는데, 과거 독일이 분단되었던 시절에 검문소가 있었다고 한다. 미국과 소련 군사가 동시에 주둔하던 곳인데 이를 상징하기 위해서 푯말을 하나 거리에 세워났다. 한쪽면은 미국 군사를, 다른쪽 면에는 소련 군사의 사진을 볼 수 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인간의 엿보기라는 욕망을 안과 밖이라는 형태를 활용한 그림 작품도 만나 보았다.
수녀가 기도하는 모습을 하고 있던 음흉해 보이는 남성의 시선을 그림 한쪽 구석에서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액자 앞면과 뒷면에 서로 다른 두 그림이 걸려있는데, 액자 뒷면으로 가서 그림을 보면 앞에서 보였던 수녀의 엉덩이를 관객은 바라 볼 수 있다. 앞면에 있었던 남자의 시선이 무엇을 향하고 있었는지 이해하는 동시에 순결한 수녀의 예상밖의 모습에 놀라게 되는 작품이다.
액자식 구성이라는 이야기 구조가 생각나는 그림이다. 액자 안에 또 다른 액자를 구성시켜 놓는 것 만으로도 독특한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왼쪽과 오른쪽을 따로 보아도, 같이 보아도 연속성을 갖는 그림이 된다.
무대가 시작되고 종료되는 것을 무대위의 커튼을 통해 사인을 받는다. 그런데 이 작품은 커텐에 공연하는 모습 자체를 그려넣었다. 커텐이 없어지고 공연이 시작되어야 하는데, 커텐 그 자체로 노래 소리가 들리는 듯한 느낌이다. 커텐의 주름도 인물의 모습에 대해 독특한 느낌을 갖게 한다.
백남준도 환상과 상상에 대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두개의 티비가 있는데 하나는 구형태의 물건을 카메라로 찍은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텔레비전 안에 물건을 직접 넣은 것이다.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가짜인가? 어느쪽이 더 현실처럼 느껴지는가?
상상 또한 현실에서 벗어난, 혹은 현실과 다른 것을 전재로 하니 결국 현실과 맞물려서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상상이 주는 새로움, 유쾌함, 허무맹랑함까지도 유머로서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있지 않은가. 우리 생활 속 현실과 상상에 대해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