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깨어난 색채, 예술이 된 순간

by 색감여행자

파리에서 깨어난 색채의 기억

1900년대 예술과 문화의 도시, 프랑스 파리.
그곳은 디지털과 기술로 가득한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마치 시간여행을 한 듯, 오래된 역사의 현장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나는 순간 소설 속 주인공이 된 것만 같았다.


파리는 예술의 도시답게 수많은 미술관과 랜드마크로 가득했다. 에펠탑과 개선문을 중심으로 하나하나 발길을 옮길 때마다, 나는 영화에서만 보던 파리의 낭만을 온몸으로 느꼈다.

센강과 노트르담 대성당이 있는 시테섬, 모나리자가 있는 루브르 박물관, 그리고 빵과 디저트의 천국. 작은 서점들과 곳곳에 자리한 공원들까지… 이 도시는 나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이왕 온 김에 에펠탑과 세느강이 보이는 한인 민박 1인실을 예약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숙소에서 본 풍경은 기대 이상이었다. 조식으로 나온 크루아상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았고, 그 순간 깨달았다.

"아, 나는 이제야 빵의 맛을 알게 됐구나."



에펠탑, 그리고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해가 뜨자, 숙소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에펠탑을 향해 걸었다. 그곳에 도착해 마주한 순간, 나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내가 정말 파리에 왔구나!"


샤이오 궁에서 에펠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곧장 개선문으로 향했다. 개선문 전망대에 올라 도시를 내려다보니, 파리의 거리가 마치 거대한 퍼즐처럼 도로를 중심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그 모습이 신기하고 경이로웠다. 파리에 왔으니 신개선문(라데팡스)도 봐야 했다. 이곳은 예전에 광고 영상으로만 보았던 곳이었는데, 직접 마주하니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하지만 파리 여행의 원인 제공자인 그 사람을 떠올리지 않으려 애썼다.



몽생미셸, 천년의 시간 속으로

숙소로 돌아오자, 주인 이모님의 노트북이 고장 나 있었다. 늦은 밤이었지만 고쳐드리고, 다음 날 새벽 6시, 나는 몽생미셸 투어를 위해 길을 나섰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만큼 파리에서 떨어진 그곳.
가는 길에 먼저 들른 에트르타에서는 모네의 그림 속 언덕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옹플뢰르에서도 한참을 머물다 드디어 몽생미셸 수도원에 도착했다.

셔틀버스를 타고 수도원 앞에 도착하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숨이 멎을 뻔했다.
"이건 그냥… 바다 위에 떠 있는 성이잖아?"

건축 전공을 한 가이드님의 설명을 들으며 나는 연신 "우와… 우와…"를 외쳤다.
야경까지 보고, 저녁으로 스테이크까지 맛본 뒤 숙소에 돌아오니 새벽 1시가 넘어 있었다.


오르세 미술관, 색채가 내게 말을 걸다

다음 날,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한 뒤 동네를 걷다가 우연히 오르세 미술관을 발견했다.
대기줄이 너무 길어 그냥 지나쳤지만, 마치 운명처럼 다음 날 다시 갔을 때는 줄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무작정 안으로 들어갔다.


기차역을 개조해 만든 오르세 미술관은 루브르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오히려 그만큼 내실이 있었다.

정보 없이 아래층부터 작품을 보기 시작했다. 조각과 고전 회화, 그리고 인상주의·후기 인상주의 작품들까지.


그런데 그 순간,
나는 생애 처음으로 ‘색채의 마법’에 사로잡혔고 한 작품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빛을 머금은 색감, 세월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을 것만 같은 강렬한 인상." 마치 그림 속 색채가 내게 말을 거는 듯했다. 그 작가와 작품의 이름은 "클로드 모네, 양산을 쓴 여인."


그 순간부터 내 삶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고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그림에 대한 관심’이 깨어났다.

그 관심은 미술관으로 나를 이끌었고, 그곳에서 나는 색을 보고, 예술을 느끼며, 몰입하는 방법을 배웠다.

과거의 나는 ‘남자 혼자 미술 전시를 보러 가는 것’을 어색해했지만,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림을 통해 예술을 공부하고, 시간을 보내고, 감정을 나누는 삶.

생각해보면, 그날 오르세에서 마주한 모네의 그림이 내 삶을 바꿔놓은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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