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와 경제를 한 번에 잡은, 싱가포르 정부가 내 놓은 신의 한 수
싱가폴의 음식은 꽤나 수준이 높았다. 호커센터에서 먹은 3달러짜리 치킨 라이스부터 전망 좋은 레스토랑에서 즐긴 파인 다이닝까지. 물론 가격에 따라 들어가는 재료의 양이나 품질, 또 식사를 하는 자리의 안락함(더운 나라이니 야외 가판과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의 차이는 크다)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모두가 다 제 값을 하는 느낌이었다. 어디에서 무엇을 사 먹든지 간에 기본적으로 괜찮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싱가폴을 여행하는 동안에 무엇을 먹을지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관해 친구에게 물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싱가폴은 나라의 시작부터 다문화를 품고 성장한 곳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입맛이 다양하기도 하고, 가파른 경제성장을 겪으며 사람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더 좋은 품질의 음식을 향한 수요가 생겼다고 한다. 한마디로, 소비자의 기대수준이 높기 때문에 당연히 그에 맞는 고품질의 음식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호커센터나 "커피숍”과 같이 한 건물 안에 여러 개의 조그만 가판이 모여있는 형식으로 장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임대료 부담이 적고, 그 덕에 가격을 낮추면서도 좋은 재료를 쓸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언제나 야외 가판의 운영이 자유롭다는 측면은 일년 내내 날씨가 따뜻한 나라에서만 누릴 수 있는 장점이기는 하지만, 소비자의 요구 수준과 그를 받쳐주는 사회 구조(한 건물을 여럿이 빌려서 임대료를 낮추는 등)를 만들었다는 측면은 다른 나라들도 본받을 만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국수 한 그릇에 참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 싱가폴, 호커 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