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노래를 만들 수 있습니다

by Joe Han

무릇 싱어송라이터라고 하면 직접 곡을 써야 합니다. 노래를 부르는 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지만, 곡을 만드는 것 역시 쉽지는 않습니다. TV 음악 방송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뮤지션이 종종 등장해 엄청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오디션 프로그램에 신동 수준의 어린 친구들도 심심치 않게 모습을 드러내서, 음악이라는 게 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그런 사람들은 좀 다른 과가 아닐까요? 이를테면 천재. 그러니까 TV에도 나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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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 같은 범인도 곡을 씁니다. 좀 특별한 그들과 평범한 나의 곡 쓰는 과정은 좀 다를지 모릅니다. 몇 십분만에 곡 하나를 완성했네, 내 나이 몇 살에 이 곡을 썼네, 같은 멘트들은 나와는 다소 먼 이야기들이지요. 어쨌든 나라는 사람도 그들마냥 완성된 형태의 곡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한 곡을 완성하는데 수개월씩 걸리기도 하고, 처음 하나의 완전한 곡을 쓴 것도 겨우 20대 때라는 것이 그들과의 차이겠지요.


군 복무중에 발라드를 하나 썼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떠올려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수준의 노래입니다. 가사는 물론 멜로디, 코드 진행 중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곡을 팔아보겠다고 휴가 때 오선지에 적어서 들고 나와 음반 제작사를 찾아갔던 적이 있습니다. 부끄러워서 기록으로 남겨두지는 않았지만, 떠올리면 낯뜨거운 그 노래의 느낌만은 분명히 기억납니다.


완성도야 어찌 됐든 나는 나 나름의 곡을 완성했네요. 그 음반 제작사에서는 당연히 연락을 주지 않았고, 내게 악보를 받아든 직원은 그 어설픈 오선지를 진작에 파기했겠지만 말이죠. 그 곡이 나의 처녀작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완성된 형태의 곡들은 20대 초반쯤부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휴가때 들고나온 그 발라드보다, 20살에 만들었던 훨씬 부끄러운 캠페인송도 있습니다만...


곡을 쓰는 것은 글을 쓰는 것과 유사한 것 같습니다. 처음 글자를 배우던 때가 기억나나요? 'ㄱㄴㄷ'부터 시작했던 우리는 어느덧 한글을 깨우치고, 주어+목적어+동사의 아주 간단한 구조로 된 문장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기본교육과정을 거치면서, 시나브로 더 복잡한 구조의 문장을 구사할 수 있는 우리가 되었습니다. 한 문장씩 적었던 것이 하나의 문단, 한 편의 글로 발전했군요.


사실, 음주 가무를 즐기는 우리는 알게 모르게 노래가 일상입니다. 리듬과 멜로디 익히는 것을 글 배우는 것에 비유하자면, 우리는 이미 곡을 쓸 수 있는 기초를 몸으로 익히고 있는 셈입니다. 'ㄱㄴㄷ' 쓰듯 '도레미'를 쓰며 몇 마디 멜로디를 떠올려 흥얼거리고 그 것을 어떠한 형태로 기록하면 하나의 노래가 됩니다. 글이 그렇듯, 잘 쓰고 못 쓰고는 그 다음 문제죠.


여기에 조금 더 욕심을 부리면, 화성을 더할 수 있습니다. 화성은 화음의 연결을 말하는데, 우리가 피아노나 기타 정도를 아주 조금이라도 다룰 수 있다면 익힐 수 있는 영역입니다. 기타로 잡을 수 있는 코드가 달랑 3개라고 해도 곡 하나 둘 쓰는 데에는 전혀 문제 없습니다. 몰라서 그렇지, 우리가 알고 있는 명곡들 중에도 코드 3~4개 밖에 쓰이지 않은 곡들이 무수히 많습니다.


물론, 세상의 모든 일들이 그렇듯, 리듬이나 멜로디, 화성 모두 더 나은 수준의 것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공부와 수련이 필요합니다. 세포를 발달시키고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정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요. 하지만, 당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정하게 들려주고 싶은 세레나데나 일상에서 느낀 답답함을 호소하는 한풀이송 한두곡 정도는 일단 도전해 볼 수 있습니다.


나는 주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집에 기타 한대 정도 갖고 있는 동네 형이고, 아는 오빠, 혹은 친한 동생입니다. 그러니, 나라는 사람이 곡을 만든다는 것은, 이 글을 읽는 누구라도 노래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작업이라고 여겨지나요? 생각보다 쉬울 수도 있습니다. 정말이라니까요. 혹시 모르죠, 여러분은 한 30분만에 한 곡을 툭툭 쓸지. 내 노래보다 훨씬 멋드러진 곡을 툭툭 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