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줄레주의 두 얼굴
포르투갈의 아줄레주는 ‘눈으로 마시는 포카리스웨트’와 같다. 타일 벽화의 내용을 차치하고 바라만 봐도 정신을 맑게 하는 요소가 분명 있다. 그런데 그려진 내용을 곱씹어보면, 피카소의 청색시대 마냥 시대를 관통하는 슬픔과 우울한 감정도 내비친다.
아줄레주는 포르투갈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독특한 세라믹 타일 장식으로, 건축물의 내외부를 아름답게 꾸미는 전통 예술이다. ‘아줄레주 azulejo’라는 말은 아랍어 ‘al-zulayj’에서 유래했으며, 이는 ‘작은 광택 있는 돌’을 의미한다. 이러한 어원은 아줄레주가 단순한 장식 요소를 넘어 역사와 문화의 흔적을 담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초기의 아줄레주는 기하학적인 무늬와 식물 문양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성경 이야기, 역사적 사건, 일상 생활의 장면 등을 묘사한 회화적인 스타일로 변화하였다. 특히 파란색과 흰색의 대비가 두드러지는 디자인은 17세기 네덜란드 델프트 자기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르투갈에서 아줄레주는 단순한 장식에 그치지 않는다. 교회, 궁전, 기차역, 주택, 공공건물 등 다양한 건축물의 외벽과 내부 공간을 채우며 도시 풍경의 일부가 되었다. 리스본의 산토스 지구나 포르투의 상벤투 역처럼, 아줄레주가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 사례도 많다. 또한 이러한 타일은 여름철의 열기를 완화하고 벽을 보호하는 기능적인 역할도 수행해 왔다. 리스본의 아줄레주 박물관은 포르투갈의 전통 타일 예술인 아줄레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박물관이다. 박물관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박물관 3층에 전시된 '그란데 파노라마 드 리스보아 Grande Panorama de Lisboa'다. 1,300장의 타일로 구성된 23m 길이의 파노라마로, 1755년 대지진 이전의 리스본 전경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 파노라마처럼 자세히 보면 현재 남아 있는 모습과 사라진 부분들을 관찰할 수 있다.
오늘날에도 아줄레주는 현대 예술과 디자인 속에서 재해석되며 지속적인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작가의 작품을 보면, 과거의 아줄레주를 바탕으로 제작되어 진화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전통적인 제작 방식은 여전히 수공예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이는 장인의 손길과 시대의 감각이 만나는 예술로 평가받는다. 아줄레주는 단순한 타일을 넘어, 포르투갈인의 미적 감각과 역사적 정체성을 대변하는 하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