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스토리가드닝 모음집]

복지단상② - 동료 혹은 이용자에게 보람 및 기쁨 등을 느낀 때(3편)

위 모음집은 필명으로 자신의 이야기기를 담아내고자하는 6명의 사회복지사들이 2023년 7월부터 12월까지 참여한 챌린지 내용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4가지 주제와 관련하여 주1회 올린 글들을 2~3편씩 나눠 올릴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피드백이 저희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복지단상] - 복지현장에서 종사자로서 느낀 개인적 성찰 혹은 경험담 공유
[복지이슈] - 최근 거론되고 있는 복지계 이슈와 관련한 자유로운 생각나눔
[복지수다] - '만약에 OOO이었다면?'라는 식으로 역발상 형태로 가정
[자유주제] - 사회복지 외 다른 주제 선택

[필명: 폴레폴레(사회복지 13년차)]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언젠가 내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나와 함께 했던 대상자들을 모두 불러모아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기는 파티처럼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작년 11월, 결혼을 하게 되었다. 현실적으로 대상자들에게 결혼 소식을 알린다는 것에(나는 괜찮지만 상대방에게)부담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막상 실행이 옮기진 못하였다.


나의 첫사랑과도 같은 존재 H에게 연락을 했다.


"선생님 결혼한다"


그리고 되돌아온 한마디,


"축하드려요. 찾아뵐께요"


H와의 만남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독지가의 후원으로 부모의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오후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다. 유난히 통통했던 10살의 H는


"엄마가 없다보니 식탐이 많이 생겨 애가 이 모양이다"


할머니의 걱정과 함께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복지관에 왔고, 그렇게 우리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첫 상담이 끝나고 입술이 텄는지 입 주변에 침을 연신 바르던 H는 침독이 올라 벌개진 얼굴로 말했다


"저는 복지관 안 갈건데요."

"응 오지마 괜찮아"


H는 무척이나 당황한 눈치였다. 안간다고 하면 내가 연신 자신에게 사정이라도 할 줄 알았나 보다. 그리고 내가 말을 이었다.


"복지관에 오고 가는건 너의 자유야. 하지만 할머니가 일을 나가시기 때문에 너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할머니는 너를 무척이나 걱정하고 계셔. 그러니까 네가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집에 아무도 없잖아. 그때 배가 고프거나, 무섭거나, 심심하면 복지관에 와도 좋아"


H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날 H가 올까 말까에 대해 마음 졸이고 있던 나는 연신 문밖을 내다보았고, 3시가 되었을 때 H가 터벅터벅 걸어오는것을 볼 수 있었다.


"배고파요."


나는 또래의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간식거리를 내어 주었고 H는 말없이 먹기만 했다. 간식을 다 먹은 H는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해요?"

"오늘 복지관에서는 4시부터 6시까지 OOO프로그램을 진행할거야. 궁금하면 구경하고 가도 돼"


순간 보인 H의 표정은 싫은 눈치는 아니었다. 나는 속으로 ' 다행이다!'를 외쳤고, H가 매일 복지관에 나올 수 있도록 지지하고 격려하고 달랬다. 몰래 H가 좋아하는 간식을 챙겨두었다 주기도 하였고, 유별난 먹성으로 운동이 필요했던 H를 위해 복지관 태권도반 사범님과 짜고치는 발연기를 통해 태권도에 입문할 수 있도록 했다. H는 그렇게 복지관에 조금씩 스며들었고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후에 현재 태권도장 아르바이트 사범으로 일하고 있다.


다시 대망의 결혼식날. 정신없는 와중에도 나는 왜 때문인지 H가 왔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어색해 하면서 하객석에 앉지도 못한 채 버진로드에 서있는 4명의 검은무리들을 발견하고 나는 소리쳤다.


"이놈들아 선생님 잘 걸어가나 구경하려고 왔냐"


멋쩍어 웃는 H와 무리들.


"선생님 살 더 뺐어야 했는데 노력좀 하셨어야죠"

"밥이나 먹고 가 선생님이 인사하러 갈께"


식이 끝나고 헐레벌떡 식당으로 내려가니 H와 함께 온 무리들의 모습을 보고 웃지 아니할 수 없었다. 11월 중순임에도 불구하고 결혼식장 예의를 갖춰야 한다며 검정색 겨울 코트를 입고온 H, 아빠의 오래된 정장 자켓을 빌려입고와서 어깨가 한없이 컸던 N, 형이 아끼는 정장을 몰래 입고 나왔다는 K, 그나마 여자인 H는 자신이 가진 모든 장신구를 다 하고 나왔다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어색한 화장은 어쩔수가 없었나 보다.


"고맙다. 정말 고맙다"


아이들의 손을 한명씩 꼭 잡아주며 너희들이 있어 참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고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각자에게 변고(?)가 생기면 꼭 서로에게 연락하도록 신신당부했다. 녀석들은 그렇게 '공짜 술자리를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당찬 인사를 전하며 내 결혼식을 격하게 축하해 주었다.


그 당시 퇴근 후 매일같이 H의 소식을 들어왔던 엄마에게도 H와 무리들의 결혼식 방문을 알렸더니 한마디 하셨다.


"넌 니가 걔들을 사람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난 걔들이 너를 사람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어린 친구들이지만 얼마나 기특하니."


맞다. 엄마 말대로 나를 현장에서 키워준 H와 그 무리들. 오늘도 어딘가에서 오롯이 자기 삶을 살아갈 그 친구들의 안녕을 기원해 본다.



[필명: 아무개김씨(사회복지 oo년차)]


그냥 마주 보는 게 좋았어요.


나를 필요로 하고 이야기를 들어줄 때, 부끄러운 듯 고개 돌렸다가 다시 눈 맞춤 해줄 때, 보람보다 기쁨을 느꼈어요. 말씨가 어눌하여 여러 번 묻다 둘이 동시에 웃어버리던 그 순간은 참으로 순했기도 하고요.


여행 중 이방인으로 머물던 도시에서 M님의 돌발행동으로 경찰의 도움을 받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 예정시간 보다 앞당겨 귀경하던 그 날은 마음이 쓰렸습니다. 더 좋은 곳, 모두가 희망하는 여행지의 핫 플레이스를 끝까지 함께 보지 못한 채 일정을 마무리해야 했던 아쉬움 때문이었어요. 배우자가 시간을 내어 운전을 해주었던 뜨거운 여름날의 글램핑 여행 후 M님은 직원인 저보다 제 배우자를 더 챙겨주는 살뜰함을 보여주셨지요.


사탕 한조각도 나눠 먹는 거라며 알뜰하게 챙겨주던 마음, 헤어진 지 한참이 지난 이즈음의 통화에 제 배우자를 바꿔주면 수줍음을 침묵으로 보여주며 함께 연주했던 기억으로 오카리나를 계속 다니는지를 꼭 묻곤 하였지요.같이 만나기로 한 병원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게 했던 지루함도, 의사선생님과의 상담에서 나도 모르게 안타까움에 주체하지 못했던 큰 눈물방울도 시간이 지나니 웃을 수 있는 추억의 한 페이지로 기록되는 여유로 바뀌었습니다.


정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감동을 받았어요. 공동생활에서 자기 몫을 챙기지 못하여 한마디 보탤 때에도 주름 한가득 얼굴의 모든 근육이 나를 향해 웃으시곤 했지요. M님이 “~이렇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말 할 때에는 한참을 얘기하세요. 그 순간을 못 참고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치고 고개를 끄덕여준 제 모습도 이젠 다 추억이 되어버렸네요.


맞아요. M님은 자유인이었어요.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M님의 모든 행동과 언어는 더 이상 도전행동이 아니었고 하고 싶다는 무수한 염원들 중의 하나였던 거지요. 사회복지사로 처음 만났던 M님은 지금도 나에겐 스승님이세요. 기쁨이고 벅참입니다. 조만간 우리 얼굴보고 짜장면 먹어요.


P.s: 그룹홈 근무 시 만났던 이용인 M씨는 정말 기관의 모든 선생님들이 두 손 두발 다 들었던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저는 M님이 참 인간적이라는 생각에 좋았어요. 많은 프로그램을 동행하고 함께 한 여행에서는 그만큼 저를 힘들게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힘들었던 기억은 다 날라 가고 지금도 M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뻐근함에도 계속 웃고 있는 저를 보게 되네요.



[필명: 프니(사회복지 5년차)]


이용자 상담은 제가 하는 업무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업무의 하나입니다. 이전에는 주로 도서제작 업무를 해서 이용자들과 접촉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올해 초 이용자 상담 업무를 맡으면서 전화를 통해서이긴 하지만 저희 도서관의 책을 대출해서 읽는 분들과 접촉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느낀 점은 ‘열악한 독서환경에도 불구하고 책을 많이 읽고, 학식과 교양이 풍부하신 분들이 많구나!’ 입니다. 특히, 저희 도서관의 대출 한도인 10권을 꽉 채워서 매주 빌려보시는 이용자가 몇 명 있는데, 그 중에는 저희 도서관의 책을 거의 다 읽었다고 할 수 있는 이용자도 있어서, 그 이용자들의 번호가 전화기에 뜰 때면 ‘이번 주에는 어떤 책을 보내드려야 하나.’ 걱정 반 긴장 반으로 전화를 받곤 합니다.


시각장애인들의 독서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습니다. 한 해 약 6만 여종의 신간이 발행되지만 시각장애인용 대체도서로 제작되는 책은 그 중 5%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게다가, 장애인의 인권은 지금보다도 훨씬 열악해 대다수의 시각장애인은 외출은 꿈도 꾸지 못한 채 집에서만 지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 시각장애인에게 독서는 유일한 취미생활이자,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을 것입니다. 비단 그런 시각장애인 이용자뿐만 아니라 안마일로 생계를 꾸리면서 사이사이 쉬는 시간에 저희가 보내드린 책을 읽는 것으로 안마일의 고단함을 푸는 이용자도 있습니다.


이용자들을 만날 때마다 많은 반성을 하게 됩니다. 언제든지 집 근처의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불과 며칠 전에 출간된 신간을 읽을 수 있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일을 하느라 피곤해서, 퇴근하면 집안일을 해야 해서, 혹은 책 읽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취미가 많다는 등등의 핑계로 읽은 책이라곤 몇 권 밖에 말할 수 없는 제가 이용자들에게 책을 골라 보낼 자격이 있을까? 가끔은 부끄럽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항상 책 잘 읽었다, 신세져서 미안하고 또 고맙다고 말씀해주시며 저에게 행복을 나눠주시는 이용자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저도 저희 도서관에 있는 책은 모두 읽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최근 두 아이의 엄마이자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도 하루 한 권의 독서를 하며 4년 여간 1천권 이상의 책을 읽고 얻은 깨달음을 책으로 펴낸 전안나 작가의 ‘1천 권 독서법’을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그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이용자와의 만남을 통해서 제 목표를 세울 수 있었고, 또 제가 세운 목표가 실현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겠다는 용기도 얻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사회복지사와 이용자의 관계가 일방적인 것이 아닌 서로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관계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서로에게 행복을 주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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