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 한 방

[숫자 체스] 1부 4화

by 란파색깔기애베개

춘씩이란 애는 나를 계속 노려보았다. 여기서 기죽을 수 없기에, 나도 그를 노려보았다. 다른 폰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춘씩이 먼저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물러날 기회를 드리죠.”

“…”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춘씩은 한 번 피식 웃고는 중얼거렸다.

“수식 전개…“

수식. ‘수력’으로 작동하는 현상이다. 특정 주문으로 발동되며, 일종의 마법 같은 기술.

영웅 가문의 수식이라.. 왜인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

“수력 4…. 제져.“

‘?!’

제져, 손 끝에서 폭발 레이저를 발사하는 수식이다. 내가 수식을 배운 적은 없어도, 그 정도의 기본 수식은 상식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4의 수력이 담긴 제져는 내 생각보다 월등히 빨랐다. 결국 나는 그 레이저를 맞아 버리고 말았다.


펑!


’제져‘는 정확히 내 심장 부근을 가격하였다. 춘씩이 여유만만하게 말했다.

“어떱니까? 제가 매일같이 연습한 제져의 조준 실력이.“

나는 가슴을 어루만져 보았다. 멀쩡했다. 아프지도 않았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거 안 아픈데요? 겨우 이겁니까!“

내 상태를 확인한 춘씩은 겉으로 놀라지 않은 채하였지만, 뻔히 보였다. 흔들리는 눈동자가.

“이딴 기본 수식으로 저를 제압하려 한 건가요? 이딴 게 영웅 가문?”

나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제져! 제져! 제져! 제져! 제져! 제져!”

터벅터벅. 나의 행진을 방해하려 제져를 난사하던 춘씩은 곧 놀라 자빠지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제져를 손에서 놓지 못하였다. 본인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게 제져인 듯 싶었다.

펑펑펑펑펑펑. 연속으로 터지는 제져는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지금 내가 춘씩이란 자와 베개 싸움을 하러 온 건가, 싶기도 했다.

“오.. 오지 마!!!!!!!!”

수력을 거의 다 소모했는지, 그는 더 이상 제져를 쏘지 않고 소리를 질러댔다. 처음 날 도발하던 애와 같은 사람 맞나. 존댓말 하던 폼은 다 어디로 갔는지.

터벅터벅. 나는 그에게 다다랐다. 내가 바로 앞으로 오자, 춘씩이 더듬더듬 말했다.

“어.. 어차피 수식도.. 모.. 못.. 쓰는 주제!”

맞다. 나는 수식을 전개하지 못한다. 근데 그냥 ‘수력’을 사용할 수는 있다. 산에서 곰 사냥할 때 몇 번 해봤기 때문이다. 그렇게 끙끙 대며 손에 두른 수력은 고작 1이었다. 나는 수력 1의 펀치를 춘씩한테 꽂았다.


!


춘씩을 포함한 주변 폰들이 저 멀리로 사라졌다.

‘내가 이렇게 강했다고?..‘

나는 순간 벙쪘다. 맨날 산에서 같은 킹 신분과 살아보니, 다른 신분과의 스펙 차이를 몰랐던 것이다. 어떻게 ‘수력 4의 제져 수식’보다 ‘수력 1의 수식도 아닌, 기본 펀치‘가 더 강할 수 있을까. 이건 춘씩이 폰이고, 내가 킹이기 때문이었다. 이제 대가를 치르게 해 주는 건 나다. 입장이 바뀌었다.

월요일 연재
이전 04화저기 낙인 떴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