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교수와 너무 가까울 필요 없다
대학원 과정은 앞이 안 보일 때 손으로 더듬어가며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과 비슷한 점이 있다. 연구를 처음 시작한 입장에서 당면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감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그러면서 문제에 대해 알아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도교수의 판단은 내 연구에 대한 일종의 바로미터가 된다. 지도교수가 좋은 결과라고 말해주면 내가 한 연구가 좋은 연구인 줄 알게 되는 것이고, 아니라면 쓰레기통에 버려야 하는 연구일 수도 있는 것이다. 지도교수의 평가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연구 경험이 적은 대학원생은 지도교수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거나, 적어도 크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처음에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지도교수도 사람인지라 연구의 가치를 정확하게 판단해 주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래서 학회 발표를 다니면서 청중들의 반응을 보고 내 연구의 가치를 가늠해 보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물론 모든 내용을 다 떠벌리고 다녀서 연구 기밀을 남들에게 알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연구 경험이 많이 쌓일수록 지도교수의 평가에만 휘둘려서는 안 된다. 대학원에서 박사를 받았다면 자기 연구 주제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졸업을 했다면 교수님의 평가를 절대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학계에 남든, 회사에 가든, 나를 고용해 줄 사람들은 지도교수님과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도교수를 지나치게 미워하는 것도 금물이다. 사람 마음속을 어떻게 쉽사리 알겠는가? 지도교수의 지적과 끊임없는 수정 요구에 지치고 마음이 상할 수 있지만, 대학원생을 위해서 그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지도교수도 사람이고, 정말로 나쁜 지도교수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학원생은 지도교수를 단 한 번 만났을 뿐이다. 어쩌면 지금 지도교수가 다른 지도교수에 비해서 훨씬 나을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