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화 그림을 그리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감상자로서 예술을 즐기고 컬렉터로서 작품을 소장하며 기록자로서 그 경험을 글로 남긴다. 대체로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은 영감을 받은 경우와 즉흥적으로 그리는 경우일 때가 많다 보니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않는 편이다. 물론 전시를 계획할 때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만 말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감상자의 영역에서 보내게 된다. 전시는 자주 할 수 없지만 전시를 보고 작품을 감상하고, 그것을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며 기록하는 것이 내 예술적 여정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전시를 통해 그 순간에 느낀 점을 기록하고 누군가에게 공유하는 과정 속에서 창작, 감상, 기록 세 가지는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예술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예술 감상은 단순히 전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작품과 공간을 경험하는 과정이다. 전시장에서 마주친 작품이 주는 감정적 울림이나 깨달음, 예상하지 못했던 해석과 진실, 그리고 나의 감정 상태에 따른 변화와 그 이후의 여정,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까지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계속 퍼져 나간다. 작품과 공간이 만들어내는 조화로움에서 감명을 받을 때도 있고, 화이트 큐브가 가득한 갤러리에 걸린 단 하나의 작품으로 영감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가 특정 작가나 특정 장르를 깊이 있게 감상하면서 취향이 변화하고 확장되는 과정을 직접 경험했다. 처음에는 인상주의 작품이 가장 익숙하고 최고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나의 기존 관념이나 생각이 깨지면서 새로운 시선과 접근 방식을 경험하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기존에 좋아하던 영역에서 얻는 정서적 안정감과 편안함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예술 감상에 정답은 없지만, 나만의 방식은 있다."는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컬렉팅이 단순한 소유가 아니라, 나를 반영하는 과정이 되고 그런 시간이 지나면서 컬렉팅한 작품들이 공간과 어우러지고 생활 속에서 예술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경험이 이어진다. 처음으로 작품을 구매했을 때, 단순히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이 내 공간에서 숨 쉬고 있다는 감각이 새로웠다. 그것이 예술을 더욱 가깝게 느끼게 해주었다. 더불어 컬렉터들 사이에서 나누는 대화와 인사이트는 각자의 성격과 관심사가 그대로 컬렉팅에 묻어나기도 한다. 누군가는 명확한 테마를 가지고 수집하고, 누군가는 감정적인 교감으로 작품을 선택한다. 이처럼 컬렉팅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자신을 반영하는 또 다른 거울과 같다.
감상한 전시와 작품에 대한 후기를 쓰면서 예술을 더 깊이 이해하는 과정이 진행된다.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기록하는 것을 좋아했다. 과거의 오래된 학교 성적표나 롤링페이퍼까지 보관하는 습관이, 예술 감상 후 기록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과거의 기록을 다시 꺼내 보면서 변화한 나를 발견하는 것처럼, 전시 후기를 남길 때도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보면 나의 취향과 시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알 수 있다. 단순히 감상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나의 관점과 해석을 공유하면서 예술을 다시 바라보는 기회가 되고, 결국 예술을 기록하는 것은 또 하나의 감상이고 또 다른 창작이 된다.
결국 감상, 컬렉팅, 기록은 하나로 이어진다. 감상은 컬렉팅으로, 컬렉팅은 기록으로, 기록은 다시 감상으로 이어진다. 전시를 감상하고 작품을 소장하고 그 경험을 글로 남기는 것은 예술을 더 깊이 경험하는 방식이다. 예술이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일상의 일부가 되는 과정을 기록하며 살아가게 되고, 결국 예술을 즐기는 것은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들고 경험하는가에 달려 있다. 거기에 그림까지 그리고, 그림을 판매하기도 하고, 온갖 것을 하게 되는데 언젠가 이 경험을 바탕으로 강연을 통해 사람들과 나누는 기회가 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