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베드로의 확신과 통곡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하나님

by 초기심

새해 혹은 새 학기가 시작되면 우리는 새로운 목표를 세우곤 한다. 목표 체중을 위해 운동을 하거나, 목표 학점 혹은 자격증을 위해 공부를 하거나, 또는 목표 수익을 위해 투자 원칙을 세우고 따라간다.


하지만 쉽게 그 목표가 좌절되거나 계획을 수정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스스로 자각하는 나 자신, 즉 자아(自我)와 현실 속의 나 자신의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사고, 감정, 의지의 주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못할 때가 참 많다.


한국인이 세운 새해 목표 (출처: 매일경제)



성경에서 베드로도 이러한 모습을 잘 보여준다. 예수께서는 당신이 고난을 받으실 것을 제자들에게 알리셨다. 이에 베드로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누가복음 22:33 - "저가 말하되 주여 내가 주와 함께 옥에도, 죽는데도 가기를 준비하였나이다"


그러자 예수님은 베드로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누가복음 22:34 - "가라사대 베드로야 내가 네게 말하노니 오늘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모른다고 부인하리라 하시니라"

그리고 베드로는 닭이 울기 전 새벽에 예수님을 알지 못한다고 세 번이나 부인하였다. 그리고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해 내고는 심히 통곡하였다.


"The Denial of Saint Peter" (노스캐롤라이나 미술관 소장)




베드로는 자신이 자각하는 본인의 이성을 믿고 예수님께 부인할 리 없다고 호언장담했을 것이다. 또한 12 사도 중 으뜸 제자로서 나름의 자존심도 자기 확신에 기여했을 바가 컸을 것이라 추측한다.


사도 베드로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야식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 식단을 지키지 못하고, 게임이나 예능과 같은 주변의 유혹에 공부 시간을 지키지 못하며, 알 수 없는 주식 시장의 변동성에 패닉 셀을 하거나 원칙에 벗어난 추격 매수를 종종 하곤 한다.




중앙아시아 파미르 고원의 '하늘길' (출처:신화사)

굽이굽이 운전하기 어려운 길을 앞두고 자동차 안에 운전자가 여러 명 있다면, 운전 경력이 가장 오래된 사람에게 차 운전을 맡기는 게 사고 없이 길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우리의 알 수 없는 인생길도 마찬가지이다. 하나님께서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신다. 나를 더 잘 아시는 분이 계시다면, 그분께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맡기고 묵묵히 따라가는 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지 않을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강한 자기 확신보다 나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오직 주님께 나를 맡기는 것이 더 필요한 때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