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갈수록 삶에 집중하게 된다

by 색감여행자

가끔은 ‘대충 살다 그까이꺼’라는 말이 입안에서 굴러다닌다.

적당히 살면 적당히 덜 아플 것 같고,

적당히 노력하면 적당히 실망할 것 같아서.


그런데 이상하다.

일에도, 나머지 삶에도 예전보다 훨씬 뜨겁게 몰두하고 있는 나를 마주할 때면

가끔 나 자신이 낯설게 느껴진다.


돌아보면, 지금까지 살아온 날 중

내가 스스로 인정할 수 있을 만큼 ‘열심히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은

겨우 1/4 정도다.


주어진 작은 일만 처리하던 시절을 지나

작은 일을 넘어 그 일의 끝,

숲 전체를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 된 후로

내 태도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때는 우울이 내 감정의 기본값이라고 믿었고

삶의 의미를 묻는 일조차 사치라 생각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깝기도 하다.

웅크려 있던 시간 동안 보지 못했던 많은 빛과 관계들이

이제야 나를 통과해 오고 있다는 사실이.


음식에 맛이 없으면 영양만 챙기듯,

삶에 의미가 없으면 그저 하루를 소비할 뿐이다.

그러나 의미를 찾는 일은 결국 나의 몫이다.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숙명 같은 것.

그리고 그 의미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은

여전히 나의 의지와 도전이다.


가면 갈수록 삶에 집중하게 된다.

이 변화는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고자 하는

어딘가 투박하지만 진심 어린 몸부림일까.

아니면 피할 수 없는 흐름, 일종의 운명일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언젠가 도착점이 보일 것이고,

그때 나는 지금보다 조금 더 또렷한 ‘나’가 되어 있을 거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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