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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GAKBO Feb 10. 2021

샴푸 50g만 담아갑니다, 리필 스테이션

세상을 바꾸는 작은 상상

한국에서도 제로 웨이스트 바람이 불고있다.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이는 것에서 나아가 아예 포장에 사용되는 최소한의 일회용품까지도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불고 있다. 요즘 전국 각지에서 제로 웨이스트샵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스테인리스 빨대, 면 생리대 등 일회용품을 대체하는 물건부터 수질오염과 플라스틱 배출을 감소시키는 설거지 비누, 샴푸바까지 그 범위도 다양하다. 이러한 제로웨이스트샵 내부에는 ‘리필 스테이션’을 갖춘 곳도 여러 곳이다. 이름도 생소한 ‘리필 스테이션’. 이 곳은 어떤 곳일까? 

제로 웨이스트를 위한 실천의 첫 걸음인 리필 스테이션 © 플래닛 오가닉 공식 홈페이지


리필 스테이션이 뭔가요? 


리필 상품이라 함은 원래 쓰던 용기를 그대로 사용한 채, 내용물만 채워서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판매하는 물품을 말한다. 리필 스테이션 역시 '리필'이라는 단어의 뜻답게 내용물만 파는 상점.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리필 상품과 다르게 비닐 포장재에 담긴 내용물로 가득한 곳이 아니다. 리필 스테이션은 정말 ‘내용물’만 파는 곳이다. 내가 필요한 것을 사고자 한다면 내용물을 담아 갈 용기를 직접 가져가거나, 보증금을 내고 용기를 대여해야만 한다. 우리에게 낯설지만 해외에서 리필 스테이션을 경험해 본 분들이 한국에서도 이를 찾고 있다. "우리 동네에는 리필 스테이션 없나요? 있으면 편하고 좋을 텐데요." 지역 커뮤니티에서도 간혹 이러한 게시글이 올라오곤 한다.  

비닐 포장재가 없는, 정말 '내용물'만 판매하는 리필 스테이션 © 플래닛 오가닉 공식 홈페이지


15년 전통의 리필 스테이션, 언패키지드 AT 


우리나라 제로 웨이스트샵과 리필 스테이션은 그 역사가 5년 내외로 짧다. 우리나라보다 환경 보호에  일찍 관심을 기울인 유럽에서는 이미 15년 전통을 자랑하는 리필 스테이션이 있다. 바로 런던의 ‘언패키지드 AT(UnpackagedAT)’. 창립자인 캐서린 콘웨이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을 초기부터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언패키지드AT는 '플래닛 오가닉(Planet Organic)’이라는 이름의 식료품 가게를 런던 곳곳에서 운영한다. 유기농 식자재들을 주로 판매하는 곳이다. 가게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에 쭉 늘어선, 커다란 통 안에 담긴 곡물통들을 볼 수 있다. 마치 시리얼 배급기처럼 마개를 밀고 필요한 만큼 준비해 온 통에 곡물을 담아서, 스스로 양을 재 계산하면 끝이다. 

15년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의 리필 스테이션. '언패키지드AT' 사 © 언패키지드AT 공식 홈페이지


필요한 양만 담아 가세요 


오트밀, 렌틸콩 등 식료품을 대상으로 시작된 플래닛 오가닉의 리필 스테이션은 현재 그 폭을 넓혀 세제, 화장품, 오일까지 '담아 갈 수 있는 모든 것'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밸브를 눌러 원하는 양 만큼 샴푸를 담아갈 수도 있고, 발사믹 식초를 굳이 1L씩 구입하지 않아도 내가 필요한 양만큼 담아 갈 수 있다. 잎차도 원하는 양만큼 담아 갈 수 있게 유리병에 담겨있다. 집에서 쓰던 차 보관함에 담아 가도 되고 심지어 세척 후 잘 말린 우유팩에 담아 가도 된다. 스스로 그릇과 보관함을 가지고 오기 때문에 말 그대로 '비닐 없는' 쇼핑이 가능하다. 또한 필요한 양만큼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서 지갑 사정에도 도움이 되니 환경보호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어도 한 번쯤은 방문하고 싶지 않을까?  

환경보호 뿐 아니라 각자가 필요한 양만큼만 구매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 플래닛 오가닉 공식 홈페이지


비접촉 시대, 진화하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 


코로나바이러스 19 유행 이후 배달에 관한 수요가 상당히 늘었다. 직접 매장을 방문하기보다 인터넷 주문과 배달을 선호하는 것은 전 세계적 특징. 제로 웨이스트를 표방하는 업체들의 고민은 이보다 더 깊을 것이다.  언패키지드AT는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단체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제로 클럽(Club Zero)'이다. 화분으로도 재사용이 가능한 용기에 곡물, 채소 등을 포장해서 보내주고 그 용기를 리필 스테이션에 방문할 때 사용하게 하는 단체이다. 한편 2020년에는 친환경 관련 콘퍼런스가 팬데믹으로 인하여 화상회의로 대체되자, '이동을 하지 않아 배출되지 않은 가스들을 생각해 보면, 이것이 대세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라며 오히려 긍정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하였다. 

언컨택트 시대에 발을 맞춰 발전해 나가는 단체들을 지지하는 제로 클럽 © 플래닛 오가닉 공식 홈페이지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제로 웨이스트 운동의 주요 활동가인 언패키지드AT의 대표 캐서린은 최근 사내 인터뷰에서 제로 웨이스트 운동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해주는 조언으로 이렇게 말했다. "작지만 확실하게 시작하라. 물건을 살 때마다 전보다 더 좋은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해볼 만하다." 너무 단번에 거창하게 시도를 하기보다는 '사소한 노력'의 누적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 아닐까. 당장 모든 생활용품을 바꾸기보다는 쌓아둔 화장품 다 소모하기, 카페에서 개인 텀블러 이용하기 등 사소한 실천을 꾸준히 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제로 웨이스트 운동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사소한 노력을 꾸준히 실천하여 제로 웨이스트에 첫걸음을 내딛어 본다 © 플래닛 오가닉 공식 홈페이지


이미지 및 정보 출처 :

언패키지드AT 공식 홈페이지 (https://www.beunpackaged.com/)

플래닛 오가닉 공식 홈페이지 (https://www.planetorganic.com/)


By 에디터 "R" - 더 나은 사회와 가치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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