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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FRAU Aug 09. 2021

자전거

스위스 일기

표지 사진 : Photo by. @JOFRAU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오늘 뭐해?"

"집 앞에서 자전거 연습하려고."

"많이 늘었어?"

"응. 자전거 타고 집 근처 호숫가 나가보는 게 올해 목표야!"


나는 자전거를 탈 줄 모른다 아니, 탈 줄 몰랐었다. 이제 배워서 타기 시작했으니까. 내가 자전거를 탈 줄 모른다고 하면 주변에서 놀라는 반응들이 많았던 거 같다. 운전도 아니고 자전거를?! 하는 반응. 그럴 때마다 올해는 꼭 배워야지 배워야지 생각을 했는데 실천으로 이어지기까지는 항상 어려웠다. 그런데 올해 드디어 타게 된 것이다. 열심히 자전거 연습하고 탈 수 수 있었던 건 열정 가득한 나의 자전거 선생님인 남편 덕분이었다. 많이 서툴렀던 나를 포기하지 않고 무엇보다 인내심을 가지고 잘 지도해주었던 남편이 많이 고맙다. 배울 때는 맘처럼 잘 되지 않아서 많이 속상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내가 지쳐갈 때마다 응원해주었던 남편이 그저 고맙다. 


친구에게 올해 목표 중 하나를 고백하고 나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남편과 자전거 연습을 하러 나갔다. 친구의 안부가 나를 자전거 연습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오늘도 늘 그랬던 것처럼 집 근처에서 연습할 계획이었기에 핸드폰도 지갑도 다 집에 두고 나갔다. 집 근처를 뱅뱅 돌면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나름 신나게 속도를 즐기고 있는데 남편이 도로에 나가보자고 따라오라고 했다. 갑자기 도로라니 잠깐 겁이 났지만 언제까지나 동네만 돌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용기를 가지고 남편을 따라 태어나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고 도로에 나섰다. 인도와 차도 사이에 나 있는 붉은색 자전거 도로로 처음 나가는 순간, 괜히 설레기도 또 긴장도 되었다. 처음이란 정말 이렇게 매번 긴장이 되는구나. 또 설레는구나. 


'이게 무슨 일이야.'


집 근처 헬스장에 도착했다. 걸어서 10-15분 정도 되는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5분도 채 안 돼서 도착한 거 같았다. 짧은 거리였지만 여기까지 자전거를 타고 온 내가 너무 신기했다. 


"나온 김에 호숫가 돌고 가자. 충분히 갈 수 있겠어."


남편은 헬스장 앞에 도착했다며 신나 하는 나를 조금 진정시키고 또 다른 과제를 제시했다. 나는 호수까지는 조금 멀지 않나 싶은 생각에 또다시 잠깐 겁이 났다. 하지만 살랑살랑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쨍하고 내리쬐는 해 없이 그저 선선한, 자전거 타기 딱 좋은 날씨가 남편과 함께 나를 설득했고 나는 결국 설득당했다. 남편이 앞장을 섰고 나는 다시 붉은색 자전거 도로로 나섰다. 호수가 보이니 나도 모르게 와하고 소리가 나왔다. 남편은 초심을 잃지 말라며 내가 한 눈 팔지 않도록 주의를 주었다. 나는 평소에 걸으면서도 한 눈을 잘 파니까 남편은 분명 내가 엄청 걱정이 되었을 것이다. 호수에 빠질까 봐? 다행히 나는 남편의 주의를 잘 들었고 그래서 덕분에 한 눈을 팔지 않고 예쁜 풍경을 배경 삼아 말 그대도 신나게 씽씽 달렸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잠깐 휴식을 취했다. 내가 여기까지 자전거를 끌고 온 게 아니라 타고 왔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다. 집 앞에서 조금 뱅뱅 돌다가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그나저나 이렇게 나올 줄 모르고 핸드폰도 다 두고 왔는데 이 순간을 사진으로 또 영상으로 담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쉬웠다. 내가 자전거를 타고 여기 왔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리면 엄만 위험하지 않았냐고 물어보실 테고 아빤 안 믿으실 텐데 그래서 증거가 필요한 건데. 하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이렇게 나온 게 마냥 기분이 좋고 신기했다. 도착한 호숫가에 자리를 잡고 잠깐 휴식을 취했다. 


"아까 나오면서 친구한테 올해 목표가 자전거 타고 호숫가 나오는 거랬는데 나 목표 이뤘어."

"잘했어. 잘 타 이제."


남편에게 은근슬쩍 목표 달성을 자랑했다. 집에 도착해서 친구한테도 방금 목표를 이루고 돌아왔다고 연락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부모님께도 말씀드리고. 아, 남편보고 말씀드리라고 해야겠다.



2021.08. 스위스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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