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에 비벼 먹는 맛

[숫자 체스] 1부 5화

by 란파색깔기애베개

폰의 신체에서 나오는 제져. 그건 하찮았다. 킹의 신체에서 나오는 기본 펀치의 위력이 훨씬 위에서 놀고 있었다.

“으…윽,“

자석처럼 바닥에 붙어 있던 춘씩에게서 소리가 들렸다. 기절하지 않았구나. 그래도 꼴에 명문 집라고. 다른 폰들은 전부 꿀잠에 빠져 있는데 혼자 일어섰다.

“너, 꽤나 제법이구나. 역시 수왕 집안이야.”

아직도 모르는 건가. 수왕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신분의 차이임을. 나는 다시 수력을 둘렀다. 아직 한 번에 2씩 두르는 수준까지는 아니라, 다시 두른 수력도 1이었다. 이걸 허공에 휘두르기만 하여도, 저 춘씩이란 작자는 끝이다.

“더 올 거냐?”

나는 반말로 물었다. 쟤가 맨 처음에 말을 놓은 까닭이다. 춘씩은 대답 대신에 다른 말을 지껄였다.

“너는 굉장한 실수를 저지른 거야.”

아까 나에게 맞기 직전에는 벌벌 떨더니 거리 좀 떨어졌다고 다시 용기가 부른 모양이었다.

“폰의 고유 수식이 얼마나 강력한지 모르지?”

고유 수식. 특정 신분만 할 수 있는 수식으로, 따로 연습 없이 전개가 가능하다.

“응, 몰라.”

“지금 알게 되겠네.“


스윽.


순식간에 춘씩은 내 앞에 있었다.

“두 칸 전진.“

순식간에 장거리를 이동하는 폰의 고유 수식인 듯했다. 나는 처음 보는 수식에 당황하였다. 그도 그럴 게, 나는 지극히 기본 수식 말고는 아예 모르는 상태이다. 게다가 그 기본 수식들도 이름만 들어본 꼴이었다. 춘씩의 공격을 거기서 멈추지 않을 각이었지만, 그는 멈추고 말았다. 왜냐하면…. 그냥 내가 뛰는 게 더 빨랐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주위를 교란하며 속삭였다.

“너 왜 이렇게 느리냐?”

수력 1이 둘러져 있던 다리로 뻥! 춘씩을 찼다. 이전에 내게 맞아 내구력이 떨어져 있던 그는, 진짜로 투석기에서 발사된 공인 것마냥 쌰아악 날아갔다. 더 이상 시선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언제 일어났는지, 다른 폰들이 일제히 나를 보고 있었다. 내가 그들을 쳐다보자, 그들은 화들짝 고개를 숙였다.

“아아, 킹님. 아무리 타락 가문이라지만 킹은 킹일 터. 저희의 절을 받으시옵소서.”

그때 나는 굉장한 희열을 느꼈다. 이것이 킹의 기분? 그제서야 진정한 킹이 된 듯하였다.

‘아빠, 내가 옳았던 거야!’

나는 그들에게 명했다.

“그렇담, 내게 이 마을을 안내하여라.”

그들은 머뭇머뭇 서로의 눈치를 살피느라 바빴다. 이내 한 명이 나와,

“예, 따라오십시오.” 라며 길을 안내하였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점점 해가 뜨고 있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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