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사.이(4242)]

장애인 인플루언서, 나다움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법(25.05.30)

장애인신문 [에이블뉴스] 칼럼니스트로서 25년 1월부터 12월까지
사람·이야기·사회·이슈 등을 주제로 정기 연재 중인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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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몰랐었다. 무심결에 유튜브 숏츠나 인스타그램 릴스를 눌러보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음을 말이다. 영상의 길이가 짧든 길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내용이나 주제가 흥미롭거나 시각적인 요소를 사로잡는다 하면 바로 눌러서 본다. 멈춰있던 엄지와 검지가 다시 빨라지기를 반복한다. 이런 모습을 지하철이나 카페, 길거리에 우리는 흔히 본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다. 자신의 개성과 강점, 메시지를 전하고자 다양한 콘텐츠들을 기획하고 또 만드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다. 더욱이 기술의 발달 그리고 스마트 기기의 보급률 증가는 이러한 추세를 더욱 증가시켰다고 봐도 무관하지 않는다.


당장 지자체를 비롯한 지역 내 복지관만 보더라도 장애인 대상 무상 또는 일부 본인 부담 형태로 스마트 기기 보급 및 정보화 교육 사업들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지역이나 장애유형별 편차가 있더라도 일상생활의 접근성을 향상하고 사회참여를 보장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개인적으로 본다.


서두로 돌아가자면, 알고리즘의 영향일지 몰라도 장애인 인플루언서들이 상단에 자주 뜬다. 널리 알려진 인사들도 있고 잘 모르는 이들도 다수 섞여있다. 공통점은 자신의 장애를 당당하게 알리고 나름의 목적의식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점이다. 차이점이라면 주제부터 이를 풀어내는 방식과 연재 기간 및 속도 등이 구분된다. 누군가 조력하는 이들이 있거나 아니면 혼자서 하는 경우도 있을 터다.


실제 경험한 내용을 토대로 에피소드를 풀어내면 다음과 같다.



221826_119217_2742.png 뻔장코TV "뻔fun한 인터뷰". ©뻔장코TV "뻔fun한 인터뷰"

몇 년 전의 이야기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알려진 어느 장애 당사자가 직접 기획한 콘텐츠에 게스트로 초대받아 참여한 적이 있었다. 고맙게도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인터뷰 프로젝트를 주제로 사회복지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담아내고자 했던 것이 콘셉트였다.


보통은 내가 인터뷰어로서 전반적으로 주도하는데 반대로 인터뷰이의 입장이 되어보니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현재 그 친구는 “토미”라는 또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숏츠나 릴스 중심으로 종종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또 하나, 장애인 진로 관련 코칭을 전문으로 하는 한 대표님의 제안으로 장애·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콘텐츠 제작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촬영 및 편집을 장애 당사자가 전담해서 한다는 것도 대단했다. 거기에 현장 분위기나 방향성 자체가 마치 만담하듯 편안하고 시종일관 유쾌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아쉽게도 지속적으로 콘텐츠가 올라오진 못했지만 몇 안 되는 과거의 기록들을 지금도 가끔 꺼내어 본다.

221826_119218_2858.png 박대수TV "진로반장". ©박대수TV "진로반장"

위 두 사례 모두 ‘장애인 인플루언서’를 의식하여 참여한 게 아닐 터다. 콘텐츠는 하나의 소통 도구일 뿐, 본인들 스스로가 이미 “스피커”로서 꾸준히 온·오프라인상에서 목소리를 내오고 있었다. 오늘날에도 이는 변함없을 터다. 콘텐츠나 채널의 양적인 측면에서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지속성이나 흥미, 운영 등의 질적인 측면에서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일정한 기준이 없다. 다시 말하면, 비장애인이 바라보는 잣대로 장애인 인플루언서나 그들이 만들고 표현하는 콘텐츠에 대해 평가할 순 없다는 거다.


장애인 인플루언서의 명과 암


국내 장애인 인플루언서의 공식 통계는 정확히 발표된 건 없다. 알려진 이들 중심으로 매체에 노출이 많이 되는 경향으로 말미암아 수면 아래에 있는 장애인 인플루언서들은 배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의 꾸준한 등장은 기존 미디어에서 배제된 장애인의 목소리를 가깝게 전달하고 장애에 대한 이해 및 인식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한다. 장애인의 보통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우리 사회에 변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창작 및 생산자로서의 정체성도 함께 가지면서 말이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몇 가지만 짧게 언급하면, 우선 제도적 지원 부족을 들 수 있다. 한때 ‘장애인 크리에이터’라는 이름으로 양성과정이 성행하듯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때가 있었다. 다양한 전문가들을 섭외하여 커리큘럼도 제대로 구성하고 또 기자재도 좋은 걸로 구입하는 등 많은 지원이 이뤄졌었다. 지금도 기수제 형태로 운영되는 사업들이 있지만 그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기자재를 대여하는 곳도 여럿 생겼지만 가격은 여전히 만만치 않는다. 지원이 없진 않으나 단기적이며 체계적이지 않다는 게 아쉬운 점으로 꼽는다.

221826_119219_352.png EBS2 "직업탐구-별일입니다 시즌2 사회복지사편" 중. ©EBS2

덧붙여,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도 물리적·기술적 장벽이 존재하지 않을 수 없다. 이건 비장애인도 마찬가지겠으나 장시간을 들여야 하는 편집의 경우 소근육이 약한 중증지체장애인은 반드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시각 및 청각장애인도 마찬가지다. 발달장애의 경우 스토리보드 작성부터 리허설 및 촬영 등 전 과정에서의 맞춤형 보조가 필요하다. 다시 말하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시간과 비용, 노력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모든 콘텐츠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짐벌 혹은 바디캠 등을 활용하여 세세한 편집을 거치지 않고 브이로그를 꾸준히 올린다거나, 배경 없이 마이크와 반주기만 갖다 놓고 순수 노래만 부르는 걸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장애인 인플루언서들도 있다. 이 또한 존중하나 확산성에 있어서는 한계가 존재한다.


개인의 만족이라는 영역에서 보자면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겠다. 하지만 한번 주변의 반응을 맛보고 콘텐츠 기획 및 제작의 즐거움에 빠진다면 욕심나지 않을 수 없는 게 사람 마음이다. 작금의 위치에서는 그들 스스로가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장애인 인플루언서와 나다움의 상관관계?


장애인 인플루언서를 바라보는 관점은 예전보다 수용적임을 느낀다. 그러나 수용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 그들의 숨은 땀과 노력뿐 아니라 전하고자 하는 가치를 공정하게 인정하는 것으로 말이다.


무조건적 ‘장애인들이 만든 콘텐츠니까 긍정적으로 바라봐야해’라든지 혹은 ‘저 정도만 해도 잘했네’라기 보다 때로는 더 나은 발전을 위한 건설적인 비판도 독자나 팬 입장에서는 해야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양질의 콘텐츠와 채널로 승부하는 장애인 인플루언서들이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다. 주변의 눈치 보지 않고 비장애인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나다움을 표현하는 생산과 창작의 문화가 다져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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