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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니워커 Aug 07. 2023

혼자 펜션에 놀러 와서 결혼식을 떠올렸다

맥주 마시고 술기운에 의식의 흐름대로 쓴 글


평화로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나비가 정원을 날아다니고 있다. 빛나라는 고양이는 아메숏 혼혈같이 털이 폭신한 아이인데 예민냥이라는 펜션 주인의 소개와 달리, 먼저 다가와서 머리 쿵을 한다. 이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털갈이 시기라서 잠시 쓰다듬은 것만으로도 털뿜이 엄청나지만 그까짓 거쯤이야.



펜션에서 준비해 준 맥주 중 한 캔을 땄다. 모과에일이라는 맥주인데, 모과맛이 생각보다 약해서 살짝 아쉽지만 캔이 귀여워서 기분이 좋다. 오늘 내가 입고 온 티셔츠와 컬러가 맞아서 기분이 좋다. 화창하던 하늘에 구름이 조금 끼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비가 안 오니 이 또한 운이 좋다.


저녁 바비큐 시간은 6시라 그때까지 자유시간이니 글을 쓰고 있다. 글도 쓰고 새로운 영감을 받기 위해 왔는데 역시 좋은 선택이었다. 앞으로 분기에 한번씩은 오지 않을까? 펜션값 16만 원 정도는 시원하게 쓰려면 역시 돈을 열심히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혼 후에도 내가 여전히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이유 중 큰 부분은 경제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겪는 혼자 살 때 가장 힘든 부분이 무엇인지 조사한 통계를 보니, 남자는 30대 40대 50대 모두 외로움이라고 나오는데, 여자는 경제력이라고 나오는 결과를 보았다.


이혼할 때 돈은 정말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결혼해서 아이를 기르게 되면 남자보단 여자가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는 경우가 많은 환경에서, 이혼할 때 여자들이 겪게 되는 경제적 어려움은 상상 이상일 수 있다. 한 번 경력이 끊긴 여자가 국내 기업에 다시 취업하기 쉽지 않다는 건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도 늘 접하는 문제라 알 수밖에 없다.


내 결혼식 때, 우리 부부는 주례를 따로 세우지 않고 혼인서약서를 하객들 앞에서 낭독했었다. 내 성격 상 오신 분들에게 인상적인 한 마디를 하고 싶어서 혼인서약서 문장을 신중히 썼고, 첫마디는 이거였다.


"평생 돈을 벌어오는 아내가 되겠습니다."


예상대로 이 멘트에서 모든 하객이 빵 터졌고, 그때 찍힌 사진들을 보면 모두 그렇게 즐거워할 수 없었다. 작전 성공!


이 말은 그냥 웃기기 위해서 한 게 아니었다. 진심이었다. 자존감이 높고 자기 성취 욕구가 큰 성격이라 예전부터 결혼을 하더라도 일을 놓을 생각이 없었다. 아이를 갖느라 어쩔 수 없이 출산휴가를 쓰게 되더라도, 몸이 회복되었다는 가정하에 가급적 빨리 복직할 생각이었고, 남편에게 육아휴직을 쓰게 하려고 했었다. 결혼할 때도 나보다 육아를 잘할 것 같은 부분이 마음에 들었었고, 전남편 역시 본인이 육아휴직을 쓰겠다며 선선히 말해줬었다. 결국 딩크족으로 살게 되어 이런 고민은 의미 없어지긴 했지만.



경제력은 결혼 후에도, 이혼 후에도 중요하다. 내가 버는 돈이 많든 적든 안정적인 수입이나 통장 잔고가 있는 사람이 궁지에 몰렸을 때 돈에 구애받지 않고 선택을 할 확률이 높지 않을까. 경제력이 없으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엄마와 아빠는 사이가 좋지 않으시다. 아니, 아주 안 좋냐고 하면 그렇지는 않다. 그냥 흔한 중년 부부답게 사이좋을 때는 좋다가, 안 좋을 때는 이혼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로 나쁜 그런 사이다.

이 정도면 이혼을 하셔라라고 말해도 늘 같은 레퍼토리로 핑계를 대셨다.


내가 10대일 때는 "아직 너네 대학도 안 갔는데."

내가 20대일 때는 "아직 너네 시집도 안 보냈는데."

내가 30대일 때는 "이제 와서 이혼하면 재산은 어떻게 하고."


더 이상 자녀 교육, 자녀 취업, 자녀 결혼 핑계를 댈 수 없게 되자 드디어 부모님의 속마음이 나왔다. 넉넉지 않은 형편으로 어렵게 한 푼 두 푼 모아서 장만한 서울의 작은 구축 아파트 한 채. 그게 우리 부모님의 전재산이다. 이혼하면 그걸 분할해야 하니 안 된다는 거였다. 우리 부모님만 봐도 돈 때문에 이혼이라는 선택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거다.



아, 술기운이 올라오다 보니 의식의 흐름이 멀리 와버렸다. 부모님 얘기는 여기까지.


아무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결국 돈은 중요하다는 거다. 자본주의 글쟁이가 되겠다는 생각도 해봤는데, 뭐 내가 이렇게 마음먹는다 해서 돈이 굴러들어 오는 것도 아니고. 역시 안정적인 고정 수입을 내는 회사를 열심히 다녀야겠단 생각이 든다.



고양이가 다가온다. 아까랑 다른 고양이다. 궁디팡팡을 해줘야 하니 오늘 글은 여기까지.





수요일부터 연재 시작할 글을 열심히 써야 하는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늘 그렇듯이 해야 할 일보다는 딴짓을 먼저 하게 되는군요. 글 쓰려고 여기저기 놀러 다니는 편인데, 정작 늘 계획했던 거랑 다른 글만 쓰고 돌아와서 문제.


오늘부터 드디어 <손을 꼭 잡고 이혼하는 중입니다> 정식 출간이 시작됩니다. 예약 주문을 해놓으신 분들도 빠르면 내일 책을 받아보시게 되겠네요.


책 받으시면 서점 사이트나 SNS에 짧은 리뷰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기존 독자분들의 경우, 책으로 읽고 또 다른 느낌을 받으셨을지 궁금해요!!


교보문고에는 2~3일 내로 서점에 깔릴 것 같다고 합니다. 서점 재고량 검색해 본 뒤, 제 책이 입고된 서점들 막 찾아다니려고요. 생각만 해도 설레네요.


독자님들도 설레는 한 주 시작하시길.



오늘의 TMI :

수요일부터 시작할 연재는 여러분이 가장 기다리셨을 이야기, 조니워커 3부입니다. (두둥)

눈치 빠른 분들은 제가 브런치 매거진을 새로 생성한 걸 보셨을 거예요.


<손을 꼭 잡고 이혼하는 중입니다>와 연결되는 내용이 있으니, 책으로 앞 이야기를 읽고 보시면 더 재밌으실 겁니다. (찡긋)




예스24 (사인본 300부 선착순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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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 8/31(목) 서울 마포구 북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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