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낡은 소파(재업로드)
입소한 지 한 달이 지났으나 아직까지 이들 부부에게서 면회나 연락은 없었습니다. 매일 방 안에 걸린 달력에 가위표를 치며 언제 데리러 올까 기다렸었던 김판석씨는 화를 넘어 체념으로 변해버린 자신의 감정을 쓴 웃음으로 대변합니다.
실버센터에 입소하여 김판석씨는 두 가지 자신의 변화를 느낍니다. 하나는 부족한 것 없이 지내기는 하나 여전히 마음에 무거운 돌덩이가 눌러 앉은 듯 답답함을 계속 느끼고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저 초록 소파에 왜 나는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변화되지 않냐는 의문점이 그것입니다.
생활실에 있으면서 그동안 소파에 앉았었던 다른 어르신들은 과거의 모습으로 금방 변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이 앉았을 때는 얼굴에 주름과 심술기 가득한 모습에 왜소한 체구가 그대로 유지되는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한 번은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난 나머지 그 소파에게 대놓고 욕지거리를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것도 성에 차지 않자 소파를 베란다 쪽으로 힘겹게 민 적 있는 등 소파에 대한 김판석씨의 애증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습니다.
더욱 부아가 치미는 사실은 어르신들의 젋은 시절 모습을 계속 지켜봐야만 한다는 사실입니다. 변화되는 모습도 처음 왔었을 때 봤던 모습보다 더욱 눈에 띄게 화사해졌습니다. 매일 밤 고성방가를 지르며 주변을 배회하던 한 치매어르신은 소파에 앉자마자 값비싼 장신구에 예쁜 연분홍 드레스를 입은 귀부인으로 변해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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