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도시를 지키는 텃새, 까치를 보며 드는 생각
매일 아침, 집안 환기를 위해 창문을 활짝 연다. ‘훅’ 하고 들어오는 아침 공기는 하루의 시작을 제대로 실감케 한다. 허허벌판 위에 세운 새 아파트라 동 간격이 넓다. 창문 바로 앞이 건물이 아닌 나무인 것은 창문을 열 때마다 감사하다.
그런데 그보다 더 좋은 것은 그 나무 위에 둥지를 튼 까치다. 아침마다 “깍깍” 대며 나의 아침잠을 깨운다. 이때 듣는 까치 소리는 왠지 기분을 들뜨게 한다.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옛말이 왠지 사실일 것만 같아 기대감이 드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동네는 유독 까치가 많다. 서울 살 때도 이렇게 까치를 본 적이 있었던가? 그땐 까치보다 비둘기를 더 많이 보았다. 공원이나 인도에서 늘 고개를 조아리고 뭔가를 쪼아 먹는 비둘기 때문에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사람을 봐도 도망가지 않는 비둘기가 갑자기 푸드덕댈 땐 ‘꺄악’ 하고 비명도 많이 질렀다. 그러고 보니 이사를 온 후부턴 비둘기 때문에 고충을 겪은 적이 없다. 서울보다 먹을거리가 없어서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혹시 까치의 텃세 때문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는 까치가 포악한 성질의 새임을 알고 있어서다. 까치는 흔히 길조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자신의 영역을 중시하고 서열 있는 새로 매에게 맞서도 안 질 정도라고 한다. 철새와 달리 한 지역에서만 사는 텃새인 까치가 고약한 성질머리로 다른 새들을 내쫓으며 텃세 부린 걸 수도 있다 생각하니 말장난처럼 재밌기도 했다. 까치가 이 신도시를 주름잡고 있단 사실도 꽤 흥미로웠다.
- 쓸쓸한 도시를 지키는 텃새, 까치
신도시는 대부분이 외부 타지인이 모여 사는 곳이다. 학교 모임을 가보면 경상도, 강원도, 전라도 등. 전국 각지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나 역시 고향이 경상도다. 상황이 이런 탓에 텃세를 거의 경험하지 못했다. 토박이도 없을뿐더러 다들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 사귄 친구가 오늘 떠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내가 사는 곳 옆으로 3기 신도시가 지정되고 동네 전셋값이 훌쩍 뛰었단 얘길 들었다. 다들 또다시 새로운 도시로 떠날 채비를 하는 탓이란다.
이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고민은 다들 엇비슷하다. ‘집값은 얼마나 올랐나?’ ‘대출금은 얼마나 남았을까?’ ‘다음엔 또 어디로 이사 가지?’ 따위다. 이토록 외롭고 공허한 도시를 유일하게 지키는 이가 다름 아닌 까치라니... 자신의 구역을 끝까지 지킨다는 까치가 왠지 의리 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 오늘은 또 어떤 손님이 오시려나
예부터 우리 조상들이 까치를 좋게 봐온 건 사실이다. ‘은혜 갚은 까치’와 ‘까치설날’처럼 좋은 의미로 까치를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가을철 감나무엔 까치가 먹을 감을 부러 남겨두기까지 했다. 이렇게 까치가 다른 새에 비해 우대를 받아온 이유는 태어난 곳에서 나고 자라 죽는 것이 당연했던 옛 사람들에게 까치는 평생을 함께 살아갈 이웃이고 친구였기 때문은 아닐까?
이 도시의 터줏대감 까치는 오늘도 ‘깍깍!’ 하고 울어댄다. 코로나 19로 인해 초대할 손님도, 온다는 손님도 없는데 누가 온다는 건지 멈출 생각을 않는다. 까치 소리를 들으며 아랠 내려다보니 앞 동에 누가 또 이사를 오는지 이삿짐 트럭이 덩그러니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