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작품을 구매한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 좋아하던 작가님의 전시를 갔다가 한정판으로 판매되던 오일 파스텔 작품을 구매했을 때였다. 그 작가의 작품을 오랫동안 눈여겨보았고, 개인적으로 소장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던 시절이었다. 그전까지는 전시장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SNS를 통해 좋아하는 작가의 새로운 작업을 지켜보는 것이 내게 익숙한 방식이었다. 관심 있는 작가와 작품을 바라보고 체험하는 데 집중했으며, 전시의 서문이나 작가의 글을 통해 작품의 세계를 넓혀갔다.
그러나 작품을 실제로 소유한다는 경험은 전혀 다른 차원의 감각을 열어주었다. 내 것이 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관심과 애정이 더욱 깊어졌다. 그 작가를 서포트한다는 마음보다 더 컸던 것은, 내가 사랑하는 작품이 내 공간에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아침에 일어나거나 집으로 돌아왔을 때, 자연스럽게 작품에 시선을 두었다. 인생의 또 하나의 가족을 맞이한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하나둘 작품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컬렉션이 늘어날수록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른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 안에는 나의 취향이 담겨 있었고, 어떤 면에서는 내 자신을 반영하는 거울처럼 느껴졌다.
전시를 꾸준히 다니고 다양한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의 감상과 컬렉팅의 스펙트럼도 점점 넓어졌다. 그렇게 컬렉팅은 단순한 소유를 넘어, 나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되었다. 작품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나의 취향과 시선이 반영되었고, 하나의 작품을 들여놓는 순간마다 나 자신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여러 컬렉터들과 교류할 기회도 생겼다. 그 과정에서 각자가 소유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시각과 인사이트를 얻을 때가 많다.
서로가 선택한 작품을 통해 삶을 나누고, 작가와 작품을 더욱 깊이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작품을 바라보는 것은 결국 그 작품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아닐까. 컬렉터들과의 만남을 통해, 예술이 단순한 장식이 아닌 소통의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작품을 소유하는 경험뿐만 아니라, 내 그림을 판매하는 경험도 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내 작품을 누군가에게 보낸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작업해 온 그림들이었기에, 쉽게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그러나 다른 작가님과 갤러리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새로운 시각을 듣게 되었다.
“무언가를 비워내야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어요. 작품을 판매한다는 것은 단순한 상업적 행위가 아니라, 작가로서 더 많은 작업을 하기 위한 과정이죠.”
그 말이 깊게 남았다. 비워야 새로운 것이 들어온다. 결국 용기를 내어 작품을 구매하고 싶어 하던 분들에게 연락했고, 그렇게 처음으로 작품을 판매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판매 과정도 자연스러워졌고, 이제는 작품이 한곳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공간에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영감은 마치 바람처럼, 삶처럼, 끊임없이 흐른다. 작품도 마찬가지다. 소유한다는 것은 결국 그것을 나누고, 공유하고, 더 깊이 이해하는 과정이다. 예술은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흐름 속에서 우리를 새로운 감정의 숲으로 이끌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