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조은 Dec 06. 2016

브랜딩을 '발견'하는 노력

<배민다움>을 읽고


PR 일을 하면서 조직문화와 브랜딩에 부쩍 관심이 생겼습니다. 조직 규모에 따라 적용해야 할 규율이 다를 뿐이지 문화와 브랜딩에 더 이상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완벽한 조직이란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 스타트업에서는 지금보다 크고 오래된 회사를 다닐 때보다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리소스가 아주 중요한 퍼즐조각을 이룸을 깨닫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회사에 대한 가치관, 내가 하는 업무 결과물을 공개할 때마다 더욱 설레고 조심스러워집니다.


2011년 설립한 스포카는 국내 스타트업 중에서 아주 역사가 짧은 편은 아니지만, 현존하는 전세계 모든 기업들 속에서는 아직 시작에 불과한 조직입니다. 수십년의 경력으로 풍부한 인사이트를 지닌 사람보다 2030 세대의 젊은 사람들이 부족한 체계를 함께 만들어 가는 형태에 가깝습니다.





지난 11월 초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브랜드 전략을 인터뷰한 책 <배민다움>은 우리가 느끼고 바라보는 지금의 배달의민족 이미지가 형성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홍성태 한양대 교수와 김봉진 대표의 문답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항목 하나하나마다 즉흥적이지 않고 오래 고민한 후 정리된 답변이라는 흔적이 느껴집니다.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우리 회사라면, 나라면 어떻게 답할 수 있는지, 과연 답변이 준비된 상태인지 많이 생각하게 된 책입니다.


본문에는 <브랜딩의 4단계>(p.281)가 나와 있습니다. 1부터 4까지의 단계를 '브랜딩' 과정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 1단계 : 생산 및 제조
- 노브랜드(no brand)나 OEM 같이 브랜드 없이 운영하는 기업과 브랜드 있는 기업으로 분류한다.

## 2단계 : 브랜드 컨셉 형성
- 브랜드가 없어도 컨셉을 차별화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기업으로 분류한다.

## 3단계 : 컨셉 내재화
- 브랜드 컨셉이 광고용으로 쓰이는 데 그치는 기업과 이를 넘어 직원들에게도 체화된 기업으로 분류한다. 

## 4단계 : 외부문화 선도
- 3단계에서 형성된 브랜드 정신이 비로소 기업문화로 자리 잡았을 때, 진정한 하나의 문화가 되어 고객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 수 있다.


저자는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내부 브랜딩(Internal branding)'과 '장기적 브랜딩(Long-term branding)'을 강조합니다. 다시 말해, 내부 직원이 브랜드 컨셉을 알게 하고, 일관된 브랜등 아이덴티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게 브랜드의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스포카도 내부 브랜딩을 위해 많은 사내문화를 발전시키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 글에서 차차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스포카 BI 홈페이지. 스포카가 드러내는 브랜드 가치를 최대한 쉽고 직관적으로 기술한 디자인 가이드라인 웹사이트입니다.


스포카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건강한, 스마트한, 발전하는' 기업입니다. 이는 2년 전 직원들을 상대로 우리가 생각하고 원하는 스포카의 정체성에 대해 수집한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구축했습니다. 지금까지 이 브랜드 아이덴티티 하에 모든 서비스, 기업문화, 채용 등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어떻게 제품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녹여서 전달할 것인가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김재석(JC) 스포카 CTO의 글 <스포카 사명에 대한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사명은 '매장과 고객을 세련되게 연결'하는 일입니다. 구체적으로 스포카 사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서비스 철학에 대해 JC와 더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발견하는 일

Joanne / 브랜딩이라는 게 직원끼리 회의를 해서 딱 정한다기보다 오랜 기간 회사의 활동이 축적되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거죠.

JC / 브랜드는 만드는 것보다 '발견'하는 일 같아요. 이미 내부에 만들어져 있는 사명, BI, 구성원, 성격 등의 브랜딩을 발견하느냐 못하느냐 말이에요. 특히 <배민다움>에서 강조한 '장기적 브랜딩'에 많이 공감했어요. 오늘은 조금 후퇴하는 듯 보이더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오늘 투자한 시간이 약이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영업사원이 외부 미팅 나갈 시간에 회사에서 마케팅 스터디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일을 안 한다고 할 수 없어요. 오히려 출분한 스터디 없이 클라이언트에게 우리 브랜딩을 제대로 설명 못하는 게 더 문제에요. 우리의 건강한, 스마트한, 발전하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직을 이루는 어느 한 쪽도 부실하면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Joanne / 2012년 처음 만들어진 도도 포인트는 지금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태블릿에 전화번호를 입력해 포인트가 적립되는 방식이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버튼, 글씨 크기, 화면 움직임 등이 업데이트 되고 있는 데, 이 흐름이 스포카가 지향하는 '세련됨'의 의미일까요?

JC / 맞아요. 이 과정에는 서비스 역사와 구성원들의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먼저 제품 자체에 새로운 마케팅 방법을 흡수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 옐로아이디와 연동해 모바일 경험도 제공하고, 페이스북에서 매장 광고를 집행하는 등 부가가치를 더하고 있어요. 제품의 UI, 서체 등 스포카 만의 통일성 있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도 개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영업 측면에서도 직원 교육을 꾸준히 해서 단순 영업이 아닌 컨설팅 개념으로까지 확장하고 있죠. 우리 사명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은 브랜딩이 구성원들에게 내재될수록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객에게 주는 가치

Joanne / 도도 포인트의 고객은 1) 서비스 사용료를 지불하는 클라이언트 매장, 2) 적립 행위에 참여하는 엔드유저 소비자로 나눌 수 있습니다. 현재 스포카가 브랜딩에 집중하는 고객층은 누구이며, 타깃을 확장할 필요성도 있는지 궁금하네요.

JC / 1차 고객은 매장 사장님이죠. 사장님을 돕는 아이디어에서 현재의 사명과 서비스를 만들었으니까요. 소비자에게도 도도 포인트를 알리고 브랜딩을 전달하고 있지만, 지금 단계에서 하나에만 집중해야 한다면 매장에게 제공하는 가치입니다. 본질적으로 우리 역할은 매장이 고객관리를 잘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현재 스포카가 추구하는 세련됨이란 사장님이 본인 사업을 잘할 수 있도록, 이 매장이 브랜드를 가지게끔 도와드린다는 의미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Joanne / 도도 포인트는 고객 이전에 매장 사장님에게 호감과 신뢰를 얻는 일을 우선하고 있네요.

JC / 네. 방금 말한대로 매장에 멤버십을 운영하는 그 자체를 돕고 있어요. 사실 처음에는 소비자의 자발적인 적립 참여를 기대했어요. 하지만 소비자는 매장 계산대 앞에서 수동적이기 때문에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힘들더라고요. 오히려 사장님을 교육하는 전담 팀을 만들어서 고객에게 쉬운 적립 권유를 하게끔 만드는 것이 나을 거란 판단을 했습니다.



왜 우리 서비스를 쓰고 싶을까

Joanne / 그렇다면 우리의 브랜딩이 왜 사장님의 매장에 관여되는 게 좋은지 어떻게 설득할까요?

JC / 우리는 매장이 제각기 바라는 상상에 가까워지는 과정에 관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서비스 초기에는 기능 측면에서 수치로 매출 상승을 증명하는 데만 집중했지만, 경제 효과만으로 그들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도도 포인트를 들고 다니며 '이 제품을 사용하면 매출이 20% 오릅니다!'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진지하게 듣는 사장님이 적었어요.


'왜 매장은 우리 서비스를 쓰고 싶을까?'를 고민하다가, 보통 사장님이 창업을 하고 매장을 브랜딩하는 과정을 생각해 보았어요. 예를 들어 카페를 창업할 때 티스푼 하나를 골라도 엄청난 고민을 하지만 '이 티스푼을 고르면 매출이 3.24% 오를 것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사장님이 상상하는 '좋은 고객 경험'에 부합하는지를 그만의 직감으로 판단하겠죠. 우리는 기능적 측면을 강화하는 작업에도 심혈을 기울이지만, 브랜딩 창원에서 '우리 서비스를 쓴다는 것은 매장이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상상을 할 수 있도록 신경써야 합니다.


Joanne / 소비자들은 우리 브랜딩을 어떻게 경험하죠? 그들이 매장에서 도도 포인트를 경험하는 것과 그 매장 멤버십을 경험하는 것 사이의 균형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도도 포인트의 브랜딩을 강조할 것인지, 매장 브랜드에 속한 서비스로 녹아들 것인지 말이에요.

JC / 2014년 중순까지만 해도 제품에 매장 브랜딩을 커스터마이징해서 도도 포인트의 브랜딩을 자제하는 편으로 진행했었어요. 시간이 갈수록 제품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왔고, 그러면서도 클라이언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에 대해 많이 고민했죠. 지금은 사장님이 매장 만의 브랜딩을 위해 우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지우고 싶다면 존중해 드리고, 그렇지 않다면 예비 창업자들이 매장 경험을 떠올렸을 때 도도 포인트를 사용한 기억을 상기할 수 있도록 우리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균형있게 노출하고자 하는 것이 현재의 방향입니다.




지금까지 스포카가 매장과 고객을 세련되게 연결하기 위해 추구하는 브랜딩에 대해 공유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