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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윤채2(가제)]

31화 "이제 출근이다!"

알립니다.

본 글은 저와 개인적으로 '51주 챌린지'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올린 이야기를 당사자의 동의 하에 공유합니다. 실제 발달장애 당사자가 자신의 관점으로
사회이슈와 일상을 여과없이 드러낸 이야기인 만큼 편견없이 봐주시길 권합니다.

296일 만의 일이었습니다. 전에 다니던 직장을 퇴사한 후 한동안 수입이 거의 없어서 쉽지 않은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는데요. 최근에 반가운 일이 생겼습니다. 외식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시간제로 일하게 되었거든요. 전 직장보다 급여는 줄었어도 다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어서 좋네요. 


이번 시간은 취업 과정 이야기와 다시 출근하게 되면서 느낀 소감 등을 다루고자 합니다.



작년 8월 하순의 일이었습니다. 


5년 넘게 다닌 직장을 퇴사하기로 한 후 앞으로의 계획들을 고민했었는데요.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강사> 취득뿐만 아니라 대학원 진학 및 다시 직장을 구하는 문제 등을 고민했었답니다. 


한때 정규직을 가장 선호했었는데요. 작년 가을부터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대학원·직장 혹은 강사 생활 등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일 5시간 이상의 시간제 일자리를 다니는 것도 전략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시간제가 전일제보다 임금은 줄어들지만,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점은 좋습니다. 특히 강의 교안 제작이나 대학원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죠.


보시면서 궁금할 겁니다. 7개월 정도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가요. 전 직장에서 두 차례나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었었어요. 잘 극복해야 나중에 어렵게 들어간 직장의 조직에서 적응할 때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죠. 퇴사 후 한동안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강사> 필기·실기 평가를 준비한 것도 있었고요.


작년 초겨울에 취득한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강사>로 벌어들이는 수입만으로는 생활을 영위하기 어렵다고 판단되었어요. 퇴사한 지 이미 7개월이나 지난 상황에서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상황을 볼 때마다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하루빨리 사회생활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습니다.이 외에도 대학원의 첫 학기를 마친 후에 하는 것을 원했습니다. 다행히 제 바람대로 지난 8월부터 사회생활을 이어가게 되었네요.



5월부터 인턴이나 공공일자리 등의 취업 정보를 얻기 위해 석사과정으로 있는 대구대학교의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찾는 일이 많아졌는데요. 며칠 후 <2024 대구 장애인 취업 박람회>에 가서 침구 제조업체의 사무보조 채용 면접을 봤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퇴근하면 대학원 수업 시간과 맞지 않은 것도 있었고요. 회사가 대학원과 너무 먼 곳에 있어서 출퇴근이 어렵다고 생각하여 결국 포기했습니다.


그러다 종강 직후에 반가운 소식이 제게 찾아왔는데요. 대학원 첫 학기를 무사히 마친 후 공황장애와 우울증 상태가 다소 호전되었다는 겁니다. 이는 직장 생활에 무리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이 기세를 몰아서 일자리 알선을 받아서 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대구지사를 방문하여 공단의 채용 담당자에게 “지금도 고정 지출이 계속되고 있는데, 실직 기간이 길어져서 하루빨리 일자리 알선을 받아야 할 거 같다.”라는 이야기를 드리기도 했었죠. 6월 하순부터 7월 하순까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알선해 준 곳이 다섯 곳이었고요. 



같은 시기에 면접을 본 사업장은 세 곳이었습니다. 추가로 장애인 취업 플랫폼 <핀휠>에 올라온 구인공고도 함께 보며 한 곳을 지원했고요. 자세한 내용을 표로 정리했습니다.


[지난 6월 하순부터 7월 하순까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알선해 준 곳들]

① 건설업체 사무보조
② 호텔 안에 있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③ 보험사 사무보조
④ 대기업 외식 프랜차이즈 지사 사무보조
⑤ 외국계 프랜차이즈 외식업체 주방·청소 업무


[장애인 취업 플랫폼 핀휠에 나온 공고를 보고 지원한 곳들]


① 장애경제인협회 상품 판매 및 사무보조


그러다 집 근처에 있는 한 건설사에 면접을 보러 갔습니다.

해당 기업은 건설교통부에서 발표하는 ‘시공능력평가’ 상위 50위 안에 들고요. 대구를 대표하는 건설사 중 한 곳이기도 합니다. 여담이지만 해당 기업은 2017년 가을에 이직을 준비할 때 서류 지원했던 곳이더라고요. 정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또 평소 자주 다니는 길목에 위치해 있어 매우 친숙했답니다.


면접관에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으로 면접에 임했는데요. 다행히 분위기는 괜찮았습니다. 제가 회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 담당자께서 “회사에 대해서 많이 아시는 것 같다”라고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며칠 후 면접에서 아쉽게도 떨어졌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관계자로부터 들어보니 회사 측에서 제가 채용되는 것을 원하고 있었는데요. 일부 조건이 맞지 않아 떨어진 거라고 하더라고요. 면접 결과를 알려준 부분은 고마웠지만, 평소에 가고 싶었던 기업에 입사하지 못하니 아쉬움은 더 컸답니다.



그래도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장애인취업성공패키지>까지 신청했습니다. 지급 내용은 총 3단계로 구성되며 2단계는 취업 알선만 진행했습니다. 일터에서 일정 기간 이상 다녀서 나중에 취업 성공 수당까지 받아 살림에 보탬이 되었으면 하고요. 잘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윤채가 말하는 ‘장애인취업성공패키지’ 참여후기]

① 하반기가 시작될 무렵에 고용노동부 경산고용센터에서 취업 알선을 받은 후
    ‘장애인취업성공패키지’도 알아봄. 그러고 나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대구지사에 방문하여 신청함.
② 신청 대상에 적합했으며 취업 의지가 강한 상황이었기에 참여자로 선정됨.
③ 7월 15일과 22일에 두 차례 상담을 받고
    일정 기간 취업한 직장을 다니면 추가로 돈을 주는 제도를 알게 됨.
④ 7월 25일에 1단계 완료(상담 후) 15만 원의 수당을 받음.
⑤ 6월 20일 이후부터 취업 알선(사전에 2단계를 진행 중)과정을 거치면서
    6월 하순부터 7월 하순까지 면접을 진행함. 8월 6일부터 갑작스럽게 일하게 되어 취업 교육은 미진행함.
⑥ 현재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대구지사에서 직장 적응 및 장기근속 격려를 위한
    사후관리 지원을 진행하고 있음.
⑦ 앞으로 일정 근속기간을 넘어선다면 취업 성공 수당 지원까지 받을 수 있음.
출처 :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홈페이지 (장애인지원 – 장애인취업성공패키지)


7월의 마지막 목요일 오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알선한 일자리의 면접을 봤습니다. 집에서 차로 이동하면 15~20분 거리에 있는 매장이며 샌드위치로 유명한 외국계 외식 프랜차이즈였습니다. 면접을 시작하기 전 제빵기능사가 있으며 요리하는 부분에 관심이 있다고 강조한 이력서를 채용 담당자에게 전달했습니다.


하루빨리 일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간절한 마음으로 면접을 봤는데요.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식품위생 분야 종사자 건강진단서’를 발급받은 후 출근하라는 사인이 떨어졌습니다. 알고 보니 매장에서 급하게 인원 충원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서로의 마음이 통했던 겁니다.


그렇게 8월 6일부터 5시간 시간제로 평일에만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주방 업무를 주로 맡고 있는데, 다른 매장에 비해 고객이 많이 방문하는 편이라 일이 생각보다 바쁘게 돌아가기도 하며 배워야 할 부분도 많습니다. 그래도 채소 손질·샌드위치 빵 성형·재료 소분·설거지하는 부분은 재미있더라고요. 


전에 있었던 직장과 달리 식사 제공이 되는 점도 좋았습니다. 일을 마치고 점심으로 제공되는 샌드위치 15cm 한 덩이를 먹을 수 있으니 소소한 행복을 느낍니다. 정말 오래간만에 일을 하는 거라 다이아몬드나 금보다 더 귀한 가치를 가졌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돈을 버는 부분은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그래도 다시 일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여러분들도 제 글을 보시며 일에 대한 고마움과 소중함을 생각해보신다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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