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FRAU Aug 13. 2021

기다리다 : 어떤 사람이나 때가 오기를 바라다

스위스 일기

표지 사진 : Photo by. @JOFRAU


최근에 큰 시험을 치른 친구가 시험을 마치고 우리 집에 놀러 왔다. 아직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던 친구는 내가 내려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고맙다고 웃었다. 날이 꽤 더웠지만 찬 음료를 주기 싫었던 나는 일부러 따뜻한 커피를 줬는데 고맙다며 웃는 친구에게 아이스커피 한 잔을 더 주고 싶었다.


나도 꽤 큰 시험을 준비했던 적이 있다. 시험도 시험이었지만 오히려 시험을 마치고 결과를 기다렸던 그 시간들이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만날 때마다 결과를 묻는 사람들이 어쩌면 너무나 당연했지만, 한 편으로는 내가 말할 때까지 조금 기다려줄 수 없나요 하고 이야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래서 더욱 그 시간들이 힘들게 느껴졌던 거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저 궁금해서 물어본 거였을 텐데. 시험을 치르고 온 친구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아직 결과는 안 나왔다고 그래서 떨린다고. 나는 그저 고생했다고 이제 좀 쉬라고 했다. 친구는 웃으며 커피가 맛있다고 고맙다고 했다.


기다리다 : 어떤 사람이나 때가 오기를 바라다 

(참고 : 네이버 국어사전)


누구나 한 번쯤은 기다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기다림의 대상이 사람이었든 시험의 결과였든 그 무엇이었든, 무언가를 기다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기다림은 때때로 설레기도 하고 때로는 애가 타기도 한다. 기다림의 끝에서 무엇을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설레는 마음도 또 애가 타는 마음도 커진다. 그 끝에 기다렸던 무언가가 반겨주고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그렇지 않다면 혹은 아무것도 없다면 이내 부풀었던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변해 버리고 만다. 그렇게 어떤 사람이나 때가 오기를 바라는 일은, 그 마음은 나도 모르게 크게 부풀었다가 나도 모르게 펑 터져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기다리는 그 사람이, 그때가 나도 모르게 얼른 와 버렸으면 좋겠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다 각자의 때가 있는 거야 라는 위로 혹은 조언 또는 충고를. 그 말이 나는 참 슬펐다. 그 말을 듣는다는 것은 그때는 나의 때가 아니라는 소리였으니까. 그럼 저의 때는 언제 오나요 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물어본 나도, 들은 상대방도 서로 웃고만 말까 봐 질문을 삼켰다. 순간순간마다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 고되고 귀찮을 때도 있지만 오늘의 순간이 그 언젠가의 기다림의 끝이었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어떤 사람이나 때가 오기를 바라는 일은, 그 마음은 나도 모르게 지나갔을 수도 있고 나도 모르게 지금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안한 마음으로 살기 원했잖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어 했잖아. 지금이 그렇잖아.'


다른 날 말고 오늘이 그렇게 내가 기다렸던 그때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2021.08. 스위스 일기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를 위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