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글쓰기 프로젝트가 남긴 것(25.09.05)
장애인신문 [에이블뉴스] 칼럼니스트로서 25년 1월부터 12월까지
사람·이야기·사회·이슈 등을 주제로 정기 연재 중인 칼럼입니다.
많은 관심과 공유 부탁바랍니다 :^)
지난 7월, 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재난 상황 시 장애인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자유롭게 글을 남겼었다. 이후에도 다른 참여자들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8월 중순에는 강릉에서 국내 최초로 장애친화형 복지친화형 대피소 훈련에도 DWAT(Disaster Welfare Assistance Team)로 참여했었다. 평상시 갖고 있었던 재난에 대한 생각이 구체화되어 여기까지 발걸음하게 만든 줄은 나조차도 몰랐다.
그전에, 본 프로젝트를 주최한 <빠띠>에서 수료식이 진행되었다. 앞서 1시간 정도는 온·오프라인 형태로 장애 재난 대응 접근성에 대하여 홍윤의 무의 이사장님의 특강이 있었다. 기후 위기와 국제 전쟁 확산 등으로도 일어날 수 있는 재난상황에서 국내외 장애인 피난 대책 사례를 공유해 주셨다. 함께 자리한 장애, 비장애 활동가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특강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미 프로젝트 안에서 인당 2편의 글을 써온 우리들이었다.
하나는 실제 겪었던 재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하나는 우리가 바라는 대안이나 바라는 점 등을 기술하였다. 어떤 참여자는 재난 접근성의 사각지대 안에서 장애인 노동자 안전권을, 또 어떤 참여자는 장애인이 실제 재난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지 새로운 출발선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그 외 장애를 넘어 사회 전체를 아우르며 안전망 구축과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를 공론화하면 좋겠다는 의견 등 다채로웠다.
내가 새롭게 느낀 지점도 바로 여기였다. 재난 상황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사회 이슈나 다른 권리들까지, 장애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낸 게 그것이다. 또 표면적으로는 재난 상황과 장애를 언급했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여러 사회적 약자나 민주시민들의 입장까지 포괄적으로 다룬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게 바로 <쓰다: 재난 상황>이 남긴 가장 큰 유산이라 생각한다.
돌아가며 그간의 소회를 밝히는 참여자들. 저마다 본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좋았던 점도, 아쉬웠던 점들도 자유롭게 나눈다. 내 차례가 다가오자 나도 동일하게 그간 담아왔던 감정과 만족을 여과 없이 들려주었다. 감사하게도 진행자를 비롯한 자리한 모든 참여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은 건 덤, 그렇게 우리들의 수료식은 소소한 즐거움 속에 마무리되었다.
글을 잘 쓰고 못쓰고의 개념이 아니다. 참여자 중에는 시각장애나 뇌병변 장애도 있었으나 유형 또한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민주성과 주체성을 바탕으로 시민 중 한 사람으로 기록되고 싶다는 의지 그리고 자율성이다. 배려해야 할 대상이 아닌, 파트너로서 의견을 개진하고 느슨하게 연결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목표 달성이다.
쉽지는 않았을 터다. 콘텐츠의 경우 엄연히 마감 기한이 있었고 서로 피드백을 나누는 시간도 포함하여 운영되었다. 그럼에도 전원 수료할 수 있었던 저력에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와 내 가족 혹은 이웃들에게도 영향이 갈 수 있다는 민감성도 한몫했으리라. 그걸 우리는 재난 상황을 가정하여 글쓰기로 어떤 형태로든 담아낸 것이고 말이다.
이후에도 라이프라인코리아와 장대넷(장애인 대학생 네트워크)등 전문가 자문회의를 통하여 최종 프로젝트 보고서를 발행하고 내년에는 성동구를 거점 삼아 캠페인까지 펼친다고 한다. 기대가 된다. 통합적 관점에서 본 프로젝트가 어디까지 확산될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