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에서 하루, 브라가에서 시간을 걷다
포르투에 머무는 동안 당일치기로 떠나는 근교여행을 계획하는데, 가장 많이 가는 도시가 ‘브라가’다. 브라가는 포르투갈에서 역사적, 종교적, 그리고 문화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도시다. 단순히 북부의 한 도시라기보다는, 오랜 세월 동안 포르투갈 정체성과 깊게 연결되어온 상징적인 공간이다.
개인적으로 계단에 영감을 받는 편이다. 여행하면서 의미 있는 계단은 반드시 프레임 속에 넣어 온다. 나의 취향을 채울만한 유적지가 브라가에 있다. <봉 제수스 두 몬테 Bom Jesus do Monte> 성지는 언덕 위에 자리한 대표적인 순례지로, 종교적 신성함과 예술적 아름다움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장소다. ‘좋은 예수님 Good Jesus of the Mount’이라는 뜻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희생을 묵상하며 신앙의 여정을 되새기는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특히 유럽 전역에서도 손꼽히는 바로크 양식의 계단 건축물로 유명하며, 2019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그 가치를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성지의 핵심은 언덕을 따라 정교하게 구성된 바로크 양식의 계단군이다. 총 577개의 계단은 단순한 오르막길이 아니라, 신앙의 여정을 형상화한 깊은 상징성을 담고 있다. 발로서 수행할 수도 있었지만, 여정의 시간이 충분치 않아 오감의 계단까지는 푸니쿨라의 도움을 받았다. ‘오감의 계단’은 인간의 오감을 주제로 한 분수와 조각들로 장식되어 있고, 그 위로 이어지는 ‘덕목의 계단’은 믿음, 소망, 사랑 같은 기독교의 주요 덕목을 형상화하였다. 순례자들은 이 계단을 한걸음씩 오르며 내면의 죄를 되돌아보고 정화의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브라가는 포르투갈 가톨릭 신앙의 중심지다. ‘포르투갈의 로마’라는 별칭처럼, 이곳은 기원후 3세기부터 기독교가 뿌리를 내린 지역이며, 포르투갈에서 가장 오래된 대주교좌 성당인 <브라가 대성당>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성당은 포르투갈 교회사의 시작과 연결되는 중요한 상징이다. 지금도 브라가는 포르투갈 가톨릭 교회의 중요한 행정 중심지로 기능하고 있어, 종교적 권위와 유산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성당은 여러 시대의 건축 양식이 조화롭게 혼합된 것이 특징이다. 초기에는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지만, 이후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심지어 매너리즘 양식까지 순차적으로 반영되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로마네스크 양식을 눈으로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로마네스크 양식은 유럽 중세 초기에 나타난 건축 및 예술 양식이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두껍고 튼튼한 벽, 작고 깊은 창문, 그리고 반원형 아치다. 당시 건축 기술이 아직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건물을 높이 올리기보다 안정성과 내구성에 초점을 맞췄고, 이는 무거운 돌 벽과 아치형 구조로 구현해, 외형상 굳건하고 묵직한 인상을 준다. 내부는 어둡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이것은 창문이 작고 두꺼운 벽에 의해 자연광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대신 내부에는 벽화, 프레스코화, 석조 조각 등이 장식되어 있어, 당시 사람들에게 성경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도시는 고풍스러운 건축물들과 현대적인 도시 기능이 조화를 이뤄 낭만적이다. 바롤로스 거리 같은 도심의 보행자 거리에서는 고즈넉한 성당과 유럽 특유의 카페들과 18세기 바로크 양식의 분수, 조각상들이 놓여 있다. 브라가는 문화와 교육의 도시로도 잘 알려져 있다. 미뉴대학교 Universidade do Minho가 있어 젊은 층의 활기가 존재하고, 포르투갈에서 유명한 성 주앙 축제가 매년 열린다. 포르투에 살다가 좀 더 고즈넉한 분위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브라가로 넘어와 지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