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분의 일 - 식물 편
최근 내가 돌보는 식물들이 처음으로 병충해를 겪고 난 후, 전정(가지치기)의 개념과 물꽂이에 대해 알게 되었다.
처음엔 식물을 자르거나 꺾다는 게 낯설고 불편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자라기를 멈추었던 무늬 홍콩야자의 아랫가지들을 후두둑 정리하고 나니, 기다렸다는 듯 새 잎들을 올려보내는 걸 보았을 때 슬프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 지나지않아 학자스민이 스툴의 키를 넘어 바닥에 닿았을 땐 좀 더 과감하게 줄기를 잘라낼 수 있었다. 그리곤 자른 줄기는 수돗물을 콸콸 채운 빈 화장품 용기에 대충 꽃아두었다.
며칠 후 아래로 늘어져있던 잘린 줄기가 방향을 틀어 하늘을 향해 우뚝 서있는 모습 봤을 때의 그 생경함이란! 힘을 뺀 아름다운 곡선과 힘차게 뻗은 직선들을 눈으로 좇으며 그들이 가진 에너지, 그 에너지가 가진 자유로움에 대해 생각했다. 얼마 전 본 전시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고, 원래도 풍성했던 학자스민이 왜인지 더 풍성해 보인다고도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은 빈병에 꽃아뒀던 줄기마저 자려던 나를 세차게 흔들어 깨웠다. 며칠 전 물을 갈아 줄 때 손톱만큼 작고 투명한 뿌리를 보고 작지 않게 기뻤는데, 어느새 손가락만큼 긴 뿌리를 내더니 새 잎을 군데 군데 틔우고 있었다. 잘려나간 부분이 다시 새 생명을 움틔우는 장면이 마음에 위로가 됐다. 저 자투리 털실 같은 모양을한 뿌리로, 하루종일 수돗물 따위로부터 양분을 끌어올리고 있었을 끈질긴 시간을 떠올려 본다.
상처를 주면 그 반대 방향으로 힘을 달리하며 나아가길 멈추지 않는 식물들에서 배우고 느낀 걸 글자로 옮겨 아로새기고 싶었다. 요즘 들어 작고 아름다운 것을 알아볼 순간들을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지나쳐버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인 것 같다.
비록 지금은 생뚱맞게 뻗어버린 삐쭉한 줄기 같더라도, 볼품없고 연약한 실뿌리 일지라도 언제 또 깊고 튼튼한 마음의 뿌리를내려 어떤 꽃을 피워낼 힘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