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체류 중입니다만 (2화)

테슬라의 스페이스-X 미션 3

우주에 체류 중입니다만 (2화)     

마우어 씨. 그와의 카톡 대화는 분명히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어요. 카톡 대화방이 그의 신분을 증명해 주었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그 때문인지 우주인이라는 좀처럼 믿기 어려운 이야기도 진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독일인이자 우주인. 게다가 한국인 어머니를 둔 마티아스 마우어 씨. 참 특이하잖아요? 그래서 그와의 대화가 끝나자마자 마티아스 마우어를 검색해 봤죠. 그리고 검색 결과는 정말 놀라웠어요.     

그는 정말 실존하는 우주인이었고, 2021년 11월 지구를 출발해서 현재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테슬라의 스페이스-X 미션 3에 탑승한 4명의 크루 중 한 사람이었어요. 게다가 영화 그래비티에서 산드라블록이 연기한 우주 미션 전문가로서 말이에요. 정말 신기한 일이었어요, 내가 그 말로만 듣던 스페이스 X의 크루 중 한 사람과 대화를 했단 말이에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일이 실제로 벌어진 거에요.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미션 전문가가 SNS나 할 정도로 그렇게 한가할까?’     

또 반대로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우주인이라고 쉬는 시간이 없겠어? 그때 SNS를 할 수도 있는 거지. 사실이지, 우주인들 얼마나 적적하겠어. 그 좁은 공간에서 지내려면. 감옥도 아니고. 어쩌면 우주인 임무 중 하나로 지구인과 소통하는 것일 수도 있잖아.’     

그렇게 그의 임무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자 모든 게 선명해지더군요.      

‘맞아. 각국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는 거였구나. 그럼 이제 마우어 씨를 다시 만날 일은 없겠군.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SNS 하느라 바쁠 테니까 말이야, 굳지 아시아 한 도시에 사는 평범한 지구인과 SNS를 지속할 이유가 없겠지.’     

그에게서 더 이상 연락이 오지 않을 거로 생각했어요.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혹시 연락이 다시 오더라도 한참 지난 후에나 오겠죠. 하지만 그와 친구가 되기로 한 이상 그가 연락해오지 않더라도 그를 지켜보기로 했어요. 그리고 그의 트위터를 찾았죠.      

마티아스 마우어 공식 계정.

그의 트위터는 예상처럼 많은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지는 않았어요. 이래서 SNS를 활발히 하나보다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팔로워 늘리려고 말이죠.     

그의 트윗을 둘러봤어요. 마우어 씨는 불과 몇 시간 전에 우주선에서 내려다보이는 프랑스 파리 전경 사진을 한 장 올려두었더군요. 그 트윗에 답장을 붙였어요.     

나 : Dude. Good night.     

조용하더군요. 자는구나 생각했죠. 그리고 저는 저 나름대로 바쁜 하루를 보냈습니다. 저녁에 집에 와서 고양이들 사진을 정리하고 동영상을 정리하면서 오전에 있었던 그 신기한 일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죠.      

그리고 그렇게 저녁 10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어요. 카카오톡의 알림이 울렸어요.

자려는데 누구지? 하며 미리 보기로 살짝 봤어요. 그런데 이럴 수가! 그 유명한 우주인 마우어 씨 아니겠어요?     

하지만 난 자야 했죠. 그 사람 유명한 거랑 내가 자야 하는 건 별개의 문제 아니겠어요? 게다가 이 사람 말이 많아도 너무 많았거든요. 잘못 걸리면 오늘 밤을 꼴딱 새야 할 것만 같았죠. 최소한 한 시간은 상대해 줄 각오를 해야만 했어요. 그래서 그의 카톡을 읽지 않고 그냥 자기로 했습니다.

혹시 삐질까 봐 약간 걱정이 되긴 했지만, 만일 삐진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또 지구를 구슬 만한 크기로 내려다보고 있는 우주인의 마음이 그렇게 콩알만 할 것 같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그렇게 즉시 깊은 꿈나라로 빠져들어 버렸죠.     

그날 잠결에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꿈을 꾸었어요. 그리고 엄지와 검지로 달을 잡아서 작은 흙덩이 뭉개듯 으스러트리는 아주 원대한 꿈도 꾸었죠. 아직도 손가락 끝에 달 부스러기 바스락거리는 느낌이 생생하네요.   

(다음 편에 계속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