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는다. 늘 변화하고 그 변화는 때로는 조용하게 때로는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이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투자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시장의 소음을 무시하고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없다면 작은 파도에도 흔들리기 쉽다. 그러나 긴 시각으로 바라보면 이러한 파동은 결국 하나의 흐름에 불과하다. 투자란 결국 이 변화의 흐름을 읽고 그 안에서 길을 찾는 여정이다.
상승장에서는 내가 천재 같고 하락장에서는 내가 바보 같다. 같은 전략이 어떤 땐 날아오르게 만들고 어떤 땐 계좌를 깎아내렸다.
아무리 좋은 전략도 끝까지 갈 수는 없다. 전략의 조정, 리듬의 재구성을 통해 시장의 움직임과 흐름을 같이할 필요가 있다.
◆시장의 네 가지 국면
1. 과열기 – 수익보다 경계가 중요한 시기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뉴스는 낙관론으로 가득하다. 주변에서 주식으로 돈벌었다는 얘기가 심심지 않게 들리고, 애엄마도 대학생도 주식에 관심을 갖는 시기다.
이때 가장 위험한 건 ‘나도 해야겠다’는 충동이다. 수익률 비교가 시작되고, 주변에서 ‘XX 안 샀어?’라는 말이 들린다.
이 시기엔 현금 비중을 늘리고, 수익이 많이 난 종목은 조금씩 차익을 실현한다.
어찌보면 이제 내려올 일만 남았다. 냉정하게 포지션을 줄이는 사람만이 다음 사이클에서 살아남는다.
2. 조정기 – 기회를 포착하는 시기
상승이 멈추고 출렁임이 시작된다. 시장엔 불확실성이 퍼지고 뉴스는 혼조세로 돌아선다. 이때는 '뭐든 싸 보이지만, 뭐든 더 떨어질 수 있는' 애매한 구간이다. 기회를 보되 성급히 움직이지 않고, 꼭 사야 할 종목을 정해두고 천천히 진입한다.
이때 유용한 전략은 분할 매수다. 또한 “왜 이 종목을 지금 사는가?”를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면 인사이트를 확장하는데 도움이 된다.
3. 하락기 – 생존이 최우선인 시기
누가 봐도 ‘위기’인 순간. 모든 뉴스가 악재로 해석되고 공포가 시장을 지배한다. 대다수의 계좌가 마이너스로 도배됐을 것이다. 이때는 절대 전체 계좌를 건드리지 않는다.
공포에 던지는 것은 마이너스를 확정지을 뿐. 시장은 언젠간 회복된다.
비중은 최소화하고 강하게 빠지는 구간은 매수가 아니라 관찰에 집중한다. 그러나 철저히 준비해둔 현금과 신념이 있는 종목에는 조금씩 접근한다.
“공포에 사라”는 말을 실천할 때. 정말 좋은 기회는 이 시기에만 나온다.
4. 회복기 – 다시 방향을 정하는 시기
시장은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분위기는 조금씩 돌아선다. 공포는 줄고 거래량은 서서히 늘고 가격은 바닥에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시기 전략은 ‘선별적 확장’이다. 모든 종목에 나서는 게 아니라 실적이 살아 있고 구조적으로 강한 기업 위주로 재진입한다.
새 전략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할 기회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시장이 바뀔 때 전략이 바뀌지 않으면 감정이 무너진다. 그리고 감정이 무너지면 결국 투자도 무너진다. 변화에 유연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배를 타고 있어도 끝까지 가지 못한다.
시장이 활황일 때는 성장주가 빛을 발휘하지만 환경이 바뀌면 그 전략은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이번 트럼프 관세발 하락장에서도 그동안 끝없이 상승했던 빅테크 주가가 가장 먼저, 눈에 띄게 흔들렸다. 한때 기술 혁신이 가져다줄 성장 가능성에 매료됐던 시장은 바로 얼굴을 바꿔 소형주, 방어주, 가치주로 관심을 이동했다. 이런 상황에서 빅테크에 대한 믿음을 고수하는 전략은 오히려 손실을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시장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늘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