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편소설
"조화가 웃는다"

#8. 오후(재업로드)

by 사회복지 스토리텔러 조형준

치열한 생존경쟁이 다시 시작됐다. 하는 일은 매 똑같다.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 때려 치고 싶다는 생각까지 진지하게 고민해본다. 그러나 이내 그 생각을 접는다. 하, 우울하다. 잠시 눈을 감고 공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사타구니가 두둑해지는 공상도 꿔보고, 온 몸에 전율이 일정도로 즐거운 공상도 꿔보고, 콧잔등이 시큰해질 공상도 꿔보고. 그렇게 무한한 공상의 세계에 빠져들다 팀장의 터치로 갑작스런 현실의 세계로 순간이동 된다.


자네, 미안하지만 내일 부터는 집에서 푹 쉬어도 되네. 뭐, 사실 그저께부터 말했어야 했지만 정규직원도 아니니 지금 말해도 크게 상관은 없겠지.

다름이 아니라 자네도 알다시피 회사의 자금사정이
작년과 대비해 많이 악화된 상태라네. 사장님께선 고심한 끝에
회사를 살리는 길은 오직 감축 밖에 없다고 결론 내리셨지.

그리고 그 감축의 첫 번째 단계로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계약직들을 일제히 내보내기로 했다네. 물론 일한만큼의 봉급은 줄 것이니
그건 걱정하지 말게. 미안하네. 오늘 까지만 열심히 일하고 가시게나. 수고함세.

이건 뭔 개 소리인가. 내가 같잖은 회사에 투자한 시간과 젊음이 얼마인데. 가슴 한 쪽이 허전하다. 믿기지가 않는다. 아니, 체념했다. 근데 뭐랄까‥화도 난다. 화도 나는 데 한편으로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인정해버린다.


기운이 빠진다. 근데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도 든다. 도대체 이건 무슨 감정이지?

“예,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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