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쌀쌀함이 어제보다 더욱 강하게 코끝으로 스쳐 지나갔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낮에는 곡식의 수확을 마무리하려는 듯 마지막 스퍼트를 달리는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어 감기에 걸릴 후보자들을 기다리는 대기의 새침스러운 일교차가 하루의 일과처럼 전해졌다. 대표님 보고가 있던 오늘의 일정이라고는 마음가짐이 사뭇 다르게 다른 동료가 발표를 담당하는 업무인 탓으로 나는 금요일이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겉으로만 신중한 척을 했다. 오후에는 오랜만에 마주친 인사팀 동료가 아쉬워서 티타임을 신청했다. 회사 근처 저가커피브랜드 카페에 가서 아르바이트생들을 괴롭힌다는 메뉴를 시켜보았다. 키오스크 주문으로 직원의 모습을 마주할 수 없던 나는 직원이 짜증을 내는지 힘들어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햇살이 내리쬐는 거리를 테이크아웃한 컵을 들고 걸었다. 아무 영양가도 없는 이야기를 아무 영양가도 없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들었다. 한옥마을의 벤치에 앉아 금요일에 넘치는 사람들의 여유와 한국을 놀러 온 기분이 상승된 외국인 무리를 지켜보았다. 케이웨이브를 느끼고 싶어 하는 기대에 부푼 얼굴들에서 한껏 고양된 분위기가 느껴졌다.
105만 원의 월세를 내는 집에 이사를 했다는 동료는 이전보다 멀어진 회사와의 거리보다 쾌적한 현재 월세집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천구도 높은 복층구조라 2층집에 사는 것 같다고 했다. 월세도 높았는데 그녀의 최근 근황이 높다는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저런 얘기로 조금 길어진 시간 탓에 서둘러 자리를 정리했다. 사무실로 돌아가는 횡단보도에서 이전 회사 동료를 마주쳤다. 당시 야간대학을 지원해서 삶의 이정표를 새로 만들려던 낯익은 얼굴이 30초의 짧은 녹색불의 아스팔트 위에서 떠올랐다. 긴가민가 아는 체를 할까 말까 하던 얼굴에 인사를 건네니 당혹스럽게 인사를 받고 방향 다른 길로 서로 가려던 길로 사라졌다. 그녀의 이름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과거의 사람을 만난 것은 과거에 내버려 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