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을 꺾어야 볼 수 있는 너

by 아리라

아름다움과 향기로 무장한 꽃들이
지천에 피어나는
자신을 우러러보도록 한껏 뽐내는 시기
봄 스쳐 지나가는 계절이여
그 무엇도 찬란한 시절은 짧아
앞다투어 축제의 장이 펼쳐지고
하늘은 구름 한 점 허락지 않으며
빛나는 색채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바람은 심술처럼 꽃잎을 실어 휘돌아 나가며
이로써 축제의 끝은 바닥에서 머문다
어느 찬란한 봄날
너를 보기 위해서 나는 무릎을 꺾어야 했다
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나는 꽃이여
우러러보지 않고도 무릎 꿇게 하는 너는
부끄럽지 않은 생을 살다가 가려나 보다
조용히 모든 생을 끝마치고
보라
모든 것은 바닥에서 모인다
바람마저도 건들지 못한 너는
그 바닥에서 시작하여 누구보다 위로 위로 솟구치며
훌훌 사라져 갈 것이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