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을 순수하게 좋아하게 될 때, 그것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열정이 마치 물밀듯 밀려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처음으로 떠난 혼자만의 해외여행이 끝나자마자, 나는 다시 새로운 세계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에는 비행기가 아닌 예술이란 세계 속으로.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오르세미술관 이삭줍기 전시를 보러 가기로 했다.
그동안, 나는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줄을 서거나, 입장을 위해 긴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지만 예술을 접하게 되면서 그런 생각들은 점점 희미해졌다.
무언가를 좋아하고 간절히 보고 싶다면, 기다림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기다림은 자연스러운 것이니까.
그 전시 이후, 나의 일상 속에는 ‘전시 일정 확인’이라는 새로운 루틴이 생겼다. 인터파크 티켓과 같은 예매 사이트를 찾아보며, 주말마다 전시를 보러 다녔다. 처음에는 유명한 전시 위주로 봤지만, 점점 다양한 장르와 주제를 가진 전시에 발길이 닿았다. 기대 없이 들어간 전시에서 감동을 받기도 했고, 미처 몰랐던 새로운 예술 세계를 발견하기도 했다. 선입견 없이 전시장을 찾으며,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다른 나라의 미술관에는 어떤 작품들이 있을까?"
프랑스 파리에서의 감동을 넘어, 다음 여행지는 이탈리아였다. 로마와 피렌체.
역사의 한 장면 속에 서 있는 듯한 이탈리아에서, 나는 조각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되었다. 웅장한 신전 위에 자리한 조각 작품들, 압도적인 규모의 콜로세움, 그리고 세계 최초의 박물관까지. 미술관뿐만 아니라, 도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전시관처럼 느껴졌다. 나는 회화만이 예술이라고 생각했지만, 이탈리아에서 조각과 건축이 가진 미학을 온몸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그 이후에도 나는 또다시 파리를 찾았고, 첫 방문 때 미처 가지 못했던 미술관들을 탐험했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뉴욕으로 향했다. 현대미술을 제대로 보기 위해.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나 자신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한때 방구석에서만 머물던 내향적인 성향이 자연스럽게 바뀌었고, 자기 주도적인 개발자의 모습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사실, 개발이라는 일은 무언가를 창조하는 과정이기에 한 번에 완벽하게 만들기는 어렵다. 때로는 내가 선택한 방향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며칠간의 작업을 되돌려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전시를 보면서 수많은 예술가들이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작품을 완성해온 것을 떠올렸다. 그들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고, 자신만의 해답을 찾기 위해 나아갔다.
그렇게 예술을 좋아하면서, 개발을 대하는 나의 태도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업무를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겼다면, 이제는 개발이 나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중요한 과정임을 깨닫게 되었다.
예술을 따라 걷다가 개발자로서도 성장하게 된 것.
그것이 내가 전시 관람에서 얻은 가장 큰 배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