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투자 유치는, 기업의 포텐셜을 틔우는 강력한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 작은 스케일로 플라이휠이 돌아가는 상황에서, 큰 자본을 투입하게 되면 선순환의 속도가 급속도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받지 말아야 할 이유들도 충분하다. 오늘은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받지 말아야 할 이유 다섯 가지를 소개해볼까 한다. 물론, 스타트업 각자의 상황과 제품에 따라, 이 아티클의 내용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해 두고 싶다.
1. 투자를 위한 실적, 투자를 위한 경영
투자를 위한 컨택을 시작하는 단계나, 투자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 있다면, 투자자에게 잘 보이고싶은 마음을 억누르기 어렵다. 내가 경험한 스타트업의 경우도 그랬다.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투자자에게 잘 보이기 위한 매출 실적을 만드는 데에 꽤 오랜 시간을 집중했었고, 결국 투자는 성사되었다. 마케팅 확장으로 매출은 만들었지만 영업이익에는 좋은 영향을 주지 못했고, 제품을 건드릴 수 있는 중요한 찬스들을 놓쳤다. 이는 결국 회사의 향후 성장성에 대한 내 믿음을 약화시켰고, 그것은 퇴사의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내 돈으로 내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은, 어렵지만 가장 강력한 힘이다. 또한, 당장 일어나는 모든 문제에 대해, 투자만 받으면 해결할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기 쉽다. 그래서, 투자를 받지 말아야 한다.
2. 외부의 힘이 경영에 깊게 작용한다
남의 돈을 받는 순간, 회사 내부에는 ‘안 되는 이유’가 많아진다. 과감함과 민첩성을 잃는다는 뜻이다. 투자받은 돈을 잘 돌려주기 위한 보수적인 경영을 도입하게 되기 때문이다. 작은 스케일로 빠르고 과감하게 도전하고, 안되는 것은 빠르게 포기하고, 새로운 기획을 가지고 다시 시도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순환구조를 가지는 것은 스타트업만이 가지는 강점이다. 그러나, 스타트업에 보수적인 경영이 끼어들면, 일반 기업과의 차별성은 없고, 규모에서만 밀리는 소기업이 된다. 외부의 힘은 투자 조항이나 투자자에게 전달해야 하는 월말 리포트, 투자자와의 저녁약속 등 다양한 방면에서 작용한다. 이런 상황에 제품에 대한 신념 수준의 확신이 없다면, 그리고 제품의 폭발적인 성장이 없다면, 누구라도 보수적으로 행동하게 되어 있다. 왜 안 되냐고 물어야 하는 스타트업(Why not?)에서, 안 되는 이유를 찾게되는 건(NO. Because..) 폐업의 지름길이다. 그래서, 투자를 받지 말아야 한다.
3. 모든 투자계약은 불평등 계약이다
자본은 힘이고, 자본을 가진 자에게 권력을 부여한다. 모든 투자계약이 불평등 계약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투자계약의 내용은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만, 독소조항이나 불평등한 조항들이 굉장히 많이 끼어있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는 투자 손실액에 대한 대표이사 연대보증이나, 기업비밀을 공유하는 조건 등이다. 미래에 엄청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스타트업이라도, 당장의 자본 앞에서는 을이 아니라 정이나 무쯤 된다. 1번에서 내 돈으로 내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은, 어렵지만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굳이 불평등한 위치에 회사를 위치시킬 필요가 없다면, 그렇게 하지 않는 쪽이 백 번 낫다. 그래서, 투자를 받지 말아야 한다.
4. 되로 받았지만, 말로 돌려줘야 한다
그런데 돌려줄 방법이 마땅치 않을 수도 있다. 국내에는 대기업 M&A나 코스닥 상장 이외의 출구전략이 없다시피 하다. 실제로 큰 규모의 성공 사례도, 우리가 모두 아는 뉴스 이외에는 극히 드물다. 그나마, 10억원대 미만의 소규모 M&A 사례가 자주 들려오기는 한다. 그러나, 한국의 스타트업-대기업 인수의 경우 많은 경우가, 대기업이 헐값에 기술과 정보 모두를 사 가는 형태다. 창업자 개인에게는 큰 돈일 수 있지만, 기업 시장에서 10억원 미만의 금액은 큰 돈도 아니다. 또한, 대출은 원금에 약간의 이자를 붙여서 상환하지만, 스타트업의 투자금은 회사가 열 배 커지면, 받은 돈의 열 배를 돌려줘야 한다. 주식 가액이 그만큼 오른 것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되로 받았지만, 말로 돌려줘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 투자를 받지 말아야 한다.
5. 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 실패하기 쉬운 섹터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3년차 데스밸리를 넘기지 못한다. 어찌보면, 스타트업은 여러번 안전하게 실패하기 위해서 창업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안타깝게 폐업을 하면서 대표이사 연대보증 등 불평등 계약조건까지 끌어안는 것은 너무나 큰 리스크다. 실패에 대한 재기가 특히 어려운 한국 상황을 고려해보면 더 그렇다. 작게 시작해서 약간의 매출을 내고, 또 다른 제품을 테스트해보는 등, 가능하면 자본은 많이 잃지 않고 경험을 쌓아갈 수 있는 방법으로 창업을 하는 것이 좋다. 큰 자본을 투입해서 성공적으로 랜딩했다 한들, 코로나와 같이 세상이 뒤집히는 일이 생기면, 어떤 섹터는 필연적으로 망하기 때문이다. 재도전의 가능성을 안전하게 열기 위해서라도, 투자를 받지 말아야 한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투자를 받지 말아야 할 이유에 대해 다뤄 보았다. 그러나, 문맥을 이리저리 돌려보면, 투자를 잘 받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도 함께 들어있다. 자본의 차입이 다 그렇지만, 투자는 양날의 검이다. 투자자와 회사가 함께 시장을 멋지게 베어버릴 수도, 투자자를 베어버릴 수도, 투자받은 회사와 대표자를 베어버릴 수도 있다. 나는 가능하다면 투자받지 않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투자에 수반되는 리스크를 면밀히 검토한다면 성공적인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후에는 투자를 잘 받기 위한 조건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Johnny Kim
김재일
안녕하세요, 드림스토리미디어그룹 대표, 크리에이티브 마케터 김재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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