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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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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경. 시차의 혼돈 속에 도착했던 더블린 공항. 픽업 차량을 타고 칠흑 같은 어둠 속을 달려갔다. 30분 정도 지나 자동차 엔진이 꺼지고, 내가 지낼 아일랜드 집에 도착했다. 이미 자정이 가까운 시간, 낯선 공기를 쳐낼 시간조차 없이 내 몸과 캐리어는 집 안으로 흡수됐다. 삐걱거리는 2층 계단을 오르고, 지낼 방에 도착. 혼자가 됐다. 어둠을 피하고자, 방의 전등을 올렸는데, 생각보다 빛이 옅고 흐물거렸다. 백열등. 페이퍼의 글씨를 읽기에는 다소 부족한 조도. 그렇게 포기하고 몸을 침대에 널었다. 잠이 안 온다. 집 안에 달 하나가 떠 있는 기이한 체험을 한 더블린에서의 첫날밤. 아일랜드의 가정집은 주로 백열등을 사용한다. 신식 아파트나 건물은 다르지만, 일반 주택의 등은 대부분 저렇다. 그래서 그런지 밤이 더 밤 같고, 이내 적응했는지 아늑하다. 괜히 술이 당기는 나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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