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운동장 달리기로 하루를 마무리했던 적이 있다. 중학생이었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20분 정도 달렸었다. 12월, 새찬 바람이 뺨을 때리는데도 달리기를 하면서, '혼자와의 약속을 못 지킨다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책에서 자신과의 약속에 관한 글을 읽었고, 그 문구에 상당히 감명을 받은 것 같다. 이런 달리기는 날씨가 너무 추워져 더 달리다가는 폐가 상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진해서 멈추게 되었다.
브런치 작가가 된 후, 거의 매일 한 편을 발행하고 있었으나 오늘은 그렇게 하질 못했다. 하고 있던 일을 하지 않은 것에서 마음으로 모종의 불편함을 느꼈다. 그런데 나와 약속을 어겼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약속을 하지 않았기에, 약속을 어긴 것도 아니었던 것'을,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과 관련하여 되짚어보니, "매일 하루 쓸 수 있다. 쓰면 좋겠다. 쓸 것 같다. 그냥 쓴다."와 같은 생각을 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에 "반드시 쓰겠다"와 같은 결심, 결단, 약속이 낄 자리가 없었다. 그러니 다른 약속에 뒷전이 되어서 쓰지 않은 게 아닌가 한다.
약속하지 않았기에, 마음으론 불편하더라도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습관을 어기는 것에 마음이 불편해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만두기에 너무 좋은 환경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