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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조은 Mar 29. 2017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2017을 만나다

매일 아침의 도착지인 선릉역을 지나쳐 곧장 분당으로 출근한 하루였습니다. 3월 28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네이버가 주최한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컨퍼런스 2017>에 다녀왔습니다.


네이버 그린팩토리 건물은 2015년 1월 21일, 마찬가지로 스얼과 네이버에서 주최한 '스타트업 쇼케이스' 행사를 위해 처음 가본 게 생각납니다. 이날 행사 참가소감으로 제 멘트가 쓰인 기사가 있는데 지금 보니 당돌하기도 하고 웃기네요.ㅋㅋ 스포카 홍보 담당자는 '(중략) 우리 회사도 다음에 꼭 이 행사에 참여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라니.. 당시 스포카에 출근한지, 스타트업에 입문한지 갓 2달이 되던 때였습니다. ㅎㅎ





자리가 없어 서서 듣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빼곡히 컨퍼런스장이 찼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내내 앉아있어야 할듯해 미리 겁먹고 아주 뒷줄에 앉았는데, 시간이 정말 금방 가더라고요. 더 가까이서 볼겸 앞에 앉을 걸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총 9번의 강연과 3번의 패널토크가 진행됐습니다. 크게 세 파트로 나눠졌습니다.

1. 실리콘밸리 & 서울

내용 : 실리콘밸리인/실리콘밸리 VC가 바라본 한국 스타트업.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실리콘밸리 성장기

연사 : Troy Malone 부사장(Weebly), Paul Yoo CFO(500Startups), 노범준 대표(AWAIR)

2. 3인3색 실리콘밸리 도전기

내용 : 실리콘밸리에서 펀딩받기, 실패하기. 맨'미국'땅에 헤딩하기

연사 : 이승윤 대표(Radish), 윤정섭 대표(methinks), 김성겸 님(팀블라인드)

3. 실리콘밸리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내용 : 실리콘밸리의 스피드, Hiring. IT기업 PM으로 성장하기

연사 : 안익진 대표(Moloco), 배수현 수석(Magic Leap), 정금희 님(전 Google)




강연 내용이 이미 많은 기사와 SNS 후기들로 잘 정리돼 있고, 곧 생중계 영상도 편집되어 올라온다고 해요. 오늘 배운 점, 크게 와닿았던 말을 위주로 적어봅니다.


팀블라인드의 미국진출기 by 김성겸 매니저
심플로우로 실시간 질문을 받아 진행된 패널토크


1. 으레 성장통이라는 걸 깨닫고 위로와 힘이 됐습니다.

아이디어가 죽어도 안 나오거나 번아웃에 빠지면 오히려 산책이나 독서를 하라는 추천을 많이 듣습니다. 오늘 컨퍼런스가 저에게는 산책과 독서 같은 리프레시 시간이었어요. 지금 내가 겪는, 내 조직이 겪는 갈등이 결코 우리들만의 것이 아닌 성장을 위해 당연히 거치는 통과의례임을 알면서도, 이런 자리에서 선배(?)들로부터 확실히 확인 받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과거에 우리만큼 혹은 우리보다 훨씬 고생했을 다른 조직의 성공기와, 영업비밀이었을지도 모를 에피소드까지 공유 받을 수 있다는 건 현재를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되는 듯 합니다. 일에 있어 근시안적 생각에 갇힌 느낌이라 괴롭던 시기에 큰 자극제가 되기도 한 기회였습니다.



2. '느려지는 순간에 사람들은 떠난다'

이상하게도 뇌리에 오래 꽂힌 말입니다. 많은 연사 분들이 '속도'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했습니다. 스피드를 뒷받침하는 치밀한 기획력과 추진력이 기본적이면서도 강력한 성공 비결이라고 합니다. Moloco 안익진 대표님은 목표달성을 이루기 위한 이상적인 속도와 실제 회사 속도 사이 간격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떠난다고 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모든 기준을 속도로 정했고, 파트너십/권한위임/글로벌리제이션 전략을 통해 해결점을 제안했습니다. methinks 윤정섭 대표님은 과거 실패경험에서 1st failure, 2nd failure가 거듭될수록 팀원이 이탈했다고 했습니다. 회사가 느려지던 순간이었습니다. AWAIR 노범준 대표님도 요구사항을 빠르게 해결하는 속도를 맞추기 위해 중국이 아닌 한국 제조공장을 선택했고, 샌프란시스코 팀과 서울 팀의 빠른 의사소통을 통해 디자인-마케팅-브랜딩 간 연결고리를 매끄럽게 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3. 사람의 중요성

스타트업에서 좋은 인재를 고용하는 방법이 아예 하나의 강연 주제였습니다. 배수현 수석 엔지니어는 Google에 있을 때 사람을 채용하는 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했다고 합니다. 결국 면접은 '일상적인 업무의 축약', 이 사람이 일상적인 업무를 어떻게 하는지, 우리와 fit이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정말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사람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 사람을 뽑은 건 신의 한 수였다거나, 이 사람이 들어오면서 문화가 변질되고 있다 등의 말에 공감할 분이 많을 것도 같습니다. 그만큼 작은 조직에서는 한 명 한 명의 영향력이 막강합니다. 작년 가을에 스포카 채용 Pool을 늘리기 위한 오프라인 채용행사 참가를 A부터 Z까지 HR팀과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채용 홍보를 하려면 우리 회사의 인재상은 무엇이고, 잠재지원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지 알아야 했으므로 저도 PR뿐 아니라 전체적인 과정에 참여해야 했습니다. 지나보면 조직문화와 사람의 중요성을 깨닫는 데 큰 도움이 된 프로젝트였습니다.



4. '우리가 항상 의견이 같다면, 둘다 있을 필요가 없다'

에너지 넘쳤던 Troy는 팀 의사결정 단계에서 '우리가 항상 의견이 같다면, 둘다 있을 필요가 없다'라고 합니다. 생각해 보니 우리 회사도 공동대표 체제인데, 대표님들끼리 농담으로 '우린 항상 반대야. 맨날 싸워'라고들 하시는데요. 사실 한 명이 왼쪽을 볼 때 다른 한 명은 오른쪽을 볼 수 있다는 것이죠. 한 단어로 '시너지'로 표현했습니다.





행사 전 날 리허설까지하며 유익한 발표를 들려주신 연사 님들의 열정과 노력에 감탄했습니다. Troy님은 강연만을 위해 전날 한국에 왔고, 곧바로 또 샌프란시스코로 떠나셨다고 합니다.


오늘 생각과 배움,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한국인들과 행사 참가자들의 열정을 오래 기억하면서 내일 출근을 또다시 준비해야겠습니다.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2018을 기대합니다! :)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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