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체스] 1부 3화
한때 세상을 지배했던 수의 마왕. 나는 그의 후손이다. 지금 나는 가족을 두고 홀로 시내로 내려와 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들이 천지였다. 세상이란 이런 거였구나. 내가 보던 세상은 우물 안이었다. 이대로 16살에 자립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시내에는 또 어떤 새로운 음식들이 날 놀라게 해 줄까, 벌써부터 기대되었다.
우와. 한창 감탄에 물들고 있던 때였다.
"저기요."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부르는 게 아닌가. 보나 마나 아까 지나친 보잘것없는 폰들. 그들 중 하나일 것이다.
"저요?"
나는 아무렇지 않게 뒤돌아보았다.
"당신. 혹시 신분이 뭡니까?"
"보면 모릅니까, 킹입니다."
"아... 그 낙인."
"예? 뭐라고요?"
어딜 폰 따위가 겁도 없이 킹에게.
"낙인이라고요. 당신. 안동 빼씨 맞죠?"
"네. 그래서 뭐요?"
폰들 중에 겁 없는 꼬마가 한 명 있는 듯하다. 나랑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데. 저리 예의가 없어서야.
"뭐,.. 복수. 그런 겁니까? 다시 세간에 나온 이유요."
"복수요?"
"아, 다 때려 부술 생각 아니었어요?"
다 때려 부수다니. 내가 그럴 것처럼 보이나. 정말 기가 막혔다. 자유를 원했을 뿐인데. 내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는 걸 저 녀석은 알까.
“저는 그냥 거처를 찾아 나온 겁니다. 신경 끄세요.“
“여기에 당신 거처는 없습니다. 그냥 산에서 평생 타잔처럼 사시길.”
“아니, 말이 그게 뭡니까. 저도 같은 사람인데. 오히려 신분은 그쪽보다 높아요.“
“아, 신분이요? 아직도 당신이 킹인 것 같으세요? 당신 신분은 킹이라 불리지만, 폰보다도 못하답니다.“
아까부터 계속 저 폰 혼자서 날 도발하고 있다.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용긴지.. 참.
“그래도, 생물학적 힘의 차이가 나길 할 텐데. 죽고 싶나 봐요?”
“중요한 건, 신분이 아니라 가문의 행적이지요.“
“당신이 뭔데 자꾸 제 시간을 빼앗는 겁니까?“
“저요? 정삭으로 소개할게요. 저는 춘씩. 당신에겐 가문의 숙적이에요.“
아 어쩐지. 계속 까분다 했더니 ‘춘동’의 후손이었구나.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쿵쾅쿵쾅.
“당신이 기본 수력량이 더 많을지언정, 계속 산에서 살며 수식을 익히진 못했다는 거. 다 압니다. 안동 빼씨 가문은 사회와 고립되면서 수식의 계승이 끊겼지요.
반대로 저희 가문은 사회적으로 많은 혜택을 누리며 남아도는 시간 탓에, 수식을 익히는 건 식은 죽 한 입에 삼키기였답니다.“
“어쩌라고.”
“시내로 내려온 대가를 응징시켜 드릴게요. 꼬마 마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