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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조은 Feb 24. 2017

매일 90명에게 뉴스 들려주기

작은 일이어도 계속되면 많은 이들의 습관이 된다.

안녕하세요. Joanne입니다.



오늘은 제 PR 업무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는 일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자랑하거나 어려운 일도 아니고 꼭 PR 팀만 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다만 매일해야 합니다.



2014년 12월, 제 인생의 두 번째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당시 스포카는 인터넷 리서치가 힘들 정도로 현재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이었습니다. 이 회사의 첫 PR 팀을 어떻게 꾸려야 할지, (첫 직장과는 너무도 다른 분위기의) 스타트업 조직에 적응은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어요. 그만큼 기대도 컸습니다. 아직도 매일 휘청대지만 3년 전보다 우리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발견했고, 우리 미션과 철학을 제대로 전달할 방법을 계속 연구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버틴다기 보다는 조직과 함께 나도 성장하고, 어느새 이 일을 울컥할 정도로 즐기고 있음에 나름 만족합니다. 앞으로 할 수 있는, 해야할, 해야만 하는 무궁무진한 일들이 남아있지요.


습관의 일

입사하자마자 제가 먼저 하겠다고 한 일은 바로 '뉴스클리핑'이었습니다. 매일 오늘의 업계 뉴스를 간추려 직원들에게 공유하는 일입니다.


2014년 12월 29일 뉴스클리핑 메일. 회사 기사가 나오면 함께 첨부해 모두가 읽게 했습니다.


뉴스클리핑은 첫 번째 회사에서 해왔던 일이고, 사실 '너 여기서 어떤 일부터 할래?'라고 했을 때 꽤나 단순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90여 명의 직원들에게 정보성 전체메일을 매일 보내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많은 직원들이 메일에 링크된 뉴스를 읽고, 생각하고, 업무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알고보니 뉴스를 클리핑하는 역량보다도 부지런함과 책임감을 요하는 일이었습니다.


뉴스클리핑은 습관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담당자가 보내면 수신자가 읽는 상호 작용이 계속 일어나면서 자신도 모르게 뉴스 읽는 습관이 생겨 있을지도 모릅니다. 뉴스 읽는 데 대한 강요를 해서는 안 됩니다. 어차피 안 읽을 사람은 어떻게 해도 안 읽으니까요. 간혹 사무실을 지나갈 때 누군가 모니터에 오늘의 뉴스가 떠있거나, '그 기사 재밌게 읽었어'라는 피드백을 아주 가끔 받는 정도로 반응을 살피는 편입니다.


대개 직원들은 업무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나름의 여유가 있을 타이밍을 정해 오늘의 기사를 읽습니다. 그 타이밍이 제각각 다르죠. 누구는 뉴스클리핑 메일을 받은 즉시, 누구는 점심시간 휴식 때, 누구는 퇴근시간 직전에, 누구는 퇴근 후 지하철에서 확인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각자의 습관을 지켜주어야 하기 때문에 저는 가급적 오전 11시 이전에는 메일을 보내려고 노력합니다. 오전부터 외부 미팅이 있거나 긴급상황의 날에는 늦은 오후에 보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뉴스클리핑을 담당하며 얻은 몇 가지 깨달음입니다.


1. 아무리 바빠도 뉴스 읽을 시간을 낸다.

항상 구글 캘린더에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news'라고 적어놓습니다. 하루 1시간이면 1년에 대략 33시간을 이 업무에만 할애하는 것입니다. 흔한 PR인들의 기본 업무죠. 1시간 동안 오늘의 주요 업계 뉴스를 확인하고, 5개로 추린 뒤 전체 뉴스클리핑 메일을 발송합니다.


좋은 기사이지만 전사 공유하기엔 애매한 기사는 따로 저장해 두거나 사내 메신저 Slack에 링크를 남겨두기도 해요. 요즘은 페이스북 뉴스피드만 쭉 훑어도 오늘의 주요 뉴스가 뭔지 쉽게 파악할 수 있어요. 정말 중요한 건, 동기 없이 무작정 기사 페이지를 클릭하는 것보다 '우리 직원들이 모두 읽으면 좋을 기사를 찾아보자'라는 마음으로 1시간을 보내는 것은 질적인 효율에 굉장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아무리 바빠도 뉴스를 읽게 되고, 그 덕에 저도 공부를 하게 되죠. 어느 직원이 뉴스클리핑을 매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면, 최소 하루 5분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몰두하고 있을 것입니다.



2. 스타트업이라면 더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스타트업 직원들은 원래 IT나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아서 기사를 찾아 읽는 사람일 수도, 아예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저의 뉴스클리핑 업무는 후자의 사람들에게 더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경력이 많은 직원은 저보다 업계 소식에 빠듯하고 정보 습득이 훨씬 빠를테니까요. 특히 지금 회사가 첫 사회생활인 직원의 경우 꼭 업무와 직결되지 않더라도 뉴스클리핑을 챙겨 읽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5개의 클리핑 중 3~4개는 업계 소식, 나머지 1개는 스타트업이나 조직성장 관련한 기사를 주로 선정합니다. 회사생활을 하며 겪는 고민들을 뉴스클리핑 기사로 조금은 해소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요.


다만, 제 의도와 다르게 사람들의 사고 프레임이 한정 되어버릴 가능성이 우려됩니다. 어떤 대기업은 뉴스클리핑 자체로 직원들의 생각을 회사가 유리한 방향으로 옮겨오게 하는 전략을 취하기도 합니다. 어떤 주제를 얼마나 빈번하게 클리핑하느냐에 따라 직원들이 체감하는 트렌드가 달라지기 때문에, 항상 조심하고 편견 없는 클리핑을 하려고 노력해야겠습니다. 실제로 2015년 9월에 Facebook에서 '싫어요' 버튼이 나온다는 외신 번역 기사를 클리핑 메일에 넣은 적이 있었는데, 알고보니 오보였습니다. 이 뉴스클리핑에서만 정보를 접한 어느 직원이 '싫어요 버튼이 나온다고 하던데~'라는 Facebook 포스팅을 남긴 것을 보고, 정말 조심해야겠다고 느꼈었죠.



3. PR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이해한다.

신규 입사자와 마주치면, 주로 듣게 되는 첫 마디가 '뉴스클리핑 보내주시는 분이죠? 잘 보고 있어요'에요. 제 이름은 기억 못해도 '매일 아침 뉴스를 전해주는 직원'으로 통하는 것이죠.


대다수 스타트업 PR 담당자들의 고충은 '회사 안에 PR 일을 이해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일하기 힘들다'인 것 같습니다. 진짜로 맨땅에 헤딩하다가 혼자 울고 혼자 만족하고 혼자 추스르고를 반복할 때가 많은데요. 저도 어떻게 하면 '우리 조직에서 PR의 역할이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공유할까를 상당 시간 씁니다. 그 채널 중 하나가 바로 뉴스클리핑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회사 기사가 나오는 날에는 메일 제목에 '+스포카 기사'를 붙이면, 매일 뉴스클리핑을 읽지 않는 직원도 회사 기사가 난 날에는 메일을 확인하게 됩니다. 자연스레 우리 회사의 PR 담당자가 하는 일을 알게 되고, 어떤 시기에 어떤 소식이 기사로 나가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PR이 단순히 보도자료만 작성하는 직업은 아니라는 오해(?)가 생길 위험도 적어지죠. 모든 직원이 함께 뉴스읽기 습관과 회사 기사에 관심을 가지는 습관을 만들다 보면, 이 자체가 사내 PR이 되고 소통이 부드러워지리라 믿습니다.




뉴스 읽기 습관은 직원 모두가 함께 만든다고 생각해요.


스포카이기 때문에, 스포카에서 해야하는 내 업무이기에 하고 있는 일은 결코 아닙니다. 제가 퇴사를 하면 다른 직원이 일을 이어받을 수도 있고, 저는 다른 회사에서 또다시 뉴스클리핑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을 스포카 직원 분이나 타 PR 담당자 분이 본다면 '그냥 매일 날아오는 메일이고, 누구나 기본적으로 하는 PR 업무 아니야?'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냥' '누구나'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업무니까 제 하루 업무시간의 1시간을 쓰는 것이 아니에요. 제가 보낸 기사로 누군가에게는 큰 깨달음이 되고 충분히 특별한 하루가 될 수 있으니까요.


Prain 여준영 대표님의 블로그에서 좋아하는 문구로 글의 말미를 대신합니다.

'내가 하는 이 일이 전통이 될 것이다. 아무리 작은 일을 시작하더라도 무조건 이런 생각에서 출발 해버릇 하면 긴 여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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