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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조은 Mar 24. 2017

이태원 술집 <바라붐> 이야기

안녕하세요. 스포카 PR을 담당하는 Joanne입니다.


스포카가 여기는 핵심가치 중 제일은 ‘고객에게 최대한의 지속가능한 가치를 제공하자(Put customers first)’입니다. 전용 서체인 ‘스포카 한 산스’를 개발한 계기도, 일반 택배 박스가 아닌 ‘도도 웰컴박스’를 제작한 이유도 모두 고객(매장과 적립 고객)이 최고의 서비스 경험을 해야 한다는 회사 신념에서 출발했습니다. 이 신념 하에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개발자뿐 아니라 모든 직원이) 직접 고객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도 포인트를 갓 도입한, 혹은 도입 효과를 보고 있는 매장 사장님들을 찾아뵙고 인터뷰하는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특정 부서에 국한하지 않고 마케팅, 영업, 개발, 디자인 등 모든 직원이 인터뷰어가 될 수 있습니다.

그 동안의 그리고 앞으로 만나는 사장님과의 이야기를 기업 블로그에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PR 담당자인 저는 주로 해당 매장만이 가진 스토리를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단순한 서비스 이용 후기를 넘어서, 매장 마케팅과 브랜딩을 고민하는 사장님들의 숨은 노력을 배우고 또 공감하기 위해서입니다. 참고로 도도 포인트 이용 효과를 본 매장들과 만난 이야기는 장사왕 김사장 블로그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태원에 위치한 술집인 <바라붐>이라는 매장입니다. 2년 전, 입사 이후 제가 처음 만난 고객이기도 합니다. 서로가 많은 변화와 성장을 겪었을 2년 동안의 이야기를 풀고자 사장님과 또 한 번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먼저 2년 전 나누었던 대화를 공유합니다.



# 첫 번째 이야기 : 2015년 4월 16일

‘와, 독특하다!’를 가장 먼저 외치게 한 술집. 회사 클라이언트를 떠나, 이 매장과의 만남 후 자영업을 바라보는 인식이 크게 바꼈습니다. 서울 이태원에 소재한 술집 <바라붐>은 매장 인테리어, 메뉴, 고객 응대, SNS 등 어느 하나 허투루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곳에서 고객은 그저 맛보고 즐기면 되는데, 뒤에는 아주 치밀한 마케팅 고민과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첫 만남에도 불구하고 인터뷰하는 2시간이 짧게만 느껴졌습니다. <바라붐>을 이끄는 추찬석 Director와의 시간이었습니다.


1. 비주얼부터 반하다

Q. '간판 없는 술집'으로 유명해요. 저처럼 처음 방문하는 손님들은 꽤나 헤맬 듯 한데요?
A. 간판이 있긴 있는데 사람들이 못 찾을 뿐이에요. 먼 발치서 보아야 작은 간판이 보여요. 그마저도 가게가 골목에 있다보니 잘 안 보이죠. 대신 건물 외벽에 걸린 이발소 전등이 가게를 찾는 지표가 돼요.






2. 골목길 술집, 바라붐

Q. <바라붐> 오픈까지의 스토리가 궁금해지네요.
A. 호텔경영학교를 마친 뒤 조선호텔 벨보이로 일을 시작했어요. 아버지가 내 이름으로 된 호텔을 세워주지 않는 이상, 호텔에서 오래 일할 생각은 안 들더라고요. 곧바로 전공을 레스토랑으로 바꿨죠. 집안 자체가 갈비집 등 외식업을 운영했기 때문에 비교적 거부감이 작았어요. 이태원에서 <빌라 소르티노>, <마카로니 마켓>이라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연이어 운영했습니다. 더 작은 가게에서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해 보고 싶은 갈망이 커졌고, 지금의 <바라붐> 매장이 탄생하게 됐죠.


Q. 직원 교육도 직접 한다고 들었어요.
A. 여기 7명의 직원들도 저처럼 신출내기가 아니에요. 다들 전공과 생업이 이 분야인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역량을 더 키우기 위해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도입했어요. 특히 음식은 전세계 공통 문화이므로 인문학적인 교육이 필요하죠. 이 지식을 가진 직원이 고객과 소통했을 때, 저절로 고객은 우리 가게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고객이 직원에게 음식에 대해 질문했을 때) ‘제가 온 지 얼마 안 돼서, 다른 직원 분께 물어보고 말씀 드릴게요’에요. 모든 직원은 가게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하고, 고객을 대면했을 때는 완벽한 상태여야 합니다.





3. 문화를 소비하는 공간, 이태원

Q. 이태원 상권을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방문고객 수가 기준이에요. 단순한 숫자가 아닌, 매장이 제공하는 문화를 잘 이해하고 소비할 줄 아는 사람들의 숫자 말이에요. 이 트래픽이 가장 높은 한국 상권이 이태원입니다. 1970년대 이태원은 지금과 같은 관광지가 아니라 미군부대 옆에서 생겨난 언더 지역이었어요. 그래서 서울에서 유흥 문화가 가장 활발했고, 특히 미군 입맛을 맞추기 위한 서양 음식점이 많았죠. 당시 한국엔 맥도날드도 없었는데, 유일하게 이태원에 햄버거 음식점이 있을 정도였어요. 점점 사람들은 음식을 먹기 위해 이태원을 찾았고요. 그렇게 오늘날의 이태원은 극소수 사람들이 전파한 문화라고 할 수 있어요.



4. 창업과 폐업의 외줄타기

Q. 1년에 60만 개의 매장이 폐업한다고 해요. 갈수록 자영업자들이 창업하기에 힘든 환경이 되어가네요.
A. 사람들은 대개 삶의 필수조건인 의식주 중 ‘식’을 쉽게 생각해요. 패션 디자이너, 건축가는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전문분야라고 인식하는데, 왜 음식점 사장님과 요리사는 ‘한 번 해볼까’라는 직업으로 인식돼야 하는건지 안타깝습니다.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이나 생계형으로 무작정 창업하면 80~90%는 망합니다. 전문성이 없으니까요. 요리 배우는 거야 몇 개월이면 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인정 받는 맛을 내는 건 뼈를 깎는 고통과 경험이 뒤따르는 것 같아요. 물론 전문성이라는 게 학문적인 지식만 말하는 게 아니에요.


Q. 그렇다면 <바라붐>만의 전문성은 무엇인가요?
A. 독특한 외관과 마케팅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사실 기본 뼈대부터 탄탄히 쌓아두고 시작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리테일 산업은 생산에서 판매, 홍보, 고객 피드백 등 긴 과정이 순환됩니다. 음식점도 마찬가지에요. 그 과정이 1시간 30분 만에 끝나는 형태이니, 속도의 차이일 뿐이에요. 특히 음식은 고객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므로 엄격한 품질 체크가 우선입니다. 고객이 음식을 먹고 식중독에 걸리면 영업정지 30일인데, 그 가게는 망했다고 봐도 돼요. 돈 때문이 아니라 가게 자체의 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이죠. 그 정도로 기본 품질 체크는 민감한 사안입니다.



5. High Risk, High Return.

Q. <바라붐>하면 특이한 메뉴정책이 유명하죠. 왜 저번에 왔을 때 먹었던 메뉴가 매번 사라지는 거죠?
A. 벌써 70개 이상의 메뉴를 선보였는데요. 고객이 재방문했을 때 이전에 먹었던 메뉴가 없어야 합니다. 한 음식점에서 고정적으로 제공하는 메뉴에 대한 평가는 고객에게 주도권이 있죠? 하지만 그 평가는 객관적일 수는 없어요. 이를 피하기 위해 주도권을 우리에게로 바꿨어요. 인기가 좋았던 가리비나 거북손 메뉴는 다시 출시했다가 곧바로 메뉴에서 내린 적도 있어요.


Q. 과감한만큼 위험한 시도네요. 실제 효과는 어때요?
A. 이제 단골고객들은 ‘먹던 걸로 주세요’가 아니라 ‘오늘은 무슨 메뉴에요?’라고 질문합니다. 우리 단골고객들의 특징이 여기서 나오죠. 특정 메뉴가 맛있어서 방문하기보다는, <바라붐>이 제공하는 문화 자체를 좋아하는 것입니다. 매장을 오픈할 때도 이런 종류의 충성고객을 모으려는 의도가 컸어요. 물론 메뉴를 계속 바꾼다는 건 위험성 높은 도박과도 같아요. 셰프 입장에서도 끊임없이 신메뉴를 개발해야 하니까 곤욕이죠. 이 문제로 그만 둔 직원도 있다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뉴는 계속 바뀝니다.


6. 음식에 마케팅 베이스 넣기

Q. SNS 활동이 상당하더라고요. 특히 인스타그램!
A. 인스타그램이야말로 체계적으로 운영해요. 한국은 인스타그램 마케팅이 느린 편인데, 해시태그를 이용한 모바일 콘텐츠의 힘은 정말 대단해요. <바라붐> 인스타그램(@baraboom_kr)은 ‘오늘의 신메뉴’ 등 정보 전달이 중요합니다. 대표부터 직원까지 자유롭게 글과 사진을 포스팅할 수 있어요. 단, 반드시 해시태그 규칙은 지켜야 해요. #baraboom, #eatingbar 등 이미 정해진 해시태그가 모든 포스팅에 포함돼야 합니다.



Q. 최근 ‘도도 포인트’를 도입하셨죠?

A. 요식업에서 가장 고질적인 문제가 바로 고객 DB 관리에요. 도도 포인트를 도입한 이유는 그것을 확보하고 더욱 세부적으로 분류하기 위함이죠. 이게 가능해지면 고객 유형별로 타겟마케팅이 가능해져요. 예를 들어 일정 포인트가 쌓인 VIP 고객에게 방문 시마다 고객 이름이 적힌 금젓가락은 준다던지 할 수 있죠. 매장을 방문했을 때 내가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기분이 드는 순간, 고객의 충성도는 올라가기 마련입니다.




끝으로 <바라붐>의 프랜차이즈 계획을 물었습니다. 그는 “똑같은 컨셉의 2호점을 낼 생각은 없어요.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놓친 틈새가 곧 개인 매장이며 스타트업입니다. 이 틈새시장이 더욱 큰 공간으로 번지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바라붐>은 제가 하고 싶었던 모든 것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에요”라며 자영업 시장에 대한 열정과 희망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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