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사심은 없지만 애부심은 있다

by 색감여행자

회사에 오래 머물다 보면, 마음속에 작은 결들이 쌓인다.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고통이 층층이 겹쳐져, 마치 오래된 나무의 나이테처럼 묵직한 무늬를 만든다.

그 무늬를 누군가는 애사심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애증이라 부른다.


어느 날 동료가 웃으며 말했다.

“전 애사심보다 애부심이요.”

처음엔 장난처럼 들렸지만, 그 말이 묘하게 오래 남았다.

회사보다 더 가까운 건 결국 내가 서 있는 자리,

가장 먼저 부딪히고 가장 자주 마주치는 부서, 그리고 팀일 테니까.


회사라는 숲이 너무도 넓고 복잡하게 느껴질 때,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건 가까이에 있는 작은 공동체다.

그 작은 울타리에서 오가는 신뢰와 배려는

아침마다 한없이 무거운 눈꺼풀을 올려주는 마지막 남은 힘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이곳에서 어떤 마음을 품고 살아가고 있을까.

서로를 향한 신뢰와 응원으로 험난한 비즈니스의 숲을 헤쳐 나가는 걸까.

아니면 일과 사람, 감정과 업무가 완전히 분리된 채 묵묵히 앞만 보고 걷고 있는 걸까.


애사심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애부심은 있다.

내가 하루의 대부분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에게 느끼는 작고 은은한 온기 같은 것.

그 온기가 이 거대한 조직 속에서 나를 지탱하는 손바닥 크기의 불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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