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이 우선이다
예전에 학부생들의 발표를 심사한 적이 있었다. 대학원 진학 전에 연구실 인턴으로 들어가서 공부하고 연구한 내용을 발표하는 자리였는데, 학생들의 발표 방식이 가지각색이었다. 어떤 학생은 자기가 공부한 내용을 주로 발표했고, 다른 학생은 짧은 시간이지만 연구한 내용을 어느 정도 정리해서 발표했다. 학부생이니까 당연하겠지만, 대부분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잘 설명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몇몇 학생들은 자기가 잘 모르더라도 마치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설명하는 능력을 갖춘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실력은 없는데 포장만 번지르르하다는 인상을 받았고, 오히려 신뢰가 가지 않았다. 정말로 이것들을 다 학생이 했는지 믿음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평가를 내렸던 학생은 언변이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자기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힘을 주어 이야기할 수 있었던 학생이었다. 말에 힘이 담겨있어 믿음이 갔던 것이다.
학생들은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내용과 포장을 모두 갖추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포장에 집중하는 친구들도 있는 모양이지만, 포장에만 너무 집중하면 속 빈 강정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내실을 먼저 갖추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내실을 갖추었다면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춰서 발표를 준비했으면 좋겠다. 가장 먼저 내가 어떤 주장을 할 것인지, 그리고 그 핵심 근거가 무엇인지 잘 정리해야 한다. 그다음 청중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보고, 청중에 맞춰서 내용을 알맞게 설명해야 한다. 초등학생에게 설명하는 것과 대학생에게 설명하는 것이 같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아무리 공을 들였더라도, 불필요한 내용이라면 과감히 빼야 발표에 군더더기가 없다. 글자보다는 그림을 활용하고, 발표 연습을 충분히 해서 자신감 있게 발표할 수 있어야 한다. 평소 긴장을 많이 한다면, 경험을 쌓는다고 생각하자. 발표도 많이 하다 보면 편안하게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질의시간에 나올만한 것들을 미리 준비해 두면 프로페셔널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니 미리 준비해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