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에서 예술가로, 그림을 시작한 어느 날

by 색감여행자

현대미술. 우리는 현대에 살고 있지만, 정작 현대미술은 너무나 낯선 존재로 다가왔다.


앤디 워홀의 팝아트, 마르셀 뒤샹의 샘,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이들의 작업은 단순한 회화와 조각을 넘어 이념과 사상을 담아내고, 시대를 관통하며, 작가의 철학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미국 뉴욕에서 태동한 현대미술은 과거 예술의 중심지였던 파리를 넘어, 자본주의와 황금시대의 호황 속에서 새롭게 자리 잡았다. 뉴욕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마주한 작품들은 나에게 또 다른 시대를 보여주는 창(窓)이었다.


그곳에서 현대미술은 단순한 예술을 넘어섰다. 인종과 민족, 성별에 대한 차별과 투쟁, 그리고 이념적 대립 속에서 스스로를 지켜내며, 동시에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전시장 한가운데 서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정말 예술일까?"


그 순간, 작품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열리는 듯했다. 단순히 "잘 그린 그림"이 아니라, 시대적 맥락과 작가의 의도,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예술의 본질을 조금씩 이해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침 그때, 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가 시작되었다. 뉴욕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지 일주일 만에, 팬데믹이 선언되었고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나는 이미 유화를 좋아하게 되어, 한국에서 원데이 클래스에 다니며 직접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집합금지 조치로 인해 화실에 갈 수 없게 되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집에서 그려보면 어떨까?"


그 순간 나는 망설임 없이 화방으로 향했다. 유화 물감 세트와 붓을 손에 쥐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내 방이 작은 화실이 되었다.


처음에는 일상의 풍경을 그렸다. 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달리다가 만난 잠실대교, 동네 어린이집 앞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 그리고 내가 좋아했던 유명한 작품들을 따라 그려보기도 했다. 때로는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어떤 도시의 거리를 그려보기도 했다.


그림을 그리면서 알게 되었다. 이건 단순한 취미가 아니었다.

이건 내가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

내 손과 붓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내 안에 있던 감각과 감정을 끌어내는 시간이었다.

그 안에서 나는, 개발자가 아닌 예술가의 문 앞에 서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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