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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미국의 품에 안기다

게리 겐슬러의 사임과 트럼프 2.0 행정부

by 초기심

암호화폐 투자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게리 겐슬러(Gary Gensler)라는 이름을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의장으로서 암호화폐의 위험성에 대해 역설하고 시장의 과열을 경고한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 증권 거래 위원회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934년에 설립된 연방 기관으로, 주식 및 채권과 같은 증권의 거래를 규제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SEC는 "공정하고 질서 있는 시장을 촉진하며, 사기 및 기타 불법 행위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한다"라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SEC는 여러 가지 규칙과 규정을 제정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기업 및 개인을 감독한다.


SEC 의장 게리 겐슬러


게리 겐슬러(Gary Gensler)는 2021년부터 SEC 의장으로 임명되어 활동하고 있다 (2025년 1월 20일 사임 예정). 그는 이전에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서 위원장을 역임했으며, 금융 규제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겐슬러 의장은 디지털 자산 및 암호화폐 시장의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중 가장 유명한 사건은 2020년 12월 리플 랩스 (Ripple Labs) 소송이다.


SEC의장 게리 겐슬러 (출처: Fox Business)




리플 랩스 소송


리플 랩스(Ripple Labs)는 암호화폐 XRP의 발행사로, 2020년 12월 SEC로부터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소송을 제기당했다.


SEC는 리플과 그 임원들이 투자자들에게 약 13억 달러 상당의 XRP를 판매하면서 이를 증권으로 등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소송은 암호화폐가 증권으로 간주되는지 여부에 대한 중요한 법적 분쟁으로, 암호화폐 산업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소송이 발표되기 전인 2020년 11월 말에서 12월 초, XRP의 가격은 약 0.60달러에서 0.70달러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그러나 소송 소식이 전해진 후 XRP의 가격은 급격히 하락하여 2020년 12월 말에는 약 0.20달러대로 떨어졌다.


출처: Fox Business


리플 랩스의 대응


이 사건 이후, 리플은 SEC의 소송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맞대응하였다.


탈중앙화 주장: 리플은 XRP가 다른 암호화폐들처럼 탈중앙화된 디지털 자산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XRP가 리플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으며, 증권으로 분류되는 주식이나 채권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유틸리티 및 기능: 리플은 XRP가 국제 송금과 같은 금융 거래를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유틸리티 토큰이라고 주장했다. 즉, XRP는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지, 리플의 소유권을 나타내거나 투자 수익을 보장하는 증권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기존 규제와의 일관성: 리플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증권으로 간주되지 않는 점을 들어 XRP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XRP가 시장에서 8년 이상 거래되어 왔으며, 그동안 증권으로 분류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투자 계약의 부재: 리플은 XRP를 구매한 사람들이 리플에 대한 소유권을 얻거나 리플의 경영에 영향을 미칠 권리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XRP는 증권법에서 정의하는 투자 계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30개월간 이어져온 SEC와 리플 랩스 간의 '미등록 증권 판매' 소송에서 리플랩스가 결국 승리했다. 2023년 7월 14일, SEC 소송 담당 판사 아날리사 토레스는 가상자산인 리플이 증권이 아니라고 약식 판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MIT 오픈코스


과연 게리 겐슬러는 암호화폐에 대한 불신과 무지에 비롯된 반감으로 암호화폐 규제 정책을 펼쳤을까?


놀랍게도 게리 겐슬러는 SEC 의장에 임명되기 전인 2018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에서 Blockchain and Money라는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에 관한 강의를 진행했다.

Blockchain and Money (2018 MIT opencourse,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5auv_xrvoJk)


그는 그곳에서 오픈코스 형태로 학생들과 지식을 공유했다. 그는 누구보다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시장에 가져다줄 가능성에 대해서 깊이 알고 있었으며, 그에 따른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2025년 미국은 비트코인을 어떻게 품을 것인가?


나는 게리 겐슬러가 SEC 의장으로서 '기술 혁신'과 '투자자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데 충실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비트코인을 한 국가, 설령 그것이 미국일지라도, 억누르거나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없앨 수 없고 거스를 수 없는 것이라면, 가장 합리적인 전략은 ‘나에게 우호적인 방향으로 어떻게 품을 수 있는가’ 였을 것이다.


비트코인을 품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며, 드러나지 않는 물밑 작업이 필요했을 것이다. 대중에게는 끊임없이 경고하여 무분별한 투자를 막고, 기득권 세력과는 미국이 암호화폐 시장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논의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는 2024년 1월 비트코인 ETF 승인을 비롯한 친암호화폐 정책을 점진적으로 펼치면서, 미국이 비트코인을 간접적으로 소유하는 방식을 모색해 나갔다.


트럼프 2.0 행정부 취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맞추어 게리 겐슬러는 SEC 의장 자리를 내려놓고 폴 앳킨스(Paul Atkins)가 새 SEC 의장으로 임명되었다. 그는 친(親) 암호화폐 성향으로 유명하여, 향후 암호화폐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미국은 과연 비트코인을 어떻게 품을 것인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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