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투표제 실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민주주의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이 존재하고, 국민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방법도 많지만 국민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기본은 선거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국민들이 얼마나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지는 각종 선거에서 나타나는 투표율로 알 수 있다.
2022년 3월 9일 치러진 20대 대선 투표율은 77.1%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30만 명을 넘어서고 격리자는 그보다 더 많았던 상황을 고려한다면 20대 대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투표율이 90%가 넘는 나라들이 있다면 어떨까?
벨기에의 2003년 투표율은 96.4%, 호주는 94.7%(2004년)를 기록했다. 이렇게 높은 투표율을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호주는 대표적인 의무투표제 시행 국가이다. 하원의원 투표율이 1919년 71%에서 1922년 59.38%로 떨어지자 호주 정부는 의무투표제를 시행했고, 이로 인해 다시 투표율이 91.4%(1925년)까지 오르게 되었다.
벨기에서는 투표를 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게 된다(1회 위반 50유로(약 6만 6천원), 2회 위반시부터 125유로). 호주는 20~5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며 미납시 징역형에 처한다. 브라질에서는 최저 임금의 3~10%의 벌금을 부과하고 공직제한, 여권 발급 금지 등의 처벌이 내려진다고 한다(부득이한 상황에 대해서는 소명의 기회도 주어진다.).
세계적으로 이러한 의무 투표제를 실시중인 나라는 22개국에 달한다.
2022년 대통령 선거 투표율이 77%에 달했지만 역대 투표율은 어땠을까?
2008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46.1%, 2002년 지방선거에서는 48.8%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절반 이하의 유권자만이 투표에 참여했다.
의무투표제가 아직 공론화되고 있지 않지만 많은 나라들의 사례에서 보면 투표율을 높이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안인 것은 맞다. 2008년 7월 이뤄진 정치관계법 선진화를 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77.4%의 국민이 의무투표제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의무투표제를 도입하지 않고도 투표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또한 많은 나라들의 의무투표제를 실시하여 투표율을 높이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TOCfE 생각도구 구름을 활용해 의무투표제를 둘러싼 갈등 상황을 표현해보았다.
국민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의사를 정치에 올바르게 반영해야만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의무투표제를 실시해야만 한다.
한편, 국민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유권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보장해야만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의무투표제를 실시하지 않아야만 한다.
그렇다면 의무투표제를 실시하면서도 유권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또는, 의무투표제를 실시하지 않으면서도 국민들의 의사를 정치에 올바르게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구름을 그려보니, 의무투표제를 실시해야 할지 하지 말아야 할지보다 중요한 것은 왜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지를 먼저 들여다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투표율을 높이는데 방해가 되는 걸림돌들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해본다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먼저 해야할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국민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의무투표제를 도입하는 것보다는 의무투표제를 도입하지 않으면서도 국민들의 의사를 올바르게 정치에 반영하기 위해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자신의 소중한 한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