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제주로
7월 24일. 꽤나 성공적이었던 엽서여행 투어 원을 마치고 집에 들어온 지도 벌써 꽉 채워 두 달하고도 2주가 다 되어간다. 들어오고 나서 한 달 정도는 정말 정신없게 지나갔던 것 같다. 만난 사람도 많았고, 두 번의 국내 단기선교팀 촬영도 맡았거든. 7개월이라는 시간을 집 밖에서 보냈으니 쉼이 필요하기도 했고.
예정대로라면 지금쯤엔 홍콩의 예술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어야 했다. 학교 수업과 팀 작업 그리고 저녁엔 홍콩 친구들과 빅토리아 하버에서 산책을 즐기는 그런 생활. 학교 청강 허가는 따 냈지만 체류할 비용이 모자라서 조금씩 미뤄지다 결국 가지 못하게 됐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부모님 탓으로 돌릴 생각도 없고. 내가 엽서로 대박을 못 친 까닭이라고 생각하는 게 속이 편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 단지 상황이 넘어서기 어려운 것이었을 뿐이다.
그래도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꽤나 괜찮은 것들을 만들어냈다. 신제품도 나왔고, 주기적으로 여행기를 연재하는 페이지도 생겼다. 물론 여행 중이 아니어서 사람들의 관심은 많이 떨어져가고 있지만 말이다.
다음 여정은 내년 초반이 될 것 같다. 그때까지 서울에만 있는 건 좋지 않은 생각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제주로 다시 떠나려 한다. 서귀포에 있는 호스텔에서 서너 달 정도 스탭으로 일하기로 얘기가 됐다.
작년엔 12월 30일에 내려갔었다. 전시회를 마치자마자 정신없이. 그리고는 4월 초까지, 봄을 맞이하는 제주를 경험했었다. 이번엔 늦은 가을에 가게 됐다. 겨울을 준비하는 제주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거다.
여행에 익숙해서인지, 설레지도 떨리지도 않는다. 집을 떠날 생각에 약간 신났을 뿐.
이제 숨 좀 쉬겠네.
스무 살 꼬맹이의 45개국 엽서여행
서울에서,
재일 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