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 서른 번째,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박미애
<사회복지 100인의 인터뷰> 230번째 주인공 '박미애(사회복지사)'씨입니다.
안녕하세요. 노인복지관 내 재가 노인 서비스로 첫 발을 떼어 현재는 노원에 위치한 장애인 거주시설 "더홈"의 사무국장으로 재직 중인 박미애라고 합니다. 개인 취미활동으로 바느질을 오래 했었습니다. 천과 천을 잇는 게 저에게는 일상처럼 익숙하죠. 마찬가지로 26년 간 사회복지를 실천하면서 저와 관계된 이들을 서로 연결하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며 살아가고 있답니다.
어렸을 때 를 떠올려 보면요. 어머님이 주변 이웃들에게 음식이든 물건이든 나눠주길 좋아하던 성향이셨습니다. 본격적으로 사회복지를 알게 된 건 중·고등학교 때로 기억합니다. 사람과 함께하고 마음을 공감해주는 모습이 크게 와 닿았는지, 진로 또한 해당 분야로 정하였습니다.
제가 속해있는 장애인복지 현장에 대해 공부하고 또 실천하면서 느낀 점이 많아요. 그 중에서도 장애 당사자들을 놓고 보면, 두 개의 연령이 있다고 보는데요. 하나는 지능적인 연령, 다른 하나는 정서적인 연령이 그것이죠. 신입직원교육을 할 때 항상 이 질문을 던져요. 다들 대답은 정서적인 연령, 즉 생활연령에 맞춰야 한다고 말을 하죠. 현장에서는 아직까지도 서비스를 실천할 때 지능적인 연령에 근거한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다가옵니다.
그들이 못할 거라는 생각에 실패의 두려움은 물론, 틀 안에 가두려 바라보지 않도록 조력자로서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당사자를 비롯한 함께하는 이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려는 노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하지 않나 생각하고요. 정보나 기회를 주는 관점이 아닌, 평범한 삶 혹은 보통의 삶 속에서 만남과 관계를 추구해야 합니다. "연결성"이야말로 취미인 바느질이나 제 직업인 사회복지와도 유사한 점이 많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웃음).
* 해당부분은 본 프로젝트의 핵심이기에 최대한 편집을 절제하고 원본에 충실함을 알려드립니다.
"내면의 힘"과 "진정성"이라 봐요. 관련하여 몇 몇 에피소드가 떠오릅니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한 성인 장애인이 시설에 입소했습니다. 한번은 그 분이 여름에 시원한 캔맥주를 마시고 싶어한거예요. 당시 시설에서는 이 분의 금지였는데 보통의 삶, 평범한 삶을 위하여 편의점에 가서 드시고 오시라 얘기했습니다. 당시 고맙다며 아이처럼 좋아라하는 모습에 여러 감정이 교차했던 기억이 납니다.
또 하나는 7년을 같이 일한 사무원이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동료관계 이상으로 가까이 지냈었기에 애틋함이 더 했습니다. 여기에는 직원 한 명 한 명 실을 엮듯이 진심을 건네고 다정함으로 다가갔었기 때문이라 스스로 생각해요. 그 짐을 혼자 짊어지지 않고 같이 나눠 지도록, 또 함께하는 조직문화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게 그것이죠.
바느질도 그래요. 혼자 할 때도 좋지만 함께하면 즐거움이 배가 되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패턴이 수놓인 원단들을 갖고 있노라면 얼마나 마음이 편해지는 지 몰라요. 한 장의 천이 입체적인 작품으로 탄생할 때는 성취감까지 느껴진답니다. 만약 제 삶에 바느질이 없었다면, 몸과 마음 모두 메말랐을 겁니다. 그만큼 바느질과 사회복지실천 모두 진정성은 물론, 내면의 힘을 기르고 또 표현함에 있어 좋은 도구이자 동반자로 제게 자리매김했습니다.
"더 홈"이 제 마지막 기관이라 생각합니다. 허락하는 한, 이용자 본인들이 원하는 활동이나 욕구 등을 충분히 표현토록 계속 옆에서 조력할 겁니다. 그리고 10년 후 저만의 공간을 오픈하고 싶어요. 원데이 클래스도 열고 장소 대여사업도 하고요.
29살때부터 바느질을 취미활동으로 시작했습니다. 동네 어귀를 돌아다니며 취미로 하고 싶은 무언가를 찾던 중, 한 퀄트샵이 눈에 띄더라고요. 매일 퇴근 후 샵에 들리면서 제게 소소한 힐링으로 작용했습니다. 저보다 연배가 있는 동네 주민들과 만든 작품에 대해 얘기도 나누고, 또 좋아도 해주니 몰입이 안 될 수가 없겠더라고요. 내친김에 시설 내 이용자 대상으로 뜨개질도 알려드리고 성교육 시간에 활용하라며 손수 인형도 만들어 봤습니다.
단순하게 보였던 취미활동이 개인의 성찰은 물론, 업무에 대한 자신감과 조직 내 존중 및 인정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전 믿어요.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과정은 자신을 돌보는 일이자 행복해지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밝고 따뜻하며 다정함까지 갖춘, 조용한 리더십의 소유자로 직원 및 이용자들에게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보다는 시간을 들여 천천히 완성해 나가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