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썰의 그 남자랑 결혼합니다.

92년생 결혼이야기 1

by 조조

내 나이 서른 즈음, 서른은 '서러운 어른'의 준말이라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표출한 적이 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내 나이 서른 다섯. 불확실함은 여전하지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하나에서 둘이 됐다는 점일 것이다.


올해 결혼을 한다. 누구랑 하냐면, 바로 그 89년생 소개팅남 K와 결혼을 한다.(*브런치매거진 참고) 어색한 웃음을 짓던 첫 만남이 엊그제 같은데, 그사이 우리는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1,600여 일이나 만났다. 그리고 서로를 마지막 연애로, 평생의 반려자가 될 것을 약속하였다.

만 29살에 만나서 내 30대를 K와 다 보낸 셈이 되었는데, 정말 인연이라는 것은 따로 있나 보다. 눈도 잘 못 마주치던 수줍었던 K는, 귀여운 남친에서, 책임감 가득한 상남자가 되어 이제는 내 남편으로 평생을 함께하게 됐다.


K를 20대 때 만났더라면 아마 결혼까지는 못했을 수도 있다. 그를 만난 30대의 나는 약간의 연애 경험이 쌓여 있었고, 20대보다는 조금 더 숙성된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 덕분에 서로의 아름다운 시절이 건강하게 빛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처음 만났을 때 만해도 이 사람이 내 배우자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어딘지 고집이 셀 것 같은 인상에 별 시덥지도 않은 이야기로 크게 한 번 다투고 헤어지질 것(?) 같다는 촉이 작동했었다. 똥촉이었다. 이래서 사람을 섣부르게 판단하면 안 된다. 만나보니 고집이 아니라 신중함이었고, 답답한 게 아니라 책임감이었다. K는 만나면 만날수록 진국인 사람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는 원석이었던 것.


진부한 말이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결국 나부터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여기서 나는 좋은 사람을 ‘건강한 사람’이라 해석한다. 건강하다는 것은 1.자립심 2.호기심, 한 가지 더 더하자면 3.타존감이다. 애인 없이도 온전히 내 삶을 바른 눈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하며, 사람을 향한 편견 없는 호기심을 가지고, 내 자존감이 중요한 만큼 타인의 취향이나 가치관도 존중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저런 것 다 생각하고 지키고 한다고 좋은 사람이 어디 나타났던가? 결국엔 타이밍이고 본능적인 끌림일 것이다. 그리고 서로의 시간이 만나 형성하는 즐거움, 설레임 등과 같은 복합적인 감정들은 그 어떤 방법론이나 정의도 없다.


그래서 그 소개팅남과의 결혼은 어쩌면 필연적이었는지도 모른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는 것.


그와 시작하는 새로운 시즌이 기대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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