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그 짧은 단어 속에 숨은 거대한 힘.
“프레임” 꽤나 많은 뜻을 가진 영어 단어 중 하나다. '나무나 금속으로 된 틀’이라는 뜻으로 가장 널리 쓰이지만, '사진이나 비디오의 한 장면’, '이론과 사상의 틀’, ‘(법규 등의) 틀을 잡다’ 또 ‘거짓 누명을 씌우다’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종합해보면 프레임은 무언가를 규정짓는 물체, 혹은 생각의 잣대라는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특정한 프레임을 쓴 사람은(본인은 자각하지 못하지만) 그 프레임대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또, 프레임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누군가에게 씌우면 상대방의 인격이나 행동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고, 여러 사람들에게 같은 프레임을 씌우면 그 집단의 행동을 아주 효과적으로 제어(극단적으로는 나치즘이나 사이비 종교의 예를 들 수 있다)할 수도 있다. 그래서 철학적으로 표현하자면 프레임은 ‘사람들이 세상을 내다보는 혹은 그렇게 내다보게 만드는 렌즈’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렌즈는 필름에 세상을 넓게 담기도 하고, 먼 것을 당겨서 크게 담기도 하고, 올록볼록 왜곡해서 담기도 한다. 세상을 바꾼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정치적 여론,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다양한 (LGBT, 특정 종교, 여성 등을 향한) 혐오범죄까지. 이 모든 행동들의 원천은 그것이 올바르든지 삐뚤어졌든지 간에, 한 개인 혹은 집단이 속한 프레임으로부터 나온다. 여러 사례를 통해 증명되었듯이 프레임의 힘, 그 스칼라의 양은 굉장히 크다. 그래서 프레임은 그 힘이 발산되는 방향에 따라서 굉장히 위험하기도 하다. 이번 글에서는 거시적인 관점은 잠시 밀어 두고, 개개인의 레벨로 당겨서 프레임 이야기를 풀어나갈까 한다.
프레임은 당신을 규정한다, 당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는 자라오면서 여러 가지 프레임을 배웠다. 학교와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면서 말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은 한국의 음식과 예절과 문화를 배우고,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그 나라의 음식과 예절과 문화를 배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라서 쓰기도 참 부끄럽지만, 우리는 이 자명한 사실을 조금 더 자세히 뜯어볼 필요가 있다. 프레임이라는 것은, 서두에도 얘기했지만 사람들과 그 사회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다. 어떤 집단이든지 간에 사람이 모인 곳에는 충돌이 생기기 마련이다. 물론 그건 우주의 전체에 기본으로 세팅된 디자인 철학이기 때문에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지만(분자들도 한 공간 안에 모아놓으면 격렬하게 움직이며 서로 충돌하지 않는가) 그 집단을 안정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생각을 어느 정도 비슷하게 가져가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서 어떤 집단은, 그것이 국가든 정당이든 회사든지 간에 그 안에 새로 편입된 사람들을 같은 가치관(프레임) 안에서만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교육(세뇌)시킨다. 우리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9년의 의무교육을 성실히 이행할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가는 9년, 그리고 보통은 12년 이상의 긴 기간 동안, 본인들이 만든 비슷하게 생긴 건물 안에 아이들을 몰아넣고, 본인들이 잘 세뇌시킨 정예 요원들을 데려다가, 본인들이 디자인한 책을 통해, 본인들이 숭배하기로 정한 가치관과 문화를 주입하고, 그 과정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 아이들을 문제아 또는 반항아라고 규정한다. 남들은 12년 다니는 학교를 10년 반만 다닌(한국 아닌 곳에서 4년 더 다닐 생각이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반항아라고 할 수도 있고, 덜 세뇌된 말랑말랑한 머리를 가졌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는 학교와 사회에서 북한은 우리의 적국이고, 공산주의는 무조건 나쁘고, 통일은 무조건 평화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국가관을. 웃어른께는 무조건 공손해야 하며, 어른이 말하는 건 항상 옳기 때문에 말대답은 하면 안 된다는 한국식 예절을. 대학에 잘 가야 하고, 졸업하면 취업을 잘 해야 하고, 결혼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쯤에 하고, 아이를 낳고 키워야 한다는 사회적 일정표를 배워 왔고, 그랬기 때문에 그러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우리가 옳다고 믿는 것은 사실, 실제로 옳다기보다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서 그렇게 믿게 된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그 믿음은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진리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우리를 규정한, 사회가 우리를 규정한 프레임에서 탈출하는 것은 금기중의 금기이고 공포 그 자체다. 그리고 그 틀을 벗어난 사람들은(사실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이지만) 사회적인 수준에서 강력한 탄압을 받곤 한다. 난 그것이 결코 옳지 않다고 본다. 국가가 국민에게 씌운 프레임은 80년대에 멀쩡한 대학생들을 간첩으로 몰았고, 수많은 시민들을 총과 몽둥이로 짓밟았으며, 최근에는 입맛에 맞지 않는 정당을 해산시켰고, 지속적으로 10대 아이들을 베란다 난간 밖으로 떠밀고 있어서 그렇다.
그래서 국가적인 차원의, 획일화된 프레임은 반드시 깨져야 한다고 본다. 사회 질서는 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개개인의 삶에 국가의 개입은 최소한으로만 이루어져야 한다. 획일화된 프레임이 안정적이고 좋지 않은가 생각할 수도 있는데, 세상에 그런 국가가 하나 있다. 저어기 저, 대부분의 국민들이 춥고 배고프게 사는 윗동네 독재국가가 그렇다. 아이러니하다. 저 윗동네 괴뢰정부를 대차게 비판하면서, 본인들은 사람들을 같은 방법으로(조금은 세련된 기술로) 통제하려 한다. 그 프레임을 깨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각자가 각자의 삶에 씌워진 프레임에서 탈출하는 거다. 그것이 개인적인 수준에서 일어날 때는 큰 반향을 이룰 수 없을 테지만, 그 작은 몸짓들이 모여 큰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어떠한 프레임이든 깨지기 마련이다. 어차피 그 프레임이라는 것도 사람이 만들어놓고 믿는 것이니 사람이 깰 수 있다. 혁명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난 그렇게 큰 수준의 움직임을 만들어내자고 얘기할만한 레벨이 안 된다. 다만, 우리 모두 지금까지 믿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열린 생각으로 살아보자는 거다. 그래야 한국에서 노벨상도 나오고, 빌 게이츠도, 스티브 잡스도, 엘론 머스크도 나오게 된다고 믿는다.
학교 안 다녀도 된다고, 다른 방법으로도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보자. 대학, 굳이 안 가도 된다고 생각해 보자. 그게 힘들면, 반드시 스무 살에 갈 필요는 없다는 데까지만이라도, 굳이 한국이 아니어도 된다는 데까지만이라도 생각을 확장시켜 보자. 회사?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사업체에 노동력을 제공해야만 돈이 생긴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보자. 조그만 돈으로 소자본 창업을 할 수도 있고, 본인 재능을 잘 팔아서 먹고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자. 여행은 반드시 돈을 모아야만 떠날 수 있는 게 아니라 여행지에서 여비를 벌며 돌아다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자. 당신은 특별하지만 동시에 지극히 평범하다. 아니 사실 당신은 사실, 인지하지도 못 하는 사이에 튀는 부분들을 깎아내려 노력하고 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는 하지만, 남이 때리기도 전에 굳이 본인 스스로 때려 깎아 낼 필요는 없지 않은가. 모난 부분을 예쁘게 다듬을 필요는 있을지라도, 굳이 떼어내려 노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튀면 튀는 대로 자신 있게 살았으면 좋겠다. 사회의, 친구들의, 동료들의, 가족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았으면 한다. 당신은 있는 그대로 참 멋지고, 특별하다. 당신은 남들과 다르며, 남들은 당신과 다르다. 그러니 프레임을 쓰려고도, 씌우려고도 말고, 흔들리지도 말고, 여러 관점을 오가며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을 스스로 선택했으면 좋겠다. 이것도 해 보고 저것도 해 봐야 뭐가 맞는지 알게 될 것 아닌가. 이도 저도 다 힘들다면, 최소한 당신이 생각하고 믿어왔던 것들이 진짜 본인 머리에서 나온 생각인지만이라도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데도, 본인이 본인 스스로를 생각의 프레임 안에 가두고 그 벽 안에서만 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떤 프레임 하나에 갇혀 자기 자신을 죽음으로 내몰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개인이 모여 가족이 되고, 회사가 되고, 지역사회가 되고, 국가가 된다. 개개인의 능력과 실력이 올라가면,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더 나은 사회가 되고, 결국 그 혜택은 우리에게 돌아온다. 70년대에는 국가의 발전을 위해, 국가가 국민을 움직였다. 그러면서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세"라고 노래 부르게 했다. 그러나 국가가 프레임의 힘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성장의 한계점을, 한국은 이미 수년 전에 넘어섰다. 그러니 이제 국민이 국가를 움직여서 더 나은 곳으로 끌고 나가야 한다. "잘 살아보세" 하고 노래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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