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니워커 Aug 02. 2023

글 쓰는 삶이 불행하다고 느끼면

(feat. 서울 북토크 안내)


글이 나를 변화시켜 가는 과정이 무섭고 불안한 시기였다.


첫 글을 브런치스토리에 올린 게 작년 8월이었으니, 글 쓰는 삶을 살기 시작한 지 곧 1년이 다 되어 간다. 구독자 1명이던 작년 8월을 떠올려보면, 그 간 내게 일어난 일은 상상하기 힘든 변화의 연속이었다. 모두 분에 넘치는, 내 생에 두 번 오기 힘든 고맙고 기적 같은 순간들이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1년 간 나는 나를 최대한 가동하며 살 수밖에 없었다.


글이 취미생활일 때는 회사 생활과 병행하더라도 힘들지 않았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휴대폰 자판으로 글을 쓰는 시간이 소중하고 재밌었다. 글이 재밌다고 해주는 독자분들 덕분에 보람 있었고, 재미가 없더라도 그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내가 지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글을 통해 수입이 발생하게 된 이후 내 마음가짐도, 글도, 조금씩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이 글이 소위 '돈 값'을 하는지 자기 검열을 하기 시작했고, 독자 외에 제3의 이해관계자들이 생기며 그들의 기호에 맞는 글인가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었다. 그 와중에 더 바빠진 회사 업무를 힘겹게 마치고, 카페에 가서 간단히 빵으로 저녁을 먹으며 글을 쓰는 생활을 하다 보면 현타가 오기도 했다.



내 글은 언제나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자아를 장착한 채 글을 써내려 갈 정도로 능숙한 이야기꾼이 아닌 이상, 지금의 내가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인가가 내 글의 매력을 좌우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조니워커는 담담하고, 성숙하고, 선량하다. 하지만 최근 몇 개월의 나는 초조하고, 찌질하고, 약아빠졌다. 그 괴리감이 글에서 드러날까 두려웠다. 아니, 어쩌면 이미 드러났을 수도 있다.

만약 내게 다음 일정이 없었다면

'아 몰라, 나 슬럼프니까 글 이제 안 쓰고 쉴래.'

라고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림도 없지.

과거의 조니워커가 무턱대고 시작한 다음 일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었고, 거의 매일 퇴근 후 글을 쓰고 주말에 글을 쓰는 시간을 몇 개월 간 보냈다.



새로운 글만 쓰는 게 아니라 출간을 위해 원고를 다듬는 시간도 생각보다 길고 고됐다.


<손을 꼭 잡고 이혼하는 중입니다> 출간을 위해 원고를 교정하는 과정에서도, 교정할 때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문장이 튀어나왔고 '내가 이렇게 엉성한 문장을 썼다고?' 하며 과거의 내 글에 얼굴이 화끈거리는 경험도 수 십 차례였다.

3개월 간 내 글을 다시 읽고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수십 번 읽으니 이제 내 글이 재밌는지 어떤 지 스스로도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편집장님이 봐도 봐도 재밌다고 해주시고, 교정을 봐주신 분도, 디자인 작업을 해주신 분도 재밌다고 해주셨다.

하지만 그 말들이 가슴에 깊게 와닿지 않은 걸 보면 이 무렵 나는 확실히 심리적 궁지에 몰려있었던 것 같다.



글이 안 써질 때 다른 작가들은 어떻게 하는지, 글에 대한 불안감이 밀려올 때는 어떤 방식으로 이 시기를 잘 버텨내는지 궁금해서 서점에 가서 작가들의 수필을 많이 찾아 읽었다.

그게 꽤 도움이 되었다. 모두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고, 결국은 '존버'가 진리라는 것도 알게 되었으니까. 이 시기가 잘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글이 쓰고 싶어지는 때가 온다는 말도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역시 먼저 그 길을 걸어본 분들이 옳았다.

"모든 초고는 걸레"라는 헤밍웨이의 말처럼 내 초고가 쓰레기를 넘어 지구에 해를 입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원고지가 아니라 노트북에 글을 쓰고 있지만 전기와 물자를 사용하니까 지구에 해롭기는 마찬가지다 싶었다), 쓰레기 같은 원고더라도 어떻게든 꾸역꾸역 쓰기를 반복하다 보니 거짓말처럼 글이 술술 써지는 시기가 찾아왔다.


글이 막힐 때의 노하우도 제법 생겼다.

지금 문 밖에 원고를 독촉하는 편집자가 와 있다고 생각하고, 똥줄 빠지게 쓸 때 글이 제일 잘 나오더라. 앉은자리에서 끝없이 쓰고 쓰다 보면 화장실 가는 것도 참고 두세 시간이 지나있기 일쑤다. (덕분에 방광염과 치질을 좀 걱정하게 되었다) 늘 마감에 임박해서 글을 마무리하는 안 좋은 습관이 생겼지만, 어쨌든 그렇게라도 글이 잘 써진다면 다행이다 싶다.



언제나 글은 나를 지켜주었다.


독자로 살 때는 책 읽는 행위가 내 자존감과 가치관을 단단히 만들어주었고, 작가로 산 이후에는 가슴속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며 나를 해방시켜 줬다.


글 쓰는 삶이 불행하다고 느낀 시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 시기가 언제든 또 찾아올 거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제 덜 불안할 수 있을 거다.

결국 글이 다시 나를 불행에서 건져 올릴 거고, 내 글이 나와 독자들을 이어주는 순간 예상치 못한 행복감도 찾아올 거니까.






막간을 이용해 북토크 안내도 드립니다.


예스24를 통해 손꼭중 북토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일시 : 8/31(목) 19:30~21:30 (약 2시간)

장소 : 서울 마포구 북티크

초대인원 : 40명


신청링크 :


독자분들이 그렇게 원하시던 행사인데, 막상 아무도 신청 안 하시면... 저 정말 외로울 거예요.

부디 망설이지 말고 많이들 신청해 주시길.


책 비하인드 스토리, 저의 개인적인 사는 얘기, Q&A, 사인회까지 진행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최대의 이벤트(?)는 제 정체를 최초 공개한다는 거겠네요.

저는 앞으로도 얼굴 없는 작가로 살 예정이라, 북토크에 직접 오셔야만 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글과 현실의 괴리감을 직접 오셔서 느껴보시지요.

미녀작가의 허상을 두 눈으로 확인할 절호의 찬-쓰!



주의사항!

아래 내용 꼭 숙지하고 신청 부탁드립니다.


1. 북토크에서 저랑 사진을 찍으실 수 있지만, 그 사진을 SNS나 웹 상에 올리시면 안 됩니다. 개인 소장만 해주세요.


2. 제 얼굴을 완전히 모자이크 처리해서 올리시는 건 가능합니다. (어설픈 모자이크 X, 완벽한 모자이크 O)


3. 얼굴 판별이 불가능한 뒷모습 촬영 및 사진 공유는 가능합니다.


위 내용에 동의하는 분들만 북토크 참석 부탁드립니다.



얼굴 없는 작가로 살기 쉽지 않네요.

이렇게 꽁꽁 숨기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 이유는 북토크에 와서 확인해 주세요.


그래도 <손을 꼭 잡고 이혼하는 중입니다>를 많이 사랑해 주신 독자분들을 드디어 만날 수 있게 되니까, 여러분보다 제가 더 기대되고 설렙니다.


북토크 많이 와주시고, 그날 반갑게 인사해요 우리.



오늘의 TMI :

서울에서 하는 북토크도 40명을 못 채운다면..

다른 지역은 그냥 제 돈 들여서 몇 번 더 열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북토크를 진행하는 지역별 작은 서점이 있다면 추천해 주세요 :)

전국 팔도 여행 간다는 마음으로 돌아다녀 보려고요.



예스24 (사인본 300부 선착순 판매)


교보문고


알라딘



매거진의 이전글 책 출간 소식을 알립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