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밥 하나 만드는 재미없이.

(내 밥을 식품회사에 맡겨버린 바쁜 사람들)

# 내 밥 하나 만드는 재미없이.

(내 밥을 식품회사에 맡겨버린 바쁜 사람들)


우리는 바쁘다. 졸라 바쁘다. 그래서 내 밥 하나 만드는 재미없이 살아간다. 내 밥은 식당의 이모님들께 맡긴다. 또는 CJ 비비고나 풀무원 등 식품회사에게 맡긴다. 왜냐하면 우리는 졸라졸라졸라스트 바쁘기 때문이다. (바쁨의 최상급ㅋ)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이상 어릴 때부터 졸라 바쁘다. 학원에 가야해서, 우리는 가공식품을 먹는다. 핫도그나 쫀드기, 피카츄돈까스로 배고픔을 때웠다. 왜냐하면 중고등학교가서 공부 잘 할라면 선행학습을 해야 되니까.

중고등학교에서도 바쁘다. 매점에서 뭔가 부실해 보이고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은 향이 나는 빵으로 자라나는 청춘의 허기를 채운다. 왜냐하면 수능을 준비해야 되니까.


피카츄돈까스.PNG <피카츄 돈까스> 출처 : 인사이트


대학생이 되어서도 바쁘다. 편의점 도시락과 컵라면으로 때우고 만다. 왜냐하면 토익을 준비해야 되니까, 왜냐하면 남들 다 가는 교환학생이나 해외연수를 준비해야 되니까, 왜냐하면 자격증을 준비해야 되니까. 취업을 준비해야 되니까. NCS 시험을, GSAT를, HMAT 등 기업별로 다른 인적성을 준비해야 되니까. 자소서를 기업별로 다른 문항에 준비해야 되니까. 인성면접을, 역량면접을, 토론면접을, PT면접을, 창의성면접을, 합숙면접을 준비해야 되니까. 이제는 포트폴리오까지 만들어 준비해야 되니까. (하이퍼 리얼리즘. 소오름;;)


HMR.PNG <HMR 국내 출하 현황> 출처 : 식품외식경제

우린 참 바빴다. 바쁜 나날 속 우리의 밥짓기는 누구 몫이 되었는가. HMR상품이 선풍적인 인기라는 뉴스가 나는 그닥 반갑지 않다. 나는 식품MD로서 일을 했었다. 이전에는 가공식품을 참 좋아했다. 대학생이자 자취생인 나의 배를 싼값에 채워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일을 해보니 식품팀은 가공식품팀과 신선식품팀으로 나누어졌었는데, 당시 팀장님께서는 가공식품은 입에 가까이 하시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식품업계에서 일하면 가공식품을 배터지게 먹을 수 있어서 좋을 줄 알았다. 하지만 오히려 없던 위염이 생기기 시작했다.


직장인이 되어서도, 프리랜서가 되어서도, 1인기업가가 되어서도,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어서도 내 인생은 항상 바빴다. 밥을 허겁지겁 빨리 먹는 것은 습관이 되었다.


아빠는 느릿느릿한 태도 때문에 엄마에게 잔소리를 종종 들었었다. 나 역시 아빠의 느릿느릿한 면들을 닮았었다. 운전도 천천히, 밥도 천천히, 걸음도 천천히. 아빠를 보며 그 그늘 속에서 그를 따라 닮아갔던 나는 원래 느린 사람이었다.


그러던 나는 점점 사회화가 되면서, 느림을 붕괴해버리고 말았다. 밥을 급하게 먹다보니, 체하는 건 당연지사였다. 다이나믹 듀오의 노래처럼 위통약은 내 생활의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나는 내 소중한 위를 단순히 밥통으로 여기면서 아무거나 쳐넣고 살아왔다.


그리고 빨리 가서 일하려고 빨리 먹었던 것들이 습관이 되어서, 후에 어떤 일정이나 일이 없더라도 빠르게 밥을 먹게 되었다. 디저트로 귤 같은 과일을 먹어도 참 빠르게 먹다가 체하기도 했다.


오늘은 아빠의 느림이 그리워진다. 결국 위가 아파서 딱딱해져서 찾아간 병원. 원장님은 나에게 40번 이상을 씹을 것을 권고했다. 그 이후 정말 씹을 때마다 숫자를 하나씩 세알려가며 씹었다. 한 3-4번 씹고 꿀떡 삼켜버리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하기 위한 기계가 되어버렸나? 병원 원장님은 나에게 10배나 더 씹고 삼키라고 말한 것이다.


나는 이제 프랑스 여인처럼 음미하며 음식을 섭취할 것이다. 아무거나 밥통같은 위에 쳐넣는 것이 아니라, 나를 사랑한다면 나를 아낀다면 먹는 음식 또한 좋은 것들을 선택하여 섭취할 것이다.


프랑스 여인처럼 출처 kbs.PNG <다큐멘터리 프랑스여인처럼 먹어라> 출처 : KBS

우리는 어쩌면 내 밥 하나 만드는 재미없이 살아가고 있던 것이 아닐까?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는 우리에게 힐링을 주었다. 서울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노량진에서 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졸업생. 고향인 시골로 돌아와 친구들과 함께 밥을 지어 나눠먹는다. 자연에서 나오는 신선한 곡물과 다채로운 빛깔의 채소를 가지고 요리를 해 먹는다.


리틀포레스트 배추천 출처 연합뉴스.PNG <리틀포레스트 영화 속 배추전> 출처 : 연합뉴스

설거지 하는 시간이 아까웠다. 밥짓는 시간이 아까웠다. 반찬을 하는 시간이 아까웠다. 그래서 모든 것을 테이크아웃으로 해결했다. 가공식품으로, 배달로 해결했다. 설거지 하는 시간은 너무 아까워서 어플리케이션에서 대리주부같은 서비스를 이용해보려고 생각했다.


내 시간의 가치. 내 시간은 비싸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로 내가 일해서 벌 수 있는 가치는 점점 고부가가치가 되고 있었다. 좋은 일이었다. 내가 하는 업의 분야에서 인정을 받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피폐해져갔다. 오히려 건강마저 잃고 말이다. 그렇게 전전긍긍 돈을 모아서 대체 뭐가 되려고. 이렇게 집 한 채 사기 힘든 세상에.


소화제.jpg 바쁘게 살아온 결과가 이런 것이라면.... 나는 왜 바쁘게 살았을까? 실제 내 소화제들이다. 카베진 대용량도 바닥을 드러낸다. 위산제도 모자라 양배추즙까지 먹어본다... 또르륵..


계산을 해보았다. 내가 제대로 일하면 시간당 벌 수 있는 돈이 얼마. 대리주부 서비스를 이용하면 얼마를 지출하고, 외식을 하면 얼마를 지출하고, 나는 얼마의 시간과 돈을 아낄 수 있는 지. 무조건 나는 내 일을 하는 게 옳았다. 그런 식의 논리라면. 그리고 밥과 살림은 다른 사람들에게 대신 해달라고 하는 것이 나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보니 괴로웠다. 아마 얼마 전에 내가 썼던 브런치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있을 것이다. 자꾸 집안일이나 밥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려고 짱구를 굴리는 것에 대해 ㅋ


어느 날 문득, 쌓인 설거지들을 혼자서 차근차근 다 해내었다. 뽀득뽀득 그릇을 씻으며 나는 자존감을 회복했다. 성취감을 얻을 수 있었다. 성취감, 자존감. 이렇게 쉽게 얻어도 돼? 라고 생각할 만큼, 깨끗해지는 접시를 보면서 내 몸과 마음도 깨끗해지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면, 내가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을 때는 집이라는 공간도 비교적 깨끗하다. 하지만 무언가 밸런스가 붕괴되고, 너무나 바삐 살고 있을 때 내 집도 엉망. 바쁜 밥통인 내 위도 엉망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깨달음을 얻은 후로 나는, 적어도 내가 먹을 음식. 내가 내 입으로 넣는 음식은 직접 만들어서 나에게 해먹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스타그램 IGTV로 하루종일 요리 레시피만 봤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다 없다. 아주 기본적인 재료들이 다 없었다.


설탕, 참기름, 들기름, 참깨, 멸치, 맛술 같은 기본적인 양념이나 조미료가 없었다. 당근, 양파, 감자, 대파 같은 기본적으로 집에 있을 법한 채소들도 없었다. 그러니 악순환이었던 게지. 그 길로 마트에 가서 기본적인 양념과 채소들을 구비해두었다.


리틀 포레스트 영화처럼, 소박하게 내 밥상 차려보는 일. 정말 작고 사소한 일 같지만, 어찌보면 나를 위해 가장 멋진 일.


내 밥 하나 만드는 재미없이 사는 것, 우리 정말 옳게 살고 있었던 걸까?


나는 내일 아침 양파밥을 만들 생각이다. 푹 찐 양파밥에 양념간장과 계란후라이를 넣어 쓱쓱 비벼먹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행복해진다.


마치 어린왕자에서 여우가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라고 말한 것처럼. 내일 아침 내가 직접 지은 건강한 양파밥을 먹을 생각을 하니까, 나는 오늘 밤부터 행복해졌다.


양파밥.jpg 양파밥 하는 중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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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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